“제가 인천시장이라면 낙후지역 개발사업에 건설업자가 아닌 문화예술가들을 특공대로 투입하겠어요. 건설업자가 아닌 예술인들이면 젊은이들이 빠져나간 원도심에 활력을 불어넣고 상권을 되살리는 도시재생의 불쏘시개 역할을 톡톡히 할 수 있을 테니 말이에요.”

인천지역의 발전을 위한 조언을 들으려는 인터뷰를 시작하자마자 이한수(48)인천가톨릭대 회화과 교수는 거침없이 말문을 열었다.

이미 인천에는 차이나타운, 송월동 동화마을 등 예술을 통한 도시재생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이 교수는 이에 대해 “2013년 인천가톨릭대에 부임해 아직 인천에 대해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라면서도 “도시재생의 대표적 모델로 꼽히는 중국 베이징(北京)의 ‘다산즈798’(798거리) 등과 비교해 볼 때 부족한 점이 두 가지 있다”고 조심스럽게 설명했다.

이어 “지자체 관 주도가 아닌 예술가와 주민, 행정기관이 힘을 모아 문화마을 내지 도시재생 조성에 나서야 성공 가능성이 크다”며 “또 광주비엔날레처럼 향토 예술가와 외부 지역의 예술인이 힘을 함께 모으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사실 예술가 주도의 도시재생사업에 부작용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잿빛 공장지대나 빈민가가 예술의 거리로 번창하면서 건물주들이 임대료를 올려 개척자 역할을 한 예술가들이 쫓겨나는 사례가 빈번하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또 “공장지대에서 예술과 문화가 넘쳐나는 거리로 변신한 서울 성수동 사례가 언제까지 예술인촌으로 유지될 수 있을지 걱정스럽다”며 “자본의 힘에 의해 초기 예술인촌에서 카페 거리로, 다시 옷집과 상점거리로 변모되는 전철을 밟을 것으로 본다”고 예측했다.

결국 “서울보다 인천이 자본의 영향을 덜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문화예술을 통한 도시재생의 적격지가 아니겠느냐”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홍익대 회화과를 졸업한 이 교수는 독일 브라운슈바이크 미술대학에서 설치미술 등을 전공한 이후 한국의 대표적인 SF테크놀로지 아티스트로 잘 알려져 있다. 그의 작품을 처음 본 국내 관객 중에는 비디오아티스트 백남준을 떠올리는 사람이 많다.

그의 작품에는 아이러니하게도 외계인과 사이키 불빛 머리를 한 가부좌 부처 등의 작품 속에 여러 가지 것들이 혼재된 ‘뒤죽박죽’과 함께 고도산업화된 결과물인 ‘물신숭배’적인 한국사회에 대한 처절한 고뇌가 공존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교수를 평가하는 글에 어김없이 나오는 단어는 하이브리드(Hybrid, 잡종)다. 그가 동양과 서양, 과거와 미래가 뒤섞인 혼성주의 미학을 표방해 전통문화와 신문화가 뒤섞일 때 기형의 이미지로 남게 되는 하이브리드의 이면을 짚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하이브리드의 좋은 예로 인천아트플랫폼 등을 꼽으며 한마디 조언으로 인터뷰를 마쳤다. “인천도 문화 살리기가 가능한 곳이 아직 많이 남아 있다. 돈으로 살 수 없는 역사를 담고 있는 건물이 인천지역에 꽤 많아 예술을 통해 재포장할 경우 세계적인 관심을 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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