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재용 변호사/변협 장애인인권위원

 ‘장애(障碍)’는 사전적으로 보면 ‘신체기관이 본래의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하거나 정신 능력에 결함이 있는 상태’라고 한다.

 이는 신체의 일부가 없거나 기능하지 못하는 것을 의미하는 ‘손상(impairment)’과는 달리, 신체적 손상을 지니고 있는 사람들이 사회적 주류의 활동에서 배제되는 불이익이나 제약을 포함한다. ‘장애’라는 말 속에는 이미 ‘사회적 불이익과 제약’을 받는다는 뜻이 포함돼 있는 것이다.

장애를 가진 사람들 중에는 정신 발육이 항구적으로 지체돼 지적 능력의 발달이 불충분하거나 불완전해 자신의 일을 처리하거나 사회생활에 적응하는 것이 상당히 곤란한 ‘지적장애인’, 언어·신체표현·자기조절·사회적응 기능 및 능력의 장애로 인해 일상생활이나 사회생활에 상당한 제약을 받는 ‘자폐성 장애인’, 그리고 통상적인 발달이 나타나지 않거나 크게 지연돼 일상생활이나 사회생활에 상당한 제약을 받는 ‘발달장애인’이 있다.

이러한 장애인은 신체적·정신적 ‘손상’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정상적인 사람보다 일상생활은 물론 사회생활에서 먼저 제약을 받고 사회적 불이익을 받기 쉽다.

 물론 지난 2007년 제정된 ‘장애인 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에 의해 그동안 장애인에 대한 많은 사회적 차별이 시정돼 왔지만, 아직도 장애인의 ‘자립생활’을 위한 대책은 너무나 미흡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위와 같은 ‘자립생활’을 위한 전제가 ‘자기결정권(self-determination)’이다. 자기결정권은 헌법 제10조에 의거해서 인정되는 인격권, 행복추구권과 동일한 ‘자기운명결정권’에서 나오는 헌법상의 권리다.

 특히 ‘발달장애인’의 경우 지적 능력의 결함이나 언어적 결함으로 인해 정상인들에게 ‘단지’ 보호돼야 할 존재로 여겨질 뿐 ‘자기결정권’을 가진 존엄한 존재로 인정되기 어려운 지금의 사회 현실에서는 더욱 강조돼야 하는 권리라고 할 수 있다.

한 가지 예를 들면, 장애인에 대한 활동보조서비스 제도를 도입하던 2006년 당시 보건복지부는 지적장애인과 자폐성 장애인을 제외하고 뇌병변·지체·시각장애인만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시행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는데, 발달장애인의 경우는 자기결정권이 없고 자립생활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발달장애인은 자기결정권을 가진 존재가 아니므로 그저 사회의 보호를 받는 수동적인 존재로 인식되고 있다. 그 후 사회적 토론을 거쳐 장애인활동보조서비스가 발달장애인에게까지 확대, 오는 6월부터는 경증에 해당하는 장애 3급에까지 적용된다.

국가인권위원회가 2012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거주시설에 살고 있는 장애인의 62.14%가 지역사회 내 자립생활 서비스를 받고 싶다고 응답했다. 이는 그동안 수용시설 중심에서 자립생활 중심으로 정책을 전환해야 할 필요성을 보여 준다.

문제는 지적장애인과 자폐성 장애인 등 발달장애인을 위한 재활시설이 턱없이 부족하고, 무엇보다 성인 발달장애인의 지역사회 내 고용이 현저히 낮아 발달장애인의 자립생활을 위한 토대가 약하다는 데 있다.

2008년 발달장애인의 고용률을 보면 지적장애인, 자폐성 장애인 각 22.47%, 8.75%로 전체 장애인 고용률 37.65%보다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더구나 발달장애인의 고용 형태는 장애인보호작업장에서 일하는 비율이 지적장애인, 자폐성 장애인 각 18.0%, 39.3%에 해당해 전체 장애인 1.3%보다 현격하게 높다.

또한 현재 학령기에 있는 발달장애인의 경우 특수학교는 물론 일반학교에서 직업교육을 전문인력 및 시설 부족으로 제대로 실시하지 못하고 있으며, 특수학교 전공과의 경우 2011년 기준 고등학교 졸업 대상자는 4천453명이지만 전공과 재학생은 2천855명으로 대상자의 30% 정도만 직업전환교육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오는 11월이면 ‘발달장애인 권리보장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 시행된다. 앞으로 우리 사회도 발달장애인의 ‘자립생활’을 위한 토대를 더욱 확대·강화해야 한다.

중증장애인을 위한 재활시설을 확대 보충함은 물론, 고등학교에서의 직업교육을 내실 있게 실시하고, 학교 졸업 후 직장을 위한 직업전환센터를 설치하고 발달장애인의 고용률을 더욱 높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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