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 달 5월은 다른 어떤 달보다 감사하고 축하해야 할 일이 많다. 튼튼하고 건강하게 자라길 바라는 아이들을 위한 어린이날, 성인으로 거듭나는 청춘을 축하하기 위한 성년의날, 열심히 땀 흘려 일하는 노동자를 격려하는 근로자의날, 사랑으로 키워 주시는 부모님께 감사하는 어버이날, 선생님께 존경을 표하는 스승의날 등이 5월을 가득 메우고 있다.

주변을 사랑하고 감사하는 마음이야 늘 가슴속에 자리하고 있지만, 기념일을 빌려서 고마움을 표현하는 달이 바로 지금 우리가 서 있는 5월이다.

오늘 ‘숨은 영화 찾기’에서는 가정의 달에 어울리는 작품을 소개하고자 한다. 영화 ‘트리 오브 라이프(Tree of life)’는 거대하면서도 소박한, 웅장하면서도 섬세한 작품으로 존재의 기원과 사랑·구원에 대한 이야기를 전하는 작품이다. 2011년도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인 이 작품은 서사중심의 영화에서 벗어나 이미지의 운동과 충돌을 통해 관객을 사유하게 하는 작품이다.

1950년대 미국 텍사스. 오브라이언 부부는 세 아들과 함께 단란한 가정을 꾸리며 살아가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비보가 날아든다. 둘째 아들의 갑작스러운 죽음은 이 가정에 슬픔을 가져온다. 그러나 어느덧 시간은 흘러 부부의 장남인 잭이 중년이 됐다.

성공한 건축가 잭은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부와 명예를 누리고 살아간다. 하지만 어린 동생의 죽음은 상처로 남아 그를 괴롭힌다. 아버지와의 오랜만의 통화도 다시 볼 수 없는 동생과의 추억만을 환기시킨다. 그렇게 그의 기억은 과거로, 과거로, 더 깊은 심연의 바닷속으로 침전해 간다.

영화는 태초부터 관망한다. 어둠이 있었고, 빅뱅을 통해 우주와 지구가 탄생한다. 바다가 생기고 생명이 움트는 모습은 마치 과학 다큐멘터리를 보는 착각에 빠질 만큼 정교하다. 수천, 수백만 년 전에 시작된 생명의 탄생은 어느덧 1950년대 미국의 한 가족의 모습으로 좁아진다.

마치 존재의 근원을 품고 있고 생명의 나무에 매달려 있는 수많은 잎사귀 중 하나에 위태롭게 매달려 있는 티끌처럼 작고 보잘것없는 존재인 이들. 그러나 또 다른 생명의 잎이 될 수도 있는 가능성이 바로 오브라이언 가족이 대변하고 있는 우리의 모습이었다.

존재의 근원을 가깝게는 자신의 아버지, 어머니, 형제에게서, 멀게는 태초의 우주로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철학자 출신 노장 감독의 거대한 사유체계는 작품을 대하는 관객들에게 방대함을 넘어 막막함으로 다가올 여지도 있다. 그러나 이 영화는 이야기로 작품을 전개하지 않는다.

경이로운 대자연의 아름다운 풍광과 다채로운 이미지의 충돌은 이성에 지배되지 않는 감성적 사유로 우리를 이끈다.

거대하고 광활한 우주의 역사 속에서 우리를 밀어넣은 감독은 ‘따뜻한 햇살, 시원한 바람, 다시 오지 않은 현재에 대해서 아이 같은 눈으로 바라보며 사랑하라’고 전하고 있다. 어찌 보면 구태의연한 메시지이지만, 사랑하며 사는 것만이 변치 않는 구원의 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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