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정모 경인여자대학교 간호학과 교수

 5월은 가족의 달이고 사람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달이다. 근로자의날, 어린이날, 어버이날, 부부의날이 5월에 모두 모여 있어 가족을 생각하고, 가족이 모여 행사를 하게 만드는 달이다. 화창한 봄날을 연상케 하고, 대학에서는 축제를 연상케 하고, 밝은 이미지를 연상케 하는 계절의 여왕이다.

가족의 화합을 떠올리게 하는 5월에 아동학대, 노인학대 등의 서글픈 소식들이 들려온다. 어린이날에 들리는 소식은 아동학대의 가장 큰 주범이 그들의 부모이며, 부모 중에서도 아버지의 폭력에 의해 사망하는 어린이가 매우 많다는 사실이다.

아동학대의 80% 이상은 가정에서 이뤄지며, 77% 이상이 부모에 의해 자행된다. 어린이집에서 나타난 학대사례로 연일 떠들썩했으나 기관보다 더 심각하고 집요한 학대는 가정에서 이뤄지는 것이다.

부모들이 아이들에게 가하는 폭력은 훈육이라는 핑계로 가해하는 것이 가장 많다. 밤에 잠을 자지 않는다거나 울고 보챈다거나 또는 대소변을 제대로 가리지 않는다거나 등의 이유가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나는데, 이런 이유들은 체벌로 교정될 수 없는 것들이다.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해결되는 것을 두고 보지 못하고 체벌을 하는 데에는 아이들에 대한 이해와 부모의 책임감 부족, 부모의 정서적 안정 부족 등이 원인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인내해야 할 것들과 훈육해야 할 것에 대한 구분이 없는 가정에서 지속적인 폭력에 노출돼 성장한 아이가 성인이 됐을 때 그 역시 자신의 아이를 어떻게 양육해야 하는지를 모르고 부모의 악습을 그대로 답습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아이가 생기면 부모는 많은 자유가 제한된다. 생리적인 자유에서부터 사회·문화적인 자유에 이르기까지 많은 시간과 나른함, 여유를 포기해야 한다.

핵가족이 되면서 이런 자유를 꼼짝없이 부부가 책임져야 하는 것이다. 예전의 대가족에서는 아이가 생기면 할머니, 할아버지, 고모, 삼촌 등의 여러 손을 빌려서 부모는 아이를 돌보면서도 다른 일들을 함께 할 수 있는 여유가 있고, 이미 많은 아이들을 키운 경험이 있는 조부모님들에게서 교훈적인 이야기들을 들으면서 정서가 순화되기도 한다.

내 경험에서도 어머니가 나에게 했던 잔소리 중 아직도 생각나는 것이 있다. 잔소리가 나를 돌아보게 만들고, 아이에게 이상한 고집을 부리지 못하게 만든 역할을 해 줬다.

핵가족이 되면서 부부중심의 가정을 이루는 것은 부부에게 많은 책임과 역할을 부여하므로 대가족보다 단촐하고 부담을 덜 가지게 만드는 것처럼 보이나 그들만이 해결해야 하는 문제들이 많아지므로 부부의 현명함을 더 요구하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가 미국이나 유럽보다 더 가족중심의 문화이며 집단주의 문화라고 한다.

그러나 현재의 우리나라는 가족중심의 문화라기보다는 가족 내에서 개개인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고, 집단문화라기보다는 집단의 이기적인 욕심을 더 드러내는 것으로 보인다.

부부중심의 핵가족을 주장하는 것은 부모에게 해야 하는 의무로부터 자유롭고 싶을 때 사용하는 용어이며, 스스로가 부모의 의무를 지키는 데에는 소홀함이 있다.

부모의 역할에 대한 교육이 덜 돼 있고, 부모 역할에 대해 가족으로부터 성인이 돼도 가르침을 받아야 할 것이 있음에도 기회가 없어지는 것이다.

성인이 돼도 이런 모자람을 채울 수 있는 것은 가족이 정기적으로 모여 서로를 생각하고 있음을 보여 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모두들 바쁘지만 5월에는 즐거운 대가족 모임을 가지면서 가족의 의미를 생각해 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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