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몇몇 친구들이 환상열차를 타고 상춘놀이를 다녀왔다. 아쉽지만 필자는 다음으로 미루고 가까운 산행으로 대신했다. 산속에 드니 만발했던 개나리 진달래는 어느새 지고 녹음이 푸르름을 더해가고 있었다. 

해마다 이 맘 때쯤이면 봄을 찬미한 몇 편의 시문이 떠오르곤 한다. 서너 편을 인용해본다.

봄에 관한 시(詩)라면 고래(古來)로 인구(人口)에 회자(膾炙)되는 이백(李白)의 <춘야연도리원서(春夜宴桃李園序)>가 단연 압권이다. “무릇 천지는 만물이 쉬어가는 여관이요, 흐르는 세월은 오랜 시간을 두고 지나가는 나그네라. 뜬 구름과 같은 인생이 꿈과 같은데 기쁨이 되는 것이 그 얼마나 되겠는가. 옛 사람들이 촛불을 밝히고 노닌 것이 진실로 이와 같으니라. 하물며 화창한 봄날이 아지랑이 피어나는 경치로 나를 부르고, 천지가 나에게 아름다운 문장을 빌려 주었노라(夫天地者는 萬物之逆旅요, 光陰者는 百代之過客이라. 而浮生若夢하니 爲歡幾何오. 古人秉燭夜遊 良有以也. 況陽春이 召我以煙景하고, 大塊假我以文章이라.)

이에 필적할 만한 중세 페르시아의 시인이자 법학자인 잘랄루딘 루미의 <봄의 정원으로 오라>라는 시 한편이 봄 밤에 필자를 주막(酒幕)으로 끌어낸다.

“봄의 정원으로 오라/이곳에 꽃과 술과 촛불이 있나니/만일 당신이 오지 않는다면 이것들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그리고 만일 당신이 온다면 이것들이 또한 무슨 의미가 있는가.”

아직도 진품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중국 동진(東晋) 왕희지(王羲之)의 <난정기(蘭亭記)> 또한 봄날이 가기 전에 한번쯤 인용하지 않을 수 없는 문장이다.

“영화 9년 계축 늦은 봄 초승에 회계산 북쪽 난정에 모였는데, 계제사를 지내기 위해서였다. 여러 현재(賢才)들이 모이고 젊은이와 어른이 모두 모였다.

 이곳에는 높은 산, 큰 고개와 무성한 숲, 긴 대나무가 있다. 또 맑은 물과 격류하는 여울물이 좌우로 비추며 띠처럼 둘러싸고 있다.

이 시냇물을 끌어다 유상곡수(流觴曲水)를 만들고 차례대로 벌려 앉으니 비록 사(絲)·죽(竹)으로 만든 관악기와 현악기의 성대함은 없으나 술 한 잔을 들고 시 한구를 읊는 것이 또한 그윽한 정을 펴기에 충분하다. 이날 천기(天氣)가 맑고 혜풍(惠風)이 화창하였다. 우주의 큼을 우러러보고 삼라만상의 성함을 굽어 살피니, 사방으로 눈을 놀리고 회포를 멋대로 달려 눈과 귀의 즐거움을 지극히 할 수 있어 참으로 즐거울 만하였다.(永和九年歲在癸丑暮春之初에 會于會稽山陰之蘭亭하니 修示契事也라. 群賢畢至하고 少長咸集이라. 此地有崇山峻領과 茂林脩竹하고 又有淸流激湍이 暎帶左右라. 引以爲流觴曲水하여 列坐其次하니 雖無絲竹管絃之盛이나 一觴一詠이 亦足以暢敍幽情이라. 是日也에 天朗氣淸하고 惠風和暢이라. 仰觀宇宙之大하며 俯察品類之盛하여 所以遊目騁懷가 足以極視聽之娛하니 信可樂也로다.”

위 문장에서 현사(賢士)들이 모인 시기가 음력 3월로 늦은 봄이니 지금 이 맘 때쯤이리라. 

이 같은 봄날에 당의 주도권 장악을 놓고 내홍(內訌)을 겪고 있는 새정치민주연합이다. 지난 8일 열린 새정치민주연합 최고위원회의에서 정청래 최고위원의 ‘사퇴 공갈’발언 도중, 주승용 최고위원이 ‘지도부 전원 사퇴’를 주장하며 자리를 박차고 나가는 와중에서 유승희 최고위원이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더라~”하고 돌발행동 같은 <봄날은 간다>라는 노래를 불렀다. 이 좀 어색한 모습이 고스란히 TV에 방영됐다.

노래를 듣고 있던 추미애 최고위원은 “한소절만 불러 안타깝다”며 한 술 더 뜨는 것인지, 아니면 우회적으로 꼬집는 것인지 알 수 없는 발언을 하는 등 이상한(?) 최고위원회의 장면이 공개됐다.

날씨 또한 맑으니 집안에 있기에는 따분한 봄날이다. 어찌됐던 간에 그들 정치집단의 봄날이 가고 있는 것인지, 아닌지 하는 복잡한 정치적 해석은 접어두자.

열흘 붉은 꽃 없다했다. 봄날이 가기 전에, 꽃이 지기 전에 바쁜 삶 속이지만 봄나들이 한번쯤 다녀오는 것도 좋을 성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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