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는 말이다’라는 음악철학을 갖고 언제나 가사의 내용을 우선해 거기에 맞는 발성을 제일 강조하다 보니 음악적으로 발성(Articulation)과 말의 참맛(Blending)을 전하는 것이 합창단에서 매우 중요하죠.”

이영만(53)지휘자가 지난 2012년 12월부터 맡고 있는 인천남성합창단과 인천순복음교회 성가대 단원들에게 평소에 강조하고 있는 지휘법 중 하나다. SBS의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한 심사위원이 “공기 반 소리 반이 최고의 발성이다”라며 참가자들의 발성을 지적하는 것처럼 이영만 지휘자는 기본기를 많이 얘기하는 편이다.

그의 음악에 대한 열정은 오랜 배움의 과정으로 이어질 만큼 대단하다. 서울음대 성악과 졸업, 러시아·이탈리아 등에서의 수학에도 만족하지 않고 1998년 홀연 미국으로 떠나 8년간의 공부를 마친 후에야 2006년 고국으로 돌아왔다.

귀국하자마자 2007년 경남 김해시립합창단의 지휘자로 선임돼 올해 1월까지 한국 합창계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며 음악계의 비상한 관심을 받았다.

하지만 그는 인천 음악계와의 인연을 잊지 않고 경남 김해시와 인천시를 오가며 바쁜 일정을 소화해 냈다.

“올해로 44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인천남성합창단의 6대 지휘자로 1994년부터 2년여간 활동했을 당시 좋은 기억이 남아 2012년 지휘자를 맡아 달라는 이경호 단장님의 말씀을 거역할 수가 없었죠.”

사실 그는 지난해 10월 윤학원 인천시립합창단 예술감독의 퇴임에 따라 공석 중인 지휘자 선정을 놓고 거론되는 후보 중 한 명이다. 현재 음악적 완성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는 객원 지휘체제로 운영되고 있어 인천시가 곧 선임 지휘자를 선임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윤학원 전 시립합창단 예술감독님이 인천시립합창단을 세계에 알리는 데 너무나 큰 역할을 하셨고 지명도가 워낙 높은 분이었기에 후임으로 거론되는 것만으로도 음악인으로서는 영광이죠.”

서울대 성악과를 졸업한 뒤 인천시립합창단에서 테너로 활동하기도 한 그에게 바람직한 시립합창단의 조건을 묻자 손사래를 쳤다.

“단원들의 실력과 전 감독님의 시민 밀착형 공연 추진 등 그간의 실적만 봐도 흠잡을 수 없죠.”
이어 이영만 지휘자는 “가장 원론적인 이야기이지만, 노래 실력도 중요하지만 합창단이 서로 화합하고 배려할 때 가장 좋은 음악이 나온다고 생각한다”며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그는 음악대학이 없는 인천의 음악환경을 언급하며 “지역 특성상 청소년들의 합창단이 많지 않은 편”이라며 “지역 음악영재들을 작은음악회 등의 무대에 초청해 자신감을 쌓는 기회를 주고 싶다”고 강조했다.

인천시립합창단 지휘자 자리는 지역 음악계에서 ‘꽃 중의 꽃’에 해당하는 자리다. 벌써부터 ‘직무 수행 능력 등 전문성’, ‘인천을 이해하는 음악인’, ‘도덕성’, ‘비전’ 등 다양한 기준이 거론되고 있다.

그는 한마디 말과 인사를 끝으로 인터뷰를 마쳤다.

“시민들이 낸 세금으로 운영되는 만큼 주민들에게 다가가 공연을 펼치는 시립합창단의 사명을 잊어서는 안 되죠. 물론 인천의 브랜드를 국내와 세계에 알리는 역할도 충실히 해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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