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의 연대기
102분 / 스릴러 / 15세 관람가

14일 개봉한 ‘악의 연대기’는 특진을 앞둔 엘리트 경찰이 우발적으로 사람을 죽인 뒤 자신이 저지른 살인사건의 담당자가 돼 사건을 은폐하기 시작하면서 더 큰 범죄에 휘말리게 되는 예측 불허의 스릴러 영화다.

승진을 앞둔 최반장(손현주 분)은 회식 후 의문의 괴한에게 납치를 당한다. 위기를 모면하려던 최반장은 우발적인 살인을 저지르고, 승진을 위해 사건을 은폐하기로 결심한다.

다음 날 아침, 최반장이 죽인 시신이 경찰서 앞 공사장 크레인에 매달린 채 공개되면서 온 나라가 발칵 뒤집힌다. 자신이 저지른 살인사건을 담당하게 된 최반장은 좁혀 오는 수사망에 불안감을 느끼고, 자신의 실수를 덮기 위해 사건을 조작하기 시작한다. 곤경에서 벗어나려고 할수록 더 큰 위험에 휘말리는 과정이 관객들의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장감을 준다.

이 영화는 엄청난 속도감으로 관객의 몰입을 유도하면서 이렇게 묻는다. “당신이라면 어떻게 하겠는가?” 인생 최고의 순간에 실수로 사람을 죽인 최반장의 이야기를 통해 관객들은 자신에게 이런 질문을 던질지 모른다.

영화 속의 최반장은 오형사(마동석)와 차형사(박서준) 등 동료 형사들의 눈을 피해 사건을 은폐하는 선택을 한다. 경찰에 입문할 당시의 초심을 버리고 적당히 타협하고 타락하는 사람으로 변해 가는 것을 느끼지 못하면서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악의 연대기’는 “과연 나쁜 사람은 누구인가”라는 메시지를 관객들에게 던지며 과거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게 하는 영화다.

영화의 반전은 생각지도 못한 인물의 등장으로 시작한다. 최반장을 위험에 빠뜨리게 하는 악역은 배우 최다니엘이 맡았다.

연기력 일품의 배우 마동석은 최반장을 믿고 따르는 오형사로 출연한다. 그는 어려움에 처한 최반장과 함께 악의 근원을 추적하는 듬직한 동료 형사 역할을 잘 소화해 냈다.

최반장의 수상한 행동을 눈치채고 갈등하는 차형사는 신인 배우 박서준이 분해 극의 재미를 더한다.

이 영화에 화려한 액션신이나 폭발 장면 등은 많지 않다. 관객들의 생각을 뒤집는 반전의 등장이 긴장감을 더한다. 스릴러 특유의 긴장감 있는 전개는 그만큼 치밀하게 짜여진 시나리오의 힘이라고 보여진다. 여하튼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구성은 영화가 끝날 때까지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게 만든다.

이 영화를 보는 인천시민들에게는 눈에 익은 장면들이 있다. 손현주가 위기에 몰아넣은 용의자를 추적해 달리는 장면은 인천의 한 골목길이기 때문이다. 두 사람 이상 다닐 수 없는 좁은 골목길에서 펼쳐진 숨 가쁜 추격전은 이 영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장면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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