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사람 인천에서 찾아보기 드물다.

‘시인’이라는 본업을 제쳐 두고 7년간 외국인 노동자 상담가로 활동하더니 최근에는 인천섬연구모임이란 단체 활동에 푹 빠져 있다.

고향인 인천의 섬 정서를 고스란히 담아낸 시 ‘먹염바다’로 유명한 이세기(50)시인의 얘기다. 그의 삶은 고향인 인천 섬사람 혹은 이주노동자와 같은 우리 사회의 소수자들과 줄곧 함께 해 왔다.

‘다수자(육지인)들이 고정되고 안정적이라고 믿는 관념이 실제로는 유동적이며 불안정한 것이라는 사실이 소수자(섬주민)의 눈에는 보인다’라는 어느 사회학자의 표현처럼 문갑도 출신인 그가 늘 소수자 편에 서 왔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오로지 인천을 화두로 살아오고 있는 그를 지난 14일 개항기 근대 건축물인 카페 팟알에서 만났다.

-인천을 대표하는 시인, 외국인 노동자 상담가, 인천섬연구모임 운영위원장 등 이력이 다소 화려하다.

▶우리 모두가 처음엔 어쩌면 외국인 노동자처럼 뜨내기 이주민이었을지 모른다. 살다 보면 이주민이 곧 정주민이 되는 것이다. 도시공동체에서 차별과 배제가 아닌 함께 하는 삶에 대해 관심이 있다 보니 그런 길을 걸어왔을 뿐이다.

-「흔들리는 생명의 땅 섬」과 인천섬연구모임 회원들과 함께 연구한 「교동도」란 책을 최근 잇달아 냈는데 반응은.

▶섬 개발논리에 지역공동체가 파괴될 것을 우려해 2012년 9월 발족한 인천섬연구모임 등이 열심히 노력한 결과이다. 역사·해양·곤충학자 등의 전문가와 다양한 시민운동가들이 참여해 인천 섬을 종합적으로 연구한 교과서라는 평을 받고 있다.

-인천섬연구총서 제1권 「교동도」의 가장 큰 시사점은.

▶지난해 개통한 연륙교 등 개발에 따라 교동도 난개발이 우려된다. 게다가 과거 왕족들의 유배지였던 교동도에 남아있던 비석 등의 유적들이 지역개발에 따라 감쪽같이 사라지고 있어 걱정이다.

 섬에 대한 연구를 통해 섬의 보존 방향과 발전 방안을 모색하는 계기를 만들고 싶었다. 올해 「교동도」에 이어 시리즈로 「덕적도」 발간까지 할 예정이다.

-인천섬연구모임을 자세히 소개해 달라.

▶국내 유일의 섬 전문연구기관인 목포대 도서문화연구소가 있지만 173개에 달하는 인천 섬을 전문적으로 연구해 온 지역단체와 연구모임이 없다.

섬을 관광 개발지로만 생각하는 담론을 벗어나야 한다는 생각에 여럿이 동참했다.

 인천섬연구모임을 섬에 대한 연구와 정책 제안, 홍보 등을 망라하는 단체로 확대할 예정이다. 사단법인 ‘(가칭)지속가능한섬’의 창립식이 오는 28일 인천아트플랫폼에서 열린다.

-섬을 답사하고 연구하면서 느낀 점은. 또 가장 바람직한 섬의 모습은.

▶현재 인천의 섬들은 학교 등 기반시설이 미비한 상태에서 경제적 궁핍으로 밀물처럼 모든 것이 빠져나갔을 정도로 방치됐다.

 이런 상황을 관광지 개발로만 살릴 수 있다는 획일적인 사고가 문제다. 유럽에서처럼 섬에 대한 정책이 기본적으로 자연 보존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무조건 개발에 반대하는 건 아니다.

-예를 들면 화력발전 대신 풍력발전을, 자연보전을 위한 전기자동차 설치 등 환경을 우선시한 개발을 의미하는 건가.

▶황해의 정원이라고 표현하고 싶을 정도로 인천 섬들은 아름답다. 그 풍광만으로도 관광 자원일 수 있다. 그렇다고 섬을 단순히 지키자는 담론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섬 둘레길을 콘크리트 포장하는 대신 있는 그대로 살려 자연미를 살리는 것이 더 좋은 방법이라는 얘기다. 여기에 필요하다면 미술관, 도서관 등이나 관광객을 위한 게스트하우스 등을 세울 수 있다. ‘다음 세대까지 생각하는 섬 발전’이 해양도시라는 특징을 지닌 인천이 찾아가야 할 해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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