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희 경인교육대학교 총장

 ‘가정의 달’인 5월에는 어린이날(5일), 어버이날(8일), 성년의날(5월 셋째 주 월요일), 부부의날(21일)이 있어 가족의 사랑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또 스승의날(15일)도 있어서 학교교육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된다. 이에 최근 자녀 교육에 관해 화제가 된 세 권의 책을 소개해 본다.

먼저 네덜란드 국적의 부녀가 쓴 「최고의 교육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라는 책이다. 이 책은 제3자적 관점에서 한국과 핀란드에서의 학교·가정교육을 비교하고 있다.

핀란드에서는 부모가 자녀의 삶에 깊이 개입하지 않고, 학교에서는 모든 아이들이 집에서 전혀 도움을 받지 못한다고 가정하고 공동체주의와 평등을 중시해 가르친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자녀의 모든 진로를 부모가 함께 계획하는 가정교육에 강점이 있다고 했다.

둘째, 예일대 영문학 교수가 쓴 「공부의 배신(원제: Excellent Sheep)」이라는 책에서는 명문 대학에 입학한 ‘똑똑한 양’들의 문제를 비판한다.

 부모의 뜻대로 많은 지식을 가르쳐 아이비리그 대학이나 스카이(SKY)대학에 진학시키기보다 학생 자신 안에 잠들어 있는 정신적 힘을 기르도록 가슴속 불을 지펴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셋째, 초등학교 2학년 여학생의 동시집 「솔로 강아지」는 잔혹한 동시 때문에 출판사가 전량 회수, 폐기했다고 해 화제가 된 책이다.

이 시집에 실린 ‘학원 가기 싫은 날’이란 시에는 학원으로 등 떠밀며 공부를 강요하는 가혹한 엄마에 대한 적개심이 살의로 표현돼 섬뜩하기까지 하다.

위 세 권의 책이 한국의 부모, 특히 엄마들에게 주는 시사점은 자녀에게 공부와 진로를 일방적으로 강요하거나 간섭하지 말라는 것이다.

부모가 자녀의 공부와 학력 신장에 헌신한 결과 우리나라 학생들이 국제학업성취도평가에서 최상위 성적을 거뒀지만, 학생들의 학업 스트레스와 자살률도 세계 최고다.

이처럼 공부와 성적에 얽매여 성장한 아이들은 대학생이 돼서도 시험 커닝과 답안지를 조작하는 도덕불감증 사건을 저지르기도 한다.

대부분의 부모들은 자녀가 공부를 잘해 지위가 높고 재산도 많은 ‘성공한 자녀’로 성장하기를 원한다. 자녀가 공부를 잘하게 하려면 부모가 관심을 가지고 칭찬이나 질문을 해 학습 동기를 높여 주고, 자기 스스로 공부하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모든 아이들이 똑같이 공부를 잘할 수는 없기 때문에 공부에 뜻이 없는 자녀에게는 꿈과 끼, 적성에 맞게 지원해야 한다. 그러려면 부모가 자녀의 꿈과 끼, 적성을 파악할 수 있어야 하고, 상담교사의 진로 지도를 믿고 수용해야 한다.

자녀가 공부를 잘하거나 특정 분야에 끼와 적성이 있어도 사람 됨됨이, 즉 인성이 갖춰지지 않으면 사상누각과 같다. 인성이란 사회에서 더불어 살아가는 데 필요한 개인이 가지는 사고와 태도 및 행동 특성을 의미한다. 인성은 타고난 성품·덕성·가치관으로 구성되는데, 개인의 삶의 기준인 가치관은 타인이나 사회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으므로 바람직한 인성교육이 중요하다. 사회생활의 성공에 있어서 공부와 전문성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인성이기 때문이다.

새가 좌우의 날개가 있어야 높이 날아갈 수 있는 것처럼 학력과 인성이 함께 갖춰진 사람이 사회생활에서 성공할 수 있다.

이처럼 인성교육을 해야 하는 이유는 자명하다. 그런데 인성교육은 언제, 누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나? 인성교육은 태아 때 시작해 열 살 때까지 완성돼야 한다.

 열 살 전에 뇌의 전두엽에서 도덕적 추론 능력이 발달해야 일상생활에서 도덕적 행동을 실천하기 때문이다. 인성교육은 부모와 교사의 공동 책임이지만, 유치원 및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에 부모는 아이의 첫 번째 선생님이므로 가정의 인성교육이 가장 중요하다.

인성교육에서 인문학적 소양, 갈등 상황에서 창의적 문제 해결 능력, 이성과 감정 및 실천이 통합된 해결 능력을 길러야 한다.

이런 소양과 능력을 기르려면 어린이들이 함께 뛰노는 스포츠, 고전 독서가 좋고 무엇보다도 부모의 솔선수범이 중요하다.

 부모가 자녀에게 공부를 강요하거나 말과 다른 행동을 보여서는 안 된다. 진정으로 자녀 교육에 성공하고 싶다면 아이에게 많은 경험과 솔선수범을 보여야 한다. 그래야 진정으로 성공하는 아이가 된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