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우주 IS한림병원 감염내과 과장

「한여름 밤의 꿈」이란 셰익스피어의 작품은 제목만 봐도 가슴 설렌다. 하지만 한여름 밤에 불청객이 문제다. 귓가에서 웽웽거리며 여름밤 잠을 설치게 하는 ‘모기’ 때문이다.

모기는 흡혈을 할 뿐만 아니라 흡혈한 자리를 붓게 하고, 심하면 피부 감염을 유발하기도 한다. 특히 이전에 학질로 불렸던 말라리아(Malaria)를 일으키는 매개체라는 점이 가장 큰 문제다. 여름을 앞두고 모기가 전파하는 말라리아에 대해 미리 알아보자.

말라리아는 열원충이라 불리는 기생충에 감염된 모기에 사람이 물려서 발생하는 질병이다. 열원충은 모기(우리나라의 경우 중국얼룩날개모기)의 장내에 있다가 모기의 침샘으로 이동, 물린 사람의 혈액을 따라 간으로 이동한다.

그리고 간에서 증식한 후 적혈구에 침범, 적혈구 안에서 다시 증식하면서 발병하게 된다. 말라리아의 종류는 열원충 종류에 따라 4가지로 나뉘는데, 그 중 국내에서 발생하는 말라리아는 삼일열 말라리아로 간세포로 침입한 뒤 활동을 멈추는 수면소체를 형성하는 특징이 있다.

세계보건기구는 매년 약 3억5천∼5억 명이 이 질병에 걸려 그 중 약 100만 명이 사망한다고 추정한 바 있다. 말라리아는 대부분 열대지역에서 발생하지만 아열대 및 온대지역에서도 발생한다.

국내에서 말라리아는 한국전쟁 중에 만연했다가 1979년에는 말라리아 박멸을 선언하기까지 이르렀다. 하지만 1993년 파주에 근무하던 군인에게서 발병한 것을 시작으로 삼일열 말라리아가 다시 발생하고 있다. 말라리아는 비무장지대를 포함한 인천시 북부, 강원도, 경기도에서 주로 나타나 3월부터 10월에 발생한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말라리아 증상은 오한·발열·두통·구토 등이 있으며, 주기적인 발열이 나타난다는 것이 특징이다. 증상이 나타나기까지 잠복기는 보통 10∼15일 정도이나 길게는 1년 6개월까지도 간 속에 잠복해 있다가 증상이 나타나기도 하므로 주의를 요한다. 말라리아의 치료약은 감염된 열원충 종류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약제를 선택해 환자에 투약한다.

그렇다면 말라리아도 독감처럼 예방주사로 예방할 수 있을까? 애석하게도 현재 말라리아 예방주사는 없다. 이에 말라리아의 매개체인 모기에 물리지 않도록 주의하는 것이 최선의 예방책이다. 살충제·모기장 등을 사용해 모기에 물리지 않는 것이 가장 좋다.

여름철 여행 후 콧물·기침 등의 증상이 없어도 오한·발열이 주기적으로 나타나는 경우 한 번쯤 의심해 볼 수 있는 질환이 말라리아다. 만약 해외여행 계획이 있다면 경구용 예방약이 필요한 말라리아 유행 지역인지를 꼭 확인해 보고 약을 준비하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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