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해철 국회의원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 지난 12일 어렵사리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엄연히 존재하지만 법 제도상 사각지대에 놓여 있던 ‘상가권리금’이 법의 테두리 안에서 보호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상가권리금의 법적 보장은 많은 상가 임차인들의 숙원이었다.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상가권리금 규모는 2013년 말 기준으로 32조9천760억 원인 것으로 추산되고, 권리금을 지급하고 영업시설을 임차한 상인은 120만 명에 이른다.

이처럼 상당수의 임차인들이 권리금을 지급하면서 상가를 임차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권리금이 법에 의해 보호받지 못해 임대인이 임대기간 만료 등의 사유로 권리금을 약탈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해 문제가 됐다.

이에 법원이 판결을 통해 권리금 보호에 나섰지만, 권리금이 이전 임차인이 아닌 임대인에게 지급된 예외적인 경우에만 보호를 인정하고 있어 그 한계가 있었다. 이번 개정안은 입법을 통해 이러한 문제를 해결했다는 점에서 큰 의의를 갖는다.

특히 법 개정으로 임대인이 세입자(임차인)의 권리금 회수를 방해할 경우 손해배상 책임을 지도록 한 점은 큰 성과다. 상가건물 임차인은 계약기간이 끝날 무렵 신규 임차인과 권리금 계약을 맺고 임대인에게 신규 임차인을 주선할 수 있게 됐다.

임대인은 신규 임차인이 보증금을 지급할 수 없거나 1년 6개월의 비영리목적 사용 계획이 있는 등의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임차인이 주선한 신규 임차인과 임대차 계약을 맺어야 한다. 이를 맺지 않아 임차인의 권리금 회수를 방해한 경우에는 손해배상 책임을 지도록 함으로써 건물주의 횡포를 사전에 차단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확보한 것이다.

또한 계약 중간에 임대인이 바뀌더라도 환산보증금 규모에 상관없이 누구나 5년간의 영업기간을 보장받을 수 있게 됐다.

 그동안 서울의 경우 환산보증금 규모가 4억 원이 넘으면 임대인이 교체된 경우 신규 임대인에게는 임대차를 주장할 수 없었는데 이러한 폐단이 사라지게 된 것이다.

 법 개정을 통해 환산보증금 액수에 상관없이 임차인이 신규 임대인에게 임대차를 주장할 수 있게 된 만큼 임차인의 권리금이 충실히 보호될 수 있을 것이다.

상가권리금을 법적으로 보호하는 것이 바람직하느냐에 대한 생각에는 여전히 이견이 존재한다. 권리금에는 상가임차인이 그동안의 영업활동을 통해 생성한 영업이익이 내재해 있으므로 이러한 무형의 이익을 보호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지만, 산정기준의 모호성 등을 이유로 권리금 자체를 부정하는 의견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미 상당한 액수의 권리금을 지급하고 현재 생업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권리금 보장은 ‘생존’의 문제다. 이러한 ‘생존’문제를 도외시하고 권리금 법제화 여부에 대한 이론적 논의만을 반복하는 것은 국회의 책무를 다하지 못하는 것이라는 공감대 형성이 이번 개정안 통과에 큰 힘이 됐다.

그동안 새정치민주연합 주거복지특위 위원이자 법제사법위원회 야당 간사로서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등 민생법안 통과를 위해 노력해 온 만큼 상가권리금 보호의 첫발을 떼는 데 일조했다는 점에서 보람을 느낀다.

임대인과의 관계에서 약자인 임차인의 피해만 누적돼 온 상황을 개선하고 서민들의 경제생활을 보호할 수 있게 됐다는 측면에서 큰 성과를 얻게 됐지만 여전히 보완해야 할 점도 있다. 임대료 상한제 및 갱신청구권 기간 연장과 같은 보호 방안들은 추후 다시 논의돼야 할 것이다.

이번 개정을 통해 도입된 상가권리금 법제화가 제대로 뿌리내려 영세 상인을 비롯한 서민들의 삶이 보호될 수 있기를 바라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으로서 남은 과제들의 해결에도 최선을 다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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