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유탁 사회부
 인천에서 가장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동구 ‘화도진축제’가 올해도 어김없이 지난 주말(5월 22~23일) 동인천역 북광장과 화도진공원 일대에서 열렸다.

한미 수교가 이뤄진 지난 1990년 5월 22일 처음 개최된 만큼 ‘제26회 화도진축제’ 기간 동구지역 길가에는 태극기와 성조기가 나란히 걸려 바람에 날리는 등 양국의 우애를 엿볼 수 있었다.

그러나 역사를 재조명해 보자는 취지에서 열린 축제가 구청장의 강압적인 지시와 일부 내빈들의 시간 개념 없는 축사, 행사 준비 소홀 등으로 눈살을 찌푸린 일들이 많아 의미를 퇴색게 했다.

축제 개최 전날인 지난 21일 송현동 한 길가에는 태극기와 성조기가 나란히 걸려 있어야 함에도 성조기는 누가 그랬는지 모르겠으나 깃대가 부러져 있었지만 구청 관계자 누구 하나 처리하는 사람이 없었다. 만약 미국인들이 봤다면 한미 수교 기념으로 이뤄진 축제에 대해 반감을 샀을 것이 자명한 일이었다.

축제를 주관하는 동구청 내부에서도 분열이 일어났다. 22일 행사 시작 2시간 전인 오후 2시께 난데없이 구청장의 특별 지시라며 팀장급 이상 한복을 착용하라는 지시가 내려왔고, 갑작스러운 통보를 받은 팀장들은 어리둥절해하면서도 구청장의 지시니 어쩔 수 없이 인근 한복집을 찾아다니며 한복 대여에 나서는 등 정작 행사 준비시간에 다른 것에 시간을 허비하는 일이 일어났다.

이를 두고 구청에서는 손님을 맞이한다는 의미에서 복장을 통일했다지만, 정작 직원들 사이에서는 갑작스러운 통보로 행사 준비에 차질을 빚었고, 또 한복 대여로 인한 비용 부담을 비롯해 구청장의 간부직원 감시, 직원들 간의 불신 등이 생겼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또한 이날 공식행사 때는 초청된 한 주요 인사가 자신의 축사 시간에 이미 사회자가 소개한 내빈들을 다시 소개하면서 행사가 40여 분 지연됐고, 결국 유명 가수들의 공연 시간이 줄어드는 등 오히려 주민들에게 피해를 줬다.

10년 가까이 화도진축제를 지켜본 한 사람으로서 올해 화도진축제가 가시적으로는 성대히 열렸다고는 하지만 축제의 진정한 의미를 상실한 채 일부 권력자의 남용으로 고생하는 직원들의 사기 저하는 물론 주민들에게까지 피해를 줬다는 부분에 유감을 표한다.

앞으로는 축제의 주인이 누구인지를 먼저 알고, 그에 맞는 축제로 치러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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