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종형 IS한림병원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아이가 자주 어지럽다고 해서 빈혈 검사를 한 번 받아 보려고 왔어요”라고 말하는 부모님들을 자주 만나게 된다. 하지만 실제로 소아청소년에게 생기는 어지러움의 원인이 빈혈인 경우는 많지 않다. 오히려 부정맥 등 심질환이나 이비인후과 질환인 경우가 더 많다.

‘빈혈은 곧 어지러움’이라는 잘못된 인식이 있다. 이에 가장 흔한 철결핍빈혈에 대해 알아둘 필요가 있다.

빈혈은 혈색소(헤모글로빈) 수치가 해당 연령의 하위 5%에 해당하는 경우를 말하는데, 소아청소년은 연령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대개 10.0g/dL 미만인 경우 빈혈로 진단한다.

국내에서도 전체 소아청소년 중 약 3∼10%가량이 빈혈을 가진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최근에는 조기 진단이 잘 이뤄지고 있지만, 여전히 증상이 없거나 경증 빈혈 환자들의 발견은 늦어지고 있다.

빈혈의 원인은 다양하다. 철분 부족으로 발생하는 철결핍빈혈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지만, 그 외에도 엽산이나 비타민B12의 부족에 의해 발생하기도 하고 재생불량성빈혈과 같이 피를 만드는 조혈기관의 이상으로도 발생할 수 있다.

이들 중 가장 흔한 것이 철분 부족에 의해 발생하는 철결핍빈혈인데, 영·유아기 때 이유식 없는 장기간의 모유 수유, 과도한 생우유 섭취 등이 중요한 원인이다. 청소년기에는 위장관 출혈, 격렬한 운동, 과도한 다이어트, 헬리코박터균 등이 주요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철결핍빈혈인 경우 어지러움이 주된 증상은 아니며 오히려 창백함, 잘 먹지 않고 처지는 증상, 심한 보챔, 기면(졸림) 증상, 쉽게 숨이 차는 증상 등이 장기간 지속되면서 발견되는 경우가 더욱 흔하다.

철결핍빈혈은 혈액검사를 통해 1차 의료기관에서도 쉽게 진단할 수 있다. 또 경구 철분제를 통해 매우 쉽게 치료된다. 철분제 복용을 시작하면 대개 수일 정도면 정상으로 돌아오지만, 혈색소 수치가 정상으로 돌아온 이후에도 1∼2개월 정도 더 복용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철결핍빈혈은 장기간 치료되지 않는 경우 성장 장애 등 여러 가지 후유증이 생길 수 있으므로 조기 발견과 정확한 진단, 그리고 적절한 약물 복용이 중요하다.

하지만 모든 빈혈의 원인이 철 결핍 때문은 아니다. 비록 매우 드물지만 선천성 및 후천성 재생불량성빈혈 등과 같이 다양한 종류의 빈혈이 존재할 수 있다.

따라서 일반적인 혈액검사에서 빈혈이 발견됐지만, 철결핍빈혈이 아닌 경우거나 얼굴이 창백한 증상이 수일간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경우에는 정확한 진단을 위해 반드시 소아청소년과 혈액질환 전문의에게 진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윤종형 IS한림병원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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