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지갑에서 꺼낸 명함은 한두 개가 아니다. 공공미술 기획자·아트스튜디오 및 산업디자인 회사 대표, 음반제작자 명함도 모자라 요즘은 인천지역 문화예술협동조합 설립도 이끌고 있다. 다재다능의 주인공은 오진동(51)예술감독이다.

인천시 중구 내리교회 옆 골목에 있는 아트스튜디오 ‘성냥공장’에서 지난 4일 그를 만나봤다. ‘인천 문화예술계에 성냥처럼 활활 타오르는 새로운 열기를 불어넣자’란 의미로 삼치거리가 조성될 때 인수해 인천 문화계 인사들이 찾는 아지트를 만들어 버틴 지 벌써 6년이 되어간다.

그가 공공미술 기획자로 기획한 문화공연은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다. 지난달 인천시 중구 한중문화관에서 열린 ‘오태식·한준호 초청 서양화 전시회’와 인천아트플랫폼에서 진행된 ‘재미난 수레마켓, 아!개항장 아! 개항장’ 등이 최근 그의 손을 거친 공연들이다.

특히 ‘재미난 수레마켓’은 근대 문물의 유입된 중구의 100여 년 전 풍경을 그대로 재현해 문화체육관광부가 특별 프로그램으로 선정할 정도로 호평받았다.

인천 문화예술계에 새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오진동 예술감독의 꿈은 하나다. 바다 등 자연 관광자원과 문화적 역사로 가득한 중구를 인천의 대표적인 문화공간으로 조성하는 것.

그는 “슬럼화가 진행되고 있는 중구의 원도심에서 차이나타운, 송월동 동화마을 등과 같은 도시재생 사업을 벌여 외부관광객이 대거 몰려오고 있다는 점만으로도 80점 이상을 주고 싶다”면서도 “좀 더 중구의 색깔을 보여줄 수 있는 내용으로 프로젝트를 채웠다면 아마 100점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구의 발전을 늘 고민하고 쇠락해지고 있는 원도심의 옛 모습을 문화 예술적으로 되살리려 하는 그의 설명에 따르면 안타까운 게 딱 두 가지란다.

“바다를 끼고 있는 도시치곤 시민들이 바다를 쉽게 접할 수 없는 곳이 바로 인천 중구이에요. 이런저런 이유로 막힌 바다를 개방해야 됩니다.”
또 한 가지는 문화 프로젝트의 내용이다.

“어느 지역에서든 펼칠 수 있는 개성 없는 불꽃 축제보다는 인천 하면 떠오르는 자장면, 사이다, 쫄면 등을 앞세워야 그것이 지역을 대표하는 축제나 공연으로 성공할 가능성이 커집니다.”
이 대목에서 그는 목소리는 높아졌다.

“‘인천 앞바다에 사이다가 떠도 고뿌(컵의 일본어) 없이는 못 마셔요’란 서영춘 씨의 유행 구절은 많은 국민이 다 아는 거잖아요. 그런 인지도와 브랜드를 지역 축제로 연결해야 돼요”

하지만 지역에 대한 그의 열정과 노력과 달리 아직 예술성과 대중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행운이 뒤따르지 않고 있다.

“돈 안 되는 일만 하는 셈이죠. 예술성을 이해하는 대중들이 언젠가는 따라오지 않겠어요. 돈 안 되는 것도 계속 시도하는 것이 어쩌면 문화예술가의 운명일지도 모르죠.”

이런 말을 하다니 눈치도 없다. 인터뷰 내내 바로 옆에 있던 그의 아내 이경희씨가 이 말을 듣더니 웃기만 한다. 화가인 그의 아내는 이런 철부지(?) 남편과 함께 일을 하며 남편을 돕고 있다. 기자의 눈에는 보기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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