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언론은 너무 정치적이다. 심지어 신문만화에서조차 정치를 벗어나지 못한다. 흔히 언론을 제4의 권력기구라고 한다. 입법, 사법, 행정부에 이어 네번째로 중요한 권력기구라는 말이다. 권력기구를 넘어 그동안 권력을 창출하는데 있어서 언론이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최근 들어 우리 언론의 보도형태를 지켜보면 몇몇 주요 언론사들이 그동안 행사해왔던 `킹 메이커'로서의 역할이 이제 끝난 것이 아닌가 하는 초조함 때문에 과도하게 정치권에 대한 비판에 집착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우려를 하게 된다. 지난 대선은 그동안 누려온 언론의 막강한 영향력이 쇠퇴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계기가 되었다고 보인다.


상처받은 킹메이커 역할에 보복 의혹


그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과도한 정부 비판에 나서는 무리수를 두고 있는 것 같다. 그 때문에 언론의 사회적인 책무를 망각하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를 하게 한다. 물론 합리적인 사회를 만들기 위해 정치권의 문제를 파헤친다고 강변할 수도 있다. 하지만, 과거 정권에게 관대했던 언론이 이제서야 비판의 기치를 높이 들고 무차별적인 공세에 나서고 있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과거 독재정권 시절 정권에 대해 변변한 비판 한번 하지 않았던 언론이다. 그런 언론이 이제 와서 강력하게 비판의 칼을 세우는 것은 다분히 자신들의 킹 메이커로서의 역할이 상처를 받았다는 것에 대한 보복이라는 의혹을 떨치기 어렵다. 그런 언론이 정부의 언론탄압을 주장하는 것은 언어도단이다. 오히려 지금과 같은 언론자유를 누리기 때문에 그런 주장까지 할 수 있는 것 아니던가.

올 상반기 청와대에서 언론을 상대로 언론중재위원회에 정정보도를 요청한 내용 중 정정보도 피해구제율은 80%였다. 이 수치가 말해주는 것은 언론이 많은 경우 사실과 다른 내용을 근거로 기사를 실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비단 정치문제뿐 아니라 사실과 다른 보도로 피해를 받은 사례는 무수히 많다. 외국의 경우 오보를 내어 사회적 문제를 일으킨 경우 기사를 쓴 기자는 물론, 편집진에서도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우리 언론에서 그렇듯 엄격한 자세를 보여준 기억이 없다. 사실 확인이 되지 않은 추측보도는 분명 언론이 잘못하는 것이며 그것을 시정해 달라고 정부에서 언론중재위원회에 요청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이것은 언론탄압이 아니다. 그동안 언론이 누렸던 과도한 권력을 견제하고 언론을 언론 본연의 자세로 돌아가도록 하려는 눈물겨운 노력이다.
 
언론사에 세무조사를 실시하여 탈세를 밝혀내는 것을 언론탄압이라고 강변하는 언론은 분명히 문제가 있다. 최소한 남을 비판하는 것을 업으로 삼는 언론은 스스로 부끄러움이 없어야 한다. 그래야 남을 떳떳이 비판할 수 있다. 스스로의 도덕성을 확보하지 못한 언론이 남을 비판한다는 것은 언어도단이다. 똑같은 탈세기업이면서 다른 대기업을 언론이 무슨 염치로 비판한다는 말인가.
 
이런 문제는 우리 언론이 그동안 너무나 `정치적'이었다는데 있다고 생각한다. 킹 메이커로서의 역할에 대한 자부심, 그리고 제4의 권력기관으로서 갖는 그 막강한 권력에 취해 본연의 역할과 책임을 망각하고 있었던 데 기인한다고 본다. 그동안 가지고 있던 기득권이 무너지고 있다고 느끼는 순간, 그 기득권을 회복하기 위해 무리수를 두고 있다고 생각한다.


본연의 임무 충실해야 독자 되찾는다

 
신문을 보는 구독자가 감소하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독자들이 언론에 대해 실망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자전거를 경품으로 돌리고 선풍기를 경품으로 돌려서 구독자를 확보하는 것은 단순히 현재 다른 신문을 구독하고 있는 독자를 뺏어오는 것일 뿐이다. 이런 유치한 신문간의 경쟁은 전체 신문 구독자를 늘리는 길이 결코 아니다. 신문에 등을 돌린 독자들을 되찾아 오기 위해서는 언론이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고 사회의 다양한 이해관계와 견해를 대변해야 한다. 지금과 같은 획일적인 논조, 보수 일변도의 보도형태로는 이미 떠나간 독자를 다시 불러올 수 없다는 사실을 언론은 명심해야 하며 끊임없는 자구노력이 절실한 시점이다.

전영우 인천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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