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한 절망 불편한 희망(서양 좌파가 말하는 한국 정치)

   
 

다니엘 튜더 / 문학동네 / 232쪽 / 1만4천800원.

‘이코노미스트’의 서울 특파원을 지낸 다니엘 튜더가 국내 정치와 민주주의의 현실 등을 두루 비판한 책 「익숙한 절망 불편한 희망」을 펴냈다. 2013년 출간한 「기적을 이룬 나라 기쁨을 잃은 나라」에 이어 한국인 독자를 위해 쓴 두 번째 책이다.

2012년 ‘한국 맥주 맛없다’는 기사를 써 한국 독자들에게 잘 알려진 저자는 이 책에서 국내 민주주의 발전을 위한 따끔한 비평을 쏟아낸다.

세월호 참사에 대한 그의 생각이다. “역대 한국 정부는 하나같이 안보의 중요성은 외치면서 안전은 외면해 왔다. 하지만 안전이야말로 정부 존립의 핵심이다. 정부가 자국민을 보호하지 않는다면 정부의 존재 이유가 과연 어디에 있는가?”

“우파도 좌파도 없다”라고 평가한 한국 정치에 대한 비판도 들어보자. “표면적으로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을 구별할 수 있기는 하다. 하지만 두 당의 정책과 정책을 뒷받침하는 사고방식은 본질적으로 별로 다르지 않다.”

이에 한국 정치에 대해 훈수를 내놨다.
“진보는 유권자들에게 청사진을 제시하고, 희망을 보여 주어야 한다. 그런 유인이 있을 때만 사람들을 투표장으로 이끌 수 있다. 그런데 한국의 야권은 주야장천 ‘돌 던지는’ 저격수 역할에만 충실했다. 그러나 네거티브 전략만으로는 ‘만년 야당’에 머물 수밖에 없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합리적 좌파를 자처하는 저자인 만큼 보수에 대한 평은 더욱 매섭다.

“새누리당은 박정희 시대에 그랬던 것처럼 아직까지 숫자에 집착하며 20세기 후반의 개발주의에 사로잡혀 있다. 그런 점에서 새누리당을 보수당으로 보는 것은 오류다. 다른 나라의 보수당과 비교했을 때 새누리당의 사고방식이나 전통에 대한 태도 등에서 도덕적으로 보수적인 관점을 찾아볼 수가 없다.”

이 책에서 가장 돋보이는 그만의 시각은 경제 현실과 복지정책에 대한 것이다. 무상복지에 대한 비판이다.

“안타깝게도 한국에서는 복지를 확대하려는 사람들조차 그릇된 방식으로 복지를 제시하는 실수를 저지른다. 복지에 대한 궁극적 메시지는 ‘복지는 정부가 여러분에게 투자하는 것입니다. 투자를 통해 여러분이 꿈을 이룰 수 있도록 지원하겠습니다. 나중에 세금을 많이 낼 수 있을 만큼 성공해서 돌려주십시오’라고 전달되어야 한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반값 등록금, 무상급식 등 ‘무상’ ‘반값’ 타령뿐이다. 정의당은 반값 통신비 실현까지 들고 나왔다. 이런 접근법을 택하면 복지는 상금이 걸린 촌스러운 퀴즈쇼처럼 보일 뿐 아니라, 사회적 약자에 대한 시혜로 비칠 뿐이다.”

경제지 기자를 지낸 저자답게 한국 경제에서도 논한다. “재벌의 부패와 가격 담합을 눈감아줄 것이 아니라 부패한 재벌 총수를 처벌해야 오히려 한국 경제에 도움이 된다.”

특히 저자가 우려하는 것은 한국 제조업의 미래다.

“제조업 덕분에 미국에서 가장 높은 1인당 소득을 자랑했던 디트로이트 등의 도시는 시간이 지나면서 일본과 한국에 자리를 내줬다. 울산이 부상하면서 디트로이트는 저물었다. 한국인들에게는 여기까지가 이야기의 끝이다. 하지만 산업기지를 신흥국가에 내준 미국에는 대규모 실업, 범죄, 사회 분열 등 암울한 이야기가 이어진다. 디트로이트에서 일어난 제조업의 몰락이 한국에도 일어나지 말란 법은 없다.”

그의 눈에 비친 그리고 글로 쓰여진 이야기들이 어쩌면 국내 독자들에게는 깊이 와 닿지 않는 부분들이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한국인을 위해 그리고 국내 정치·경제 등의 발전을 위한 논의를 촉발시켰으면 좋겠다는 그의 바람대로 저자의 고언은 무게 있게 다가온다.

더 나은 삶을 향한 여행, 공동체

   
 

코린 맥러플린, 고든 데이비드슨 / 생각비행 / 556쪽 / 2만5천 원.
‘상상력으로 세상을 만들어 가는 사람들(Imagineers)의 모임’이라 회자되는 공동체를 이루려는 다양한 시도가 최근 국내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이 책은 공동체를 시작하려거나 운영 문제를 고민하는 이들을 위한 안내서이다.

초기 수도원부터 히피 공동체까지 공동체의 역사와 다양한 공동체의 철학·이념, 공동체 내 문제에 대한 해결점을 제시해 준다.

이와 함께 ‘시리우스 공동체’의 창설자인 두 명의 공동 저자는 공동체를 운영하면서 겪은 체험담, 세계 유수의 공동체를 방문하면서 느낀 다양한 경험도 상세히 소개하고 있다.

저자는 공동체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기성 사회와 교류하고 적응하는 ‘균형감각’을 강조한다. 막연히 주류 사회에서 이탈해야 한다는 개념으로부터 시작되는 공동체는 자생력을 갖기도, 오래 지속되기도 어렵다는 설명이다.

어떻게 죽을 것인가

   
 

아툴 가완디 / 부키 / 400쪽 / 1만6천500원.

인공호흡기, 영양공급관, 심폐소생술, 중환자실…. 생의 마지막을 앞둔 사람들의 반응은 다양하다.

“할 수 있는 건 다 해 봐야지.”
“여긴 집이 아니지 않니, 어서 집에 데려가 줘.”
하버드대학 보건대학 교수이자 사상가인 아툴 가완디가 죽음 앞에 선 인간의 존엄과 현대 의학이 놓치고 있는 문제들을 이 책에서 고백하고 있다.

현대 의학은 질병 치료와 생명 연장에 집중해 오고 있지만 정작 길어진 노년의 삶과 노환·질병으로 죽음에 이르는 과정에 대해서는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나마 보호 체계로 요양원 등이 있지만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바로 ‘삶의 질’에 대한 충분한 고려가 없기 때문이다.

노쇠해지거나 치명적인 질병에 걸려 죽어 갈 때 다른 선택은 없는 걸까? 저자는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죽음 자체는 결코 아름다운 것이 아니지만, 인간답게 죽어 갈 방법들이 있다고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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