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가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와 관련, 경기침체 극복을 위해 올해 추가경정 예산을 8월 조기 편성키로 한 가운데 예산 심의권을 쥔 경기도의회가 추경 예산안 처리 일정을 두고 고심에 빠졌다.

8월이 비회기 기간임에 따라 회기 일정을 새로 짜야 하지만 여름 휴가철과 상시 소집 훈련이 이뤄지는 을지훈련 기간과도 맞물려 있어 적정한 시점을 확정하기 어려운 탓이다.

15일 도와 도의회에 따르면 도는 8월 중순께 메르스 여파로 인한 경기침체와 가뭄 극복을 목적으로 약 1조4천억 원 규모의 추경 조기편성을 추진 중이다. 남경필 경기지사는 지난 14일 평택에서 열린 메르스 현장 대책회의에서 이 같은 방침을 밝힌 바 있다.

도의회는 이 같은 추경 조기편성 방침에는 큰 틀에서 동의하면서도 추경 예산안 심의·처리를 위한 회기 일정을 두고 머리를 싸매고 있다.

8월은 도의회 임시회·정례회가 열리지 않는 비회기 기간이다. 따라서 추경 예산안 처리를 위해서는 새롭게 회기 일정을 잡아 임시회를 소집해야 한다. 도의회는 상임위원회와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예산안 심의, 본회의 상정·처리 등의 절차에 열흘가량이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8월 중 어느 시점에 임시회를 열어야 하느냐에 있다. 7월 말부터 8월 초는 공무원들의 여름 휴가 계획이 집중돼 있고, 둘째 주께 임시회를 연다면 매년 셋째 주에 실시되는 을지훈련 기간과 겹치게 된다.

또 월말에 추경 예산안 심의를 진행할 경우에는 메르스 사태 및 가뭄 극복을 위한 ‘조기 추경’의 의미 퇴색이 우려된다.

도의회 여야 대표단은 “추경을 위한 임시회 개최 시기를 두고 고민 중”이라며 “여름 휴가와 을지훈련 등의 시기적 상황이 겹치는 데다 당초 8월은 도의회가 비회기란 점에서 충분한 논의 없이 임시회를 소집할 경우 의원들의 불만도 있을 수 있어 의원총회 등을 통해 총의를 모을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자 도의회 일각에서는 남 지사의 이번 추경 조기 편성 발표를 두고, 도의회와 협의가 완료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이뤄졌다는 불만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도의회 한 의원은 “도 집행부가 지난 12일께 추경 의사를 타진하긴 했으나 시점에 대한 협의 완료나 확답이 내려지지 않은 가운데 무작정 발표부터 했다”며 “임시회 일정 등을 새로이 고려해야 하는 도의회 입장을 전혀 반영하지 않은 일방적인 방침”이라고 불쾌감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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