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교안 국무총리 후보자의 국회 본회의 임명동의안 처리가 진통을 겪고 있는 가운데 16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국무회의장에서 열린 서울청사와의 영상 국무회의에 총리석이 비어진 채 회의가 열리고 있다. 이날 회의는 최경환 국무총리 직무대행이서울청사에서 주재했다. /연합뉴스
 황교안 국무총리 후보자 임명동의안과 국회법 개정안을 둘러싼 대치 정국으로 6월 임시국회가 요동치고 있다.

 새누리당은 황 후보자 임명 동의안의 본회의 통과 시한을 17일로 제시하고 새정치민주연합이 표결에 동참하지 않을 경우 단독 처리도 불사하겠다고 최후통첩을 한 상태다.

 반면 새정치연합은 청문회에서 제기된 병역 기피 및 변호사 시절 전관예우 의혹 등에 대한 후보자의 사과와 자료 제출 의무를 강화한 인사청문회법 개정 등을 요구하며 요지부동이다.

 양당 조해진·이춘석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회동을 열었으나 17일 오전 다시 만나기로 하고 입장 차만 확인한 채 돌아섰다.

 새누리당은 18일 시작하는 대정부질문에 앞서 정의화 국회의장이 인준안을 직권상정해 주기를 바라고 있다. 그러나 그동안 인사청문회나 쟁점 법안 처리와 같은 고비마다 여야 합의를 중시했던 정 의장이 여당의 요청을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이와 관련, 정 의장은 “17일 오전까지 여야 협상을 지켜보겠다”는 기존 입장에서 변함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행정부도 황 후보자의 인준안 처리 지연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최경환 국무총리 직무대행은 이날 총리실 간부들을 만난 자리에서 “국회가 총리 인준을 하지 않고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은 국민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정면 비판했다.

 국회의 총리 인준 절차가 진행되는 과정에 총리 직무대행이 국회를 이렇게 비판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청와대 관계자도 전날 “법을 만드는 국회가 총리 후보 인준안 처리를 위한 법정시한을 지키지 않았다”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이와 함께 국회법 개정안도 일부 수정해 정부로 이송한 데까지가 예고편이었다면, 본격적인 갈등 국면은 이제부터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그것도 단순히 여야 구도가 아니라 입법부와 행정부가 맞서고, 당청과 여권 내 계파 갈등이 촉발되는 형국까지 연출될 개연성이 커졌다.

 정 의장의 중재에 따라 국회가 시행령에 대해 ‘수정·변경을 요구한다’는 조항에서 ‘요구’를 ‘요청’으로 바꿨지만, 청와대는 “한 글자만 바꿨을 뿐 달라진 게 없다”는 부정적 입장을 나타냈기 때문이다.

 정 의장 측은 애초 원안도 위헌성이 낮다고 판단했지만 청와대의 반대 기류에 따라 문구 수정을 주도하고도 또다시 반발에 부딪히자 “다른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며 불쾌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심지어 새정치연합 이종걸 원내대표는 기자단 오찬에서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 재의결하면 유승민 원내대표가 의결 정족수를 만들어 주기로 약속했느냐”는 질문에 고개를 끄덕이며 “정치인으로서의 약속이다. 정치인 간에…”라고 답했다. 여당도 개정안을 재의결하는 데 동참하겠다고 약속한 것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 민현주 원내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유 원내대표는 이 원내대표와 회동한 자리뿐 아니라 그 외의 어떤 자리에서도 그 같은 발언을 한 적이 없다”고 강력히 반박하자, 새정치연합 박수현 원내대변인은 이 원내대표의 발언에 대해 “‘유 대표도 평소 그 정도의 정치적 신뢰를 가지고 있다’는 취지로 답변한 것이지 명시적으로 (재의결해 준다고)답변한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이 원내대표가 발언이 와전됐다며 물러서긴 했지만 여야의 반박·해명 해프닝은 정치권이 거부권 정국을 얼마나 민감하게 받아들이는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 박근혜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당청은 물론 여당 내 친박(친박근혜)계가 원내지도부를 겨냥해 책임론을 제기하면서 계파 갈등이 촉발되고, 여야 관계 경색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일단 정 의장은 박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도록 청와대와 집중적으로 물밑 접촉을 시도할 계획이다.

 정 의장은 16일 연합뉴스 기자와 만나 “청와대 측에 곧 연락해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얘기하겠다”고 말했다.

 청와대에 거부권 기류가 강한 것은 사실이지만 청와대로서도 거부권을 선뜻 결정하기는 어려운 형국이다.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속에서 ‘거부권 정국’이 펼쳐지면 국정 운영 지지율에 타격을 가할 수 있고, 황 후보자 인준안도 국회 본회의 통과를 기다리는 현실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새정치연합이 황 후보자를 ‘부적격’으로 결정 내린 상황에서 인준안을 통과시킬 방법은 정 의장이 본회의에 직권으로 상정하고, 의결 정족수를 넘기기 위해 새누리당이 표결에 거의 전원 참여해 과반의 찬성표를 던져야 한다.

 결국 정 의장과 새누리당의 전폭적인 지원 없이는 총리 임명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전날 개정안이 정부로 이송됐지만 청와대가 즉각 공식적 입장을 발표하지 않은 것도 상황 변화를 예의 주시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거부권 행사 여부는 오는 23일 또는 30일까지 시간을 두고 ‘장고’에 들어갈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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