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케아 옷장에 갇힌 인도 고행자의 신기한 여행
로맹 퓌에르톨라 / 밝은세상 / 280쪽 / 1만2천 원.

올해도 외국 소설의 인기는 여전하다. 교보문고 6월 3주 베스트셀러 명단에 든 국내 소설은 한 권도 없고 외국 소설은 3권이나 순위에 올랐다.

이 같은 외국 소설의 인기를 15일 출간된 프랑스 소설 「이케아 옷장에 갇힌 인도 고행자의 신기한 여행」이 이어받을 듯하다.

2014년 쥘 베른 상 등을 수상한 저자 로맹 퓌에르톨라(Romain Puertolas)는 전업 작가가 아닌 특이한 경력의 소설가다.

현재 위조문서를 가려내는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프랑스 경찰관이지만 다양한 인생을 살고 싶었던 그는 작곡가·어학 교사·번역가·항공기 승무원·슬롯머신 청소원 등 여러 직업을 전전하며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고 한다.

38세가 되기 전까지 프랑스·스페인·영국을 오가며 무려 31차례나 이사를 다닌 그의 유럽 여행담은 이번 소설의 토대가 됐다.

실제 이 책에 등장하는 인도 고행자와 밀입국자 사람들과의 만남도 불법 이민 관련 서류분석 담당자로 일할 때 만났던 인물들을 기억해 상상력을 보태 풀어낸 것이다.

소설을 쓸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해 머릿속에 떠오른 문장을 바로바로 스마트폰에 옮겨 적거나 빵집이나 슈퍼마켓 계산대 앞에서 줄을 서서 기다리는 동안 글을 써 책을 발간했다고 하니 신기하기만 하다.

300쪽도 안 되는 이 책은 특유의 익살과 함께 교훈적인 내용을 보여주는 희극소설이다.

「이케아 옷장에 갇힌 인도 고행자의 신기한 여행」은 인도 고행자인 주인공 파텔이 이케아 침대를 사기 위해 무작정 파리행 비행기에 몸을 실으면서 시작된다.

파리에 도착한 파텔은 공항에서 택시를 잡고는 ‘이케아’ 한 마디를 외친다. 택시기사 귀스타브는 파텔에게 택시 요금 바가지를 씌우기로 작정하지만 도리어 사기를 당하고 만다. 속은 귀스타브는 이후 파텔을 쫓기 시작한다.
이케아 매장에서 침대를 사기는커녕 옷장에 갇힌 파텔은 영국·프랑스·스페인·이탈리아·리비아를 거치며 생전 겪어보지 못한 희한한 유럽 여행길에 오른다. 이후 파텔은 예기치 못한 돌발 상황을 겪어가며 삶의 진정한 가치를 찾게 된다.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삶을 살아가는 데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된 것이다.

오로지 자신의 배를 채우기 위한 삶을 살아온 파텔은 어느새 자신의 삶을 반성하기에 이른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앞으로 남을 속이지 않고 정직하게 돈을 벌기로 하고 작가가 되기로 결심한다.

이어 우연히 쓴 소설이 인기를 끌면서 번 돈을 불법 이민자들에게 나누어 주고 짜릿한 행복감도 맛본다
소설 속의 여행이 끝나갈 무렵, 독자들은 저자가 전하려는 메시지를 눈치채게 된다. “나를 위한 삶보다는 남을 위한 삶이 진정 자신이 행복해지는 길이라는 걸.”
한편, 김훈의 소설 「칼의 노래」를 프랑스어로 옮겼던 실력 있는 역자 덕분에 소설 읽기가 한결 수월하다.

내 데이터를 가져다 뭐하게

   
 

말테 슈피츠·브리기테 비어만/ 책세상/ 284쪽/ 1만5천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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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데이터를 가져다 뭐하게」란 제목처럼 정보사회에서 개인정보가 본인의 뜻과 무관하게 축적되고 활용되는 현실의 위험성에 대해 경고한 책이다.

저자인 말테 슈피츠(Malte Spitz)는 ‘내 개인정보를 누가 지배하는가’에 대한 호기심으로 지난 2011년 통신사가 수집해 보관하고 있는 자신의 통신정보를 입수한 뒤 이를 일반에 공개하면서 주목받은 독일 녹색당 정치인이다.

당시 그는 이동통신사를 통해 통화·문자 메시지·이메일 등 자신의 6개월 동안의 삶이 기록된 3만5천830행의 표를 보고 깜짝 놀랐다고 전한다.

이에 정보의 자기결정권에 대한 법적·윤리적 물음을 제기하며,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정보의 자기결정권이 얼마나 중요한 인권인지를 강조한다.
현장감 있는 탐사식 구성으로 영화나 소설 못지않게 읽는 재미를 더한다.

의사가 권하고 건축가가 짓다.

   
 

이시형·김준성 / 한빛라이프 / 216쪽 / 1만4천800원.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정신과 의사인 이시형 박사와 건국대학교 건축전문대학원 교수로 재직 중인 건축가 김준성이 만나 「의사가 권하고 건축가가 짓다」란 책을 펴냈다.

‘인간이 건강하게 살기 위해 필요한 공간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고민한 이시형 박사가 강원도 홍천에 한 치유센터를 설립하면서 건축가 김준성을 설계자로 만난 인연이 공동 집필로까지 이어진 것이다.

이 책에서 이 박사는 “자연의 시간에 맞춰 살라”며 “인간에게 필요한 공간은 자연의 시간에 맞춰 살 수 있는 공간”이라고 설명한다. 또 “해가 뜨면 일어나고 해가 지면 잠을 자야 하듯 사람은 어스름 공간에 있을 때 잠이 잘 온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건축가 김 교수는 “자연을 닮은 공간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그는 우리가 사는 데 어떤 공간이 필요하고, 어떻게 그 공간의 구현이 건축학적으로 가능한지를 우주의 원리에 빗대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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