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지역 유통업계가 깊은 시름에 빠졌다. 메르스 공포 때문이다.

시민들은 메르스로 백화점 등 지역 내 다중집합시설 이용을 기피한다. 지금의 사회 분위기다.

그런데 유통업계는 일 년 중 가장 큰 대목인 ‘여름 정기세일’을 목전에 두고 있다. 메르스가 ‘일 년 장사’에 가장 중요한 여름 정기세일에 찬물을 끼얹지 않을까 고심이 크다. 그래도 기간을 줄여 세일 행사를 하겠다는 입장이다.

18일 백화점 등 지역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백화점 인천점은 올해 여름 정기세일을 오는 26일부터 다음 달 19일까지 24일간 진행한다. 신세계백화점 인천점은 이보다 한 주 늦은 다음 달 3일부터 같은 달 19일까지 17일간 진행할 계획이다.

업계는 여름 세일 매출을 연간 5~10%가량으로 잡고 있다. 이에 따라 과도한 세일 기간이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에 이번 여름 정기세일 기간을 지난해에 이어 절반가량 줄였다. 지난 4월부터 매출이 회복되고 있는 점을 감안해 여름 세일로 상승세를 이어간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메르스가 ‘복병’이다. 사태가 진정되지 않으면 고객의 발길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 경우 대량으로 준비된 세일행사 물품을 비롯해 가족 고객을 위해 준비한 체험 행사와 문화공연까지, 피해 규모는 예상보다 더 클 것으로 보인다.

실제 여름 세일에 앞서 시작하는 시즌 마감 행사에서 이미 불안감을 보였다. 시즌 마감 행사는 여름 정기세일을 앞둔 분위기 조성용이다. 지난 12일부터 행사를 시작한 롯데백화점 인천점 내 A브랜드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이 35% 감소했다. 또 다른 B브랜드 역시 20%가량 줄어 물량이 남아돌고 있다.

이들 브랜드들의 시즌 마감행사는 평소보다 30% 저렴한 상품을 연 2회 진행해 여름 세일 전에 모두 소진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여기에 여름 세일 기간을 줄인 업계 정책도 개운치 않다. 여름 상품을 기간 내 최대한 소진하지 않으면 이월상품으로 넘어가면서 상품으로의 가치가 없기 때문이다.

과도한 세일 기간이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업계 판단이 이번 메르스 앞에선 독이 된 셈이다. 가뜩이나 물량이 남아돌 것으로 예상되는데 기간마저 줄어 점포마다 대책 마련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메르스 사태가 진정되지 않으면 여름 정기세일을 위해 준비한 물량이 모두 남아 업계 피해가 클 것”이라며 “연초부터 살아나는 매출을 이번 메르스로 인해 모두 다 까먹었다”고 한숨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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