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승연 인하대학교 국제통상학과 교수

 송도 6·8공구에 들어설 것으로 보이던 엑스포시티 사업에 제동이 걸렸다. 엑스포시티는 라스베이거스 월드마켓센터와 시카고 최대 상품거래소인 머천다이즈마트를 벤치마킹해 연중 상설 엑스포 시장을 만드는 사업이다. 여기에 호텔, 음식점, 명품 프리미엄 아웃렛을 함께 조성하기로 해 송도의 마이스(MICE)산업을 활성화시키고, 랜드마크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엑스포시티 사업 제안자 월드마켓센터와 인천시와의 부지 매각 협상이 난항을 겪으면서 사업 성사에 의문이 든다. 인천시가 제시한 부지 가격과 월드마켓센터에서 제시한 가격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4공구에 ‘(가칭)신세계타운’을 조성하기 위해 부지 매각 협상을 진행 중이었던 신세계와 인천경제청 역시 현재 협의를 잠정 중단한 상태다.

올해 초부터 신세계와 인천경제청은 토지매매가격을 3.3㎡당 평균 850만 원대 중반으로 협의해 왔으나, 최근 인천시가 실시한 감사 여파로 인천경제청은 부지를 감정가로 매각하겠다고 밝혀 사실상 토지매매가격이 인상됐다. 신세계는 그 가격에 토지 매입은 어렵다는 입장이라 신세계타운 건립이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엑스포시티와 신세계타운의 투자 무산 위기를 보면 인천시와 인천경제청이 ‘자기 발등’을 사정없이 찍고 있는 것 같은 형국이다. 인천경제자유구역에 파격적인 규제 완화와 경쟁력 있는 세제 혜택을 줘 국내외 기업을 유치하고, 인천 경제성장의 발판으로 키워야 한다고 주장하던 인천시와 인천경제청이 오히려 규제를 강화하고 기업들이 투자하기 어려운 환경을 만들고 있는 것 같다.

지난 5월 현대경제연구원은 ‘동아시아 특구 경쟁력 비교와 시사점’이란 보고서를 통해 인천경제자유구역의 경쟁력이 홍콩, 중국 선전,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바탐, 말레이시아 이스칸다, 타이완 가오슝 등 타 국가들에 비해 크게 떨어진다는 내용을 발표했다.

인천은 산업용 부지 분양가가 타 국가 특구보다 훨씬 높아서 투자 효율성 부문에서 좋은 평을 받지 못했고, 투자자 보호가 미약하고 많은 규제들 때문에 기업들의 투자를 저해하는 측면이 커 투자환경 부문에서도 ‘최하위’에 머물렀다.

이에 현대경제연구원은 외국 기업에만 주던 특혜를 국내 기업에도 부여해 경제자유구역으로 기업들이 모여들도록 하는 단기적 대책과 함께 획기적인 수준의 규제 완화를 바탕으로 인천은 물론 국가 전체의 투자 매력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는 근본적 대책을 제시했다. 부지 가격으로 인해 협상에 난항을 겪고 있는 인천시와 인천경제청은 이런 연구 결과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인천경제자유구역은 전국 경제자유구역 중 외국인직접투자 비율이 94%에 달하는 등 경제특구로 가장 빠른 진척을 보이고 있다. 특히 송도국제도시는 UN녹색기후기금을 비롯해 국제기구가 13개나 몰려 있는 등 마이스산업의 메카로 성큼성큼 다가가고 있다.

최근 송도에서 개최되는 국제회의가 증가하고 있으며, 얼마 전 개항한 인천신항에 수천 명의 관광객을 태운 크루즈선 입항도 늘어나고 있다. 또한 전 세계 10억 인구가 즐길 프레지던츠컵 골프대회를 앞두고 있어 전 세계로부터 주목받고 있다.

상설 전시관과 상업 기능이 결합된 엑스포시티, 그리고 기존 송도 투자를 확정 지은 롯데, 현대, 이랜드와 함께 송도에 거대한 상업지구를 형성할 신세계타운은 마이스산업 도시로, 국제 비즈니스 도시로, 송도의 미래를 앞당겨 줄 앵커시설이 될 수도 있다.

지금 당장 적자 재정 등으로 인해 힘들다고 미래를 위한 중요한 투자유치에 소극적으로 대응해서는 안 된다. 어쩌면 지금, 송도가 국제도시로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기회를 눈앞에 둔 것일지도 모른다.

인천시와 인천경제청은 지금처럼 중요한 시기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송도국제도시가 인천시 경제 활성화는 물론 한국 경제를 이끄는 국제도시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관련 담당자들은 융통성을 발휘하며 선제적으로 규제를 풀 수 있는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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