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그룹 빅뱅의 컴백콘서트와 지뉴션의 뮤직비디오에 사용된 그라피티들이 모두 제 작품들이죠. 17년째 이 분야만 고집했던 노력들이 최근에야 알려지면서 나름 고생한 보람이 생기네요.”

국내 이름값 하는 그라피티 작가 중 한 명인 레오다브(37·최성욱)는 2007년부터 고향인 인천에 둥지를 틀고 활동 중이다. “최근 유명세를 치르고 있는 기분이 어떠냐”라는 질문에 손사래를 친다.

“얼마 전 지하철 전동차나 빌딩 벽면에 몰래 그린 외국인 그라피티 작가들 때문에 이곳저곳에서 많은 인터뷰 요청이 온 건 사실이에요. 하지만 그라피티는 곧 낙서라는 이미지가 확산되면서 활동 입지가 줄어 수입도 떨어져 고민이에요.”

사전적 의미로 분무기(스프레이)로 그려진 낙서 같은 문자나 그림을 뜻하는 말인 그라피티(graffiti)가 알려진 건 사실 몇 년 되지 않는다.

레오다브가 그라피티를 알리기 위해 하소연에 가까운 이런 글을 2013년 12월 인천문화재단 게시판에 올린 적도 있을 정도였다.

‘우리나라의 경우엔 길거리의 그림을 예술을 생각하지 않고 있는 것 같습니다. 무분별한 거리의 낙서가 아닌, 정말 거대한 갤러리를 걸으면서 작품도 감상하고 관광할 수 있는 명소가 인천과 대한민국에도 생겼으면 합니다. 그라피티 아트에 관심을 가져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생소한 장르의 무명작가였던 그가 불과 2년여 만에 소위 떴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많은 관심을 받고 있지만 그의 생각은 달랐다.

“‘버스킹(busking·길거리 음악공연)’을 음악의 한 장르로 인정하게 됐듯 그라피티도 거리의 낙서가 아닌 ‘스트리트 아트(street art)’로 알려지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는 그라피티하면 떠올리는 이미지를 벗어나 스트리트 아트로 인정받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지난 20일에 끝난 광명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그라피티 워크숍에서 초청강사로 나서거나 오는 8월 세종문화회관 광화랑에서 열리는 그라피티 기획전시회 참여 등이 모두 그런 노력의 일환이다.

하지만 그라피티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여전히 예술과 낙서 사이에 있는 건 사실이다. 레오다브는 외국 사례 등을 들어가며 이 문제에 대한 본인의 생각을 막힘없이 이야기했다.

“서울 홍대 거리에서 노래하고 연주하는 버스킹 공연이 시도된 초기에는 ‘시끄럽다’는 시민들과 상인들의 불만이 많았죠. 음악 팬들의 입소문을 타고 시간이 흐른 지금은 공연을 즐기고 거리가 활성화돼 좋아하는 분들이 더 많아요. 이런 사실 자체가 재밌고 흥미롭지 않나요?”
이 같은 사실에 근거해 그라피티가 대중 예술로 인정받기 위해선 작가와 대중의 거리가 좀 더 좁혀져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형편없는 낙서 같은 그림을 그려놓고 그라피티 작품이라고 하는 것과 작품당 무려 10억 원을 넘는 최고의 작가인 뱅크시가 우리 집 담에 그라피티를 남겨 놓은 것과의 차이점이라고 할까요?”

실제 영국의 유명 그라피티 작가 로빈 뱅크시(Robin Banksy 1974~)가 거리의 벽에 그려놓은 작품을 보존하기 위해 유리 벽을 설치하는 등의 사례들은 외국에서 낯설지 않다.

인천에서 활동 중인 레오다브는 “뱅크시, 키스해링 같은 세계적인 그라피티 아티스트들이 배출되려면 작가들에게 작업 공간을 배려해 줄 필요가 있다”며 인터뷰를 마쳤다.

뮤직비디오 배경으로 자주 등장하고 관광 명소로도 유명한 서울 압구정동 토끼굴 등과 같은 그라피티 작업 공간이 인천에도 생겼으면 하는 것이 그의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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