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요부(妖婦)의 상징인 `장희빈'이 또다시 TV 사극으로 부활한다.

KBS 2TV는 다음달 중순부터 조선 숙종조 붕당정치의 회오리바람 속에서 지략과 미모로 부침의 인생을 살다간 희빈 장씨의 삶을 재조명한 100부작 특별기획드라마「장희빈」(극본 김선영, 연출 이영국ㆍ한철경)을 방송한다.

제작진은 장희빈 역에 이영애ㆍ송윤아ㆍ강수연ㆍ채시라ㆍ김현주 등 톱스타들을 물망에 올려놓고 있는 상태. 이번 주말까지 캐스팅을 마무리할 계획이나 100부작인데다 연기력에 따른 부담 등을 이유로 배우들이 선뜻 응하지 않고 있어 섭외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숙종 역에는 MBC 「허준」의 주연 전광렬이 일찌감치 발탁됐다. 드라마 「신귀공자」「귀여운 여인」등을 쓴 김선영 작가가 극본을 집필한다.

▲장희빈은 누구 = 한국 사람이라면 모를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한 장희빈.그녀는 궁녀에서 왕비로 신분 상승했다가 하루 아침에 나락으로 떨어진, 극적인 삶을 산 여인이었다. 본명은 장옥정. 하급 중인 가문의 딸이었던 그녀는 궁녀로 입궐했으나 뛰어난 외모와 영악함으로 숙종의 마음을 단번에 사로잡았다. 대단한 야심가였던 그녀는 왕비가 되기 위해 당시 당파인 남인들과 결탁했다.

먼저 정권을 잡고 있던 서인은 인현왕후를 내세웠으나 남인이 서인을 정계에서 쫓아내자 정옥정은 인현왕후를 몰아내고 왕비가 된다.

그러나 영화를 누리던 시기는 잠시. 다시 서인이 재집권하자 인현왕후는 궁궐로 돌아오고 장옥정은 일개 후궁인 `희빈'의 지위로 강등당한다. 그 뒤 숙종은 궁궐의 뒤꼍에 방치하던 그녀에게 인현왕후 무고죄를 들어 사약을 내리게 된다.

▲역대 장희빈 = 한 사람의 인생이라고는 보기 힘들 만큼 극적 요소가 풍부한데다 인간의 가진 감정의 기복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장희빈은 그간 TV 사극과 영화에서 숱하게 다뤄져 왔던 `단골소재'였다.

시청자들이 잊을 만하면 한번씩 등장해 방송가에서는 장희빈의 `제작 주기'가 대략 7년이라는 속설이 나돌 정도.

지난 1961년 당대 최고 배우였던 김지미와 김진규씨가 각각 장희빈과 숙종을 연기한 영화「장희빈」(감독 정창화)을 시작으로 68년에는 임권택 감독이「요화 장희빈」을 선보였다. 이때는 신성일과 남정임씨가 숙종과 장희빈 역을 맡았다.

이후 82년 MBC「여인열전-장희빈」에서 `장희빈'역으로 대중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던 이미숙씨를 비롯해 88년 MBC「조선왕조 오백년-인현왕후」의 전인화, 95년 SBS 「장희빈」의 정선경 등이 `요부 장희빈'의 계보를 잇고 있다.

▲이번에는 뭐가 다른가 = 이영국 PD는 "극한적인 현모양처의 모습과 애정을 앞세워 신분상승을 일구어가는 인현왕후와 장희빈, 두 여성의 모습을 대비해 극적 요소를 높임으로써 여성 시청자들을 끌어들이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장희빈과 인현왕후의 갈등과 쟁투에 무게를 뒀던 과거 작품과 달리 숙종을 중심으로 남성들이 펼치는 정치의 소용돌이 속에서 희생양이 되는 여인의 모습과 군왕의 운명에 초점을 맞출 예정"이라고 밝혔다. 촬영은 다음주부터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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