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아름답고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예술에서 정답을 찾기란 정말 어렵지만 음악 단체 운영은 이와는 좀 다르죠. 인천 음악계를 위한 올바른 행정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한 번쯤 깊이 고민해야 할 시기입니다.”
거의 40여 년간 지역 음악계의 발전을 위해 남다른 애정을 쏟아 온 이종관(59) 한국음악협회 인천시지회장 겸 음악감독이 작심한 듯 말을 꺼냈다.

지난 26일 인천문화회관에서 진행된 인터뷰 내내 ‘음악인들을 위한 배려’가 그의 이야기 곳곳에 묻어 있었다.

“인천시립교향악단의 발전을 위해선 제일 먼저 단원들의 생계 걱정을 해소해야 해요. 초임 월급 120만 원, 30년 경력의 경우 연 4천만여 원 수준이다 보니 연습보다는 별도의 부업을 찾거나 진로를 고민해야 하는 구조에요.”
그는 서울시립교향악단의 예를 들며 추가 설명을 이어갔다.

“경제적 대우만 놓고 보면, 짧은 경력의 서울시향 단원도 4천∼5천만 원을 받는다고 하네요. 출발할 때 똑같은 실력을 가진 인천시향 단원이 나중에는 뒤질 수밖에 없는 이유죠. 인천시립합창단원도 마찬가지예요.”
이런 열악한 인천시향의 구조는 지자체의 어려운 재정 탓이지만 인천시향의 올바른 정체성을 세우지 못한 데도 이유가 있다고 봤다.

“베를린필하모니 등은 정말 훌륭한 교향악단이지만 지휘자 한 명 영입으로 그런 실력이 갖춰진 게 아니에요.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 같은 세계적으로 명성을 떨친 지휘자를 인천시향에 데려와도 현재와 같은 구조에서는 어려워요.”

거액을 쏟아 부어 영입했던 인천시향 예술감독들이 나간 뒤의 상황을 빗댄 말이었다.

“달라진 것이 뭐가 있느냐를 생각해 보면, 인천에 애정을 갖고 있는 지역 음악인들을 선임하고 키워주는 방향으로 바뀌어야 하는 거죠”
이어 인천시향 단원들의 출신지 비율을 꺼내 들었다.

“현재 90여 명의 단원 중 인천 출신이 14명 정도로 알고 있는데 이건 너무 심한 경우예요. 계속해 타 지역 출신 유명 음악가들을 영입한 결과라고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죠. 똑같은 음악 실력을 갖고 있으면 지역 출신을 우선 뽑는 청주·대구시향 등이 과연 잘못 운영하고 있는 건가요. 정답은 없겠지만 음악 실력과 지역성을 감안한 적정 채용비율은 분명히 있어야 한다는 것이 제 생각이에요.”
이종관 음악감독이 인터뷰 내내 인천 음악계를 되짚고 나아갈 방향을 강하게 말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인천에는 음악대학이 없어 타 지역에서 공부하다 외국 유학을 마치고 들어오는 음악인들이 부지기수에요. 하지만 이들을 받아주는 곳이 많지 않죠.”
그가 인천지역 후배들을 챙겨온 일은 잘 알려져 있다.

인천시 송림동에서 태어나 국립(현 KBS)교향악단과 인천시향에서 활동하다 2010년 명예퇴직해 인천음악협회장을 맡으면서 제일 먼저 한 일도 ‘인천뉴필하모니오케스트라’를 창단한 것이다.

후배들의 활동무대를 어떻게든 마련해 줘야겠다는 그의 생각이었다.

1999년 ‘웨스트 윈드오케스트라’ 창단, 2002년부터 ‘연수구립관악단’ 지휘자 활동 등도 다 비슷한 생각에서 비롯됐다.

“외국 유학 끝에 인천에 들어오면 뭐하나요. 활동 처를 찾지 못해 한두 달 놀다 보면 손이 굳어 큰일 납니다.”

그는 어렵게 공부한 지역 음악인들을 챙기는 분들은 따로 있다며 인천 클래식 팬들에게 공을 돌렸다.

“‘인천시향을 사랑하는 모임’의 대표인 우종윤 치과원장, 영림목재 이경호 대표이사 등이 계속해 순수 클래식 단체들의 버팀목 역할을 해주셔서 가능한 일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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