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저 (똑똑한 조직은 어떻게 움직이는가)  
캐스 R. 선스타인·리드 헤이스티/ 위즈덤하우스/ 312쪽/ 1만5천 원.
「넛지(nudge·2009년)」의 저자인 캐스 R. 선스타인이 글을 썼다는 이유만으로 신간 「와이저(wiser)」를 골랐다.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타인의 선택을 유도하는 부드러운 개입을 뜻하는 넛지 열풍을 불러온 「넛지」에 못지않은 수준 높은 책이었다.

이 책의 결론부터 말하면 ‘우리 개개인 모두를 합친 것보다 똑똑한 천재는 없다’는 것으로 ‘집단사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넛지」가 ‘똑똑한 선택을 이끄는 힘’을 강조했다면 「와이저」는 ‘똑똑한 개인을 넘어서는 똑똑한 집단의 합리적 사고’를 강조한 점에서 비교된다.

「와이저」는 집단의 실수를 최소화하고 똑똑한 집단(wiser)을 만드는 해결책을 제시하는 조직 행동 연구서다.
먼저 국가, 기업, 작게는 팀 단위로 벌어지고 있는 집단의 실수를 ‘비현실적 낙관주의(해피토크)’ ‘후광 효과’ ‘폭포 효과’ ‘집단 극단화’ ‘숨은 프로필’ 등의 개념으로 소개하고 있다. 그 예로 ‘폭포 효과, 첫 번째 의견이 가져온 비극’이란 제목으로 91쪽에 나온 내용이 볼 만하다.

자타가 인정하는 우수한 두뇌집단이 어떻게 잘못된 결정을 내리는지를 ‘배심원단의 심의’ 사례를 통해 지적한 것이다.

맨 처음 말을 꺼내거나 행동에 나선 사람에게 나머지 구성원들이 무작정 동조하는 과정을 보여주며 집단이 점점 획일화되는 경향을 날카롭게 분석한다.

이어 집단의 리더와 구성원이 그들과 관점이 다르거나 반대 의견을 가진 사람들을 어떻게 침묵하게 만드는지, 왜 낙관적 성향의 사람들이 모여 논의를 벌이면 더욱더 낙관적 결론만 내리게 되는지 등을 설명한다.

이와 함께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조직이 성공하는 여덟 가지 방법’도 설명한다. ‘비판적 사고 점화하기’, ‘자발적 침묵을 깨트리는 악마의 변호인 설정’, ‘익명으로 편향에 맞서는 델파이 기법’ ‘리더의 호기심과 과묵함’ 등이 바로 그것이다.

간단하게 설명하면 집단의 리더가 말을 아끼고 다른 구성원이 먼저 이야기하도록 부추기기만 해도 최고의 성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게 저자들의 주장이다. 또한 조직 내부의 비현실적 긍정 주의에 대항하며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는 레드팀(red team) 운영으로 기존 관행에서 벗어나 문제점을 찾아낼 수 있다고 말한다.

항상 ‘무엇이 잘못될 수 있을까’를 고민하며 최악의 시나리오를 제시하는 악마의 변호인(devil’s advocate)을 설정함으로써 집단사고의 위험을 제거할 수 있다는 방법도 안내한다.

이런 내용을 읽다 보면 국내에서 내로라하는 인재들인 엘리트 공무원과 의료진이 메르스 바이러스 하나 잡지 못하고 우왕좌왕하고 있는 이유에 대해 한 번쯤 생각하게 된다. 국가의 운명을 좌우하는 대형 프로젝트와 기업의 정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제대로 작동하는 ‘집단사고’가 중요하다는 것이 저자들이 이 책을 쓴 목적이다.

로맨스 푸어(Romance Poor)

   
 

이혜린(이채린)/ 소담출판사/ 336쪽/ 1만3천800원.

경제적 현실로 사랑과 낭만까지 고민하고 있는 청년 세대의 이야기를 주로 다룬 소설가 이혜린의 신작 「로맨스 푸어」가 최근 나왔다.

특유의 시니컬한 필체로 또래 여성들의 고민을 함께 나눠왔던 저자는 이번 작품에서 사랑과 일, 결혼에 대해 흔들리는 30대 여성의 가치관을 짚어봤다.

대강의 줄거리는 이렇다.

서울 한 도심에 좀비가 창궐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황당한 설정이지만 좀비 바이러스가 강북만을 휩쓴다. 이때 주인공 유다영 앞에 선 두 명의 남자, 좀비 바이러스 예방 주사를 놓아줄 수 있는 강남 남자 이성욱과 좀비와 함께 맞서 싸우는 강북 남자 우현.
목숨이 보장되는 안정된 결혼과 목숨도 걸 만한 짜릿한 연애 중 어떤 선택을 할지 고민하는 여주인공을 통해 20대와 다른 타협하는 30대의 연애 과정을 소설로 담아냈다.

좀비 스토리에 로맨스를 가미해 젊은이들이 좋아할 만한 현대적 소설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세상의 모든 고독 아이슬란드 

   
 

이준오/ 홍익출판사/ 248쪽/ 1만3천800원.

“내가 발을 디디고 살고 있는 세상의 어딘가에 이런 곳이 있을 거라곤 상상도 못 했다.”

‘신이 세상을 만들기 전 연습 삼아 만들어본 곳’, ‘태초의 지구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곳’이라는 수식어가 붙을 만큼 유명한 아이슬란드를 다녀온 여행기록을 담은 「세상의 모든 고독 아이슬란드」가 발간됐다.

이 책의 저자 이준오는 밴드 캐스커의 리더이자 영화 ‘더 테러 라이브’ 음악감독을 맡았던 음악인이다.

음악 활동 12년째에 접어든 저자는 심신이 지칠 대로 지치자 리들리 스콧 감독의 영화 ‘프로메테우스(2012년)’의 한 장면에 매료돼 무작정 아이슬란드로 떠나는 여행을 시작한다.

지구 북쪽 끝의 섬나라 아이슬란드 여행기와 풍경 사진을 소개하며 ‘하늘 아래 오로지 나 하나밖에 없다는 절대적 고독감’과 ‘자연 속에 파묻혀 오롯이 자기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봤던 자기 성찰의 시간’을 독자들에게 전한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