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상익 인천환경공단 이사장

 우리가 살아가면서 쓰다가 필요가 없다고 여겨져 버리는 물건을 통칭 쓰레기라고 부른다. 쓰레기의 역사는 인류의 역사 그리고 문명의 역사와 궤를 같이하여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선사시대에 인류는 동굴바닥에 오물을 버렸다가 공간이 비좁아지면 새로운 거처를 찾아 옮겨 다녔다.

기술발달과 도시화는 인구의 도시 집중을 초래하였다. 그 결과 도시생활에서 발생하는 쓰레기 처리는 자연의 자체순환 기능만으로는 감당할 수 없게 되었다. 특히 18세기 후반 영국에서 시작한 서구의 산업혁명은 쓰레기 처리문제를 더욱 심화시켰다. 생산, 소비, 폐기의 순환주기가 짧아지면서 쓰레기가 증가하였다.

소비자는 유행에 따라 옷을 사 입고, 다양한 물품을 수시로 구매하고, 각종 설치기기를 빈번하게 교체함으로서 수 백 년 동안 이어온 농경사회의 재활용방식을 포기하는 편안한 습관에 젖어들었다.

 20세기에 들어서서는 대량생산, 대량소비 경향과 풍요의 시대, 소비의 미덕이라는 풍조는 불필요한 쓰레기의 양산을 부채질하였다. 생산자와 상인은 제품 회전율의 가속화를 부추겼다. 성능이 개선되고 더 세련된 새로운 모델을 끊임없이 만들어 광고함으로서 이미 구매하여 쓰던 제품을 일순간에 헌 물건으로 만들어버렸다. 따라서 쓰레기 발생량은 선진국을 중심으로 폭발적으로 증가하여 왔다.

얼마 전 디스커버리 채널(Discovery HDWorld)에서 시리즈로 ‘Trashpolis(쓰레기 도시)’로 미국 뉴욕시, 프랑스 파리시, 이집트 카이로시의 쓰레기 처리문제를 차례로 방영한 적이 있다. 시간적으로는 멀리 고대 로마시대, 그리스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 인류가 걸어온 쓰레기의 역사를 재조명하고 있다.

또한 근대와 현대로 넘어 오면서 쓰레기 처리 문제의 심각성을 사회적, 문화적, 정치적 그리고 경제적 측면에서 일목요연하게 분석한 프로그램이었다. 세계 최대의 쓰레기 배출 국가인 미국은 초기 해양투기와 매립에서 분리수거와 재활용으로 정책의 전환이 진행되고 있다. 프랑스의 경우도 당초 매립 위주의 정책에서 자원의 순환과 재활용 쪽으로 정책의 무게 중심이 움직이고 있다.

한편 미국의 쓰레기사(史)를 다룬 대표작으로는 「낭비와 욕망: 쓰레기 사회사」(수전 스트레서, 2010)과 「102톤의 물음」(에드워드 흄즈, 2013)이 있다. 또 프랑스 쓰레기사(史)를 다룬 책으로는 「쓰레기, 문명의 그림자」(카트란 실기, 2014)가 있다. 우리나라 실정법상 쓰레기는 공식 용어로는 폐기물이라 불린다. 폐기물에는 생활 폐기물과 사업장 폐기물, 건설폐기물로 구분된다.

생활폐기물은 사람들의 일상생활에 수반되어 발생하는 쓰레기·분뇨 등을 사업장 폐기물은 사업 활동에 수반하여 발생하는 오니, 폐합성수지·폐유·폐고무 등을 말한다. 한국의 경우 2013년도 총 폐기물 발생량은 1일 38만2천81t(연간 1억4천t)으로 생활폐기물이 12.8%, 사업장 배출시설폐기물이 39.2%, 건설 폐기물이 48%를 차지하고 있다.

인천은 1일 2만311t을 배출하여 전국 배출량 대비 5.3%의 비율을 보이고 있다. 서울과 경기는 각각 9%, 17.7%를 차지하고 있다. 생활 폐기물의 경우 인천, 서울, 경기도가 전국 대비 각각 5.7%, 19.6%, 24.3%로서 수도권에서 총 49.6%를 점유하고 있다. 

쓰레기 처리는 전통적인 매립방식 뿐만이 아니라 소각, 재활용, 난방·전기 및 가스 에너지화, 퇴비화 등 다양한 방법이 선진국을 중심으로 꾸준히 개발되고 있다.

더욱이 쓰레기 처리사업이 이미 새로운 노다지 산업으로 각광받고 있다. 일본에서는 산업폐기물에서 희귀금속 채취를 취한 도시광산(urban mining) 사업이 만들어지기도 하였다. 세계 환경 분야 5대 강국인 미국·일본·영국·프랑스·독일이 주도적으로 세계 환경산업 시장을 좌지우지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한국은 다소 늦게 불루오션인 환경산업 분야에 뛰어들었음에도 짧은 기간에 선진국들과의 격차를 많이 줄이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인류가 사용하는 모든 물건은 자연으로부터 얻어진 재료로 만들어진다.

따라서 현행 기술수준과 경제조건에서 더는 분리할 수 없는 최종 쓰레기를 제외한 모든 쓰레기는 또 다른 원료이자 재료로서의 재활용 가치를 지니고 있다. 이것이야말로 새로운 자원의 순환체계로서 지구 환경도 살리고 국가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묘책이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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