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송도·영종신도시에 쏟아 부는 자본 덕분에 경제적 번영은 어느 정도 이룬지 몰라도 문화적 수준은 아직도 낮다고 봐야죠. 세계 문화와 경제를 이끄는 국제도시 두바이처럼 되려면 문화 인프라와 콘텐츠 확보를 지금부터라도 시작해야 합니다.”

환경과 문명에 대한 이야기를 대형 회화와 조각으로 풀어내는 작가이자 공공미술가로 잘 알려진 이호진(41)인천가톨릭대학교 회화과 교수가 인천지역 신도시를 두고 한 평가다.

“신도시에 입주한 수준 높은 주민들의 높은 문화적 욕구를 충족시켜줘야만 선진화된 신도시라고 할 수 있겠죠.”

인천 구도심에 대해서도 그의 설명이 뒤따른다.

“사람들이 사라진 구도심은 경제적으로 보면 버려진 지역이지만 예술가들이 보기엔 다양한 프로그램을 새롭게 시작해 문화예술인들의 메카로 만들 수 있는 기대 공간이에요.”
이렇듯 그는 정치·사회·지역적 이슈에 대해 관심이 많다. 그래서 ‘그 시대의 역사와 고민’을 강조하는 미술가 중 한 명으로 꼽힌다.

‘예술은 시대를 담는 거울’이라는 그의 생각은 독도와 DMZ 등 거대담론을 예술과 융합하려는 시도로 이어졌다.

2013년 한 역사재단이 추진했던 ‘독도 문화예술연구 프로젝트’에 그가 제안한 내용을 소개했다.

“쉽게 설명하면 독도만의 역사와 문화를 설명하는 미술건축물을 설치하자는 계획으로, 독도의 영유권을 공고히 하면서도 정치적이거나 대결적인 정서를 벗어나 문화 예술적 접근을 통해 국제·국내 사회에 공감대를 형성해보자는 시도였죠.”

하지만 그를 비롯한 예술가들의 뜻이 정치적 이슈로 가로막히자 이듬해부터는 비무장지대(DMZ) 평화공원 조성 프로젝트에 뛰어들게 된다.

국가의 분단과 전쟁을 연상시키는 DMZ에 공공 미술적 접근을 통해 ‘평화적으로 지켜야 할 대상’으로 인식시켜 남과 북이 하나 되는 평화적 미래를 구축해보자는 취지였다.

“DMZ와 예술의 융합으로 비무장지대의 명소화가 가능하다는 생각에서 출발한 것입니다. DMZ 세계평화공원을 구축해 국가적 문화예술 브랜드로서 가치를 인정받으며 국제사회의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다고 봅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DMZ 세계평화공원 선정을 놓고 강원도 철원과 경기도 파주가 경쟁 중이다.

“세계평화공원 후보지가 될 수 있는 DMZ 접경지역 중 하나인 인천의 관심은 크지 않아 아쉽죠. 강원도의 경우 지역 언론사와 지자체의 관심이 매우 높은 편입니다.”
인천도 DMZ를 주제로 한 다양한 소재가 있는 만큼 지자체와 예술가 등이 뭉친다면 못할 것이 없다는 설명이다.

이호진 교수는 인터뷰 말미에 화제를 돌려 학교 이야기를 꺼냈다.

“여러 교수들과 함께 아이들에게 회화와 함께 사진·미디어·설치예술 등 다양한 교육을 가르쳐 경쟁력 있는 미술가를 키워내려 노력 중입니다. 지역·사회에 대한 관심을 갖고 무엇을 변화시켜야 할지 고민해보면서 봉사할 수 있는 그런 인재들이 배출된다면 그것보다 더 큰 바람은 없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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