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에 대한 이미지의 이분화는 현모양처와 페미니스트로 구분될 수 있다. 어진 어머니인 동시에 착한 아내라는 뜻이 현모양처라면, 페미니즘은 성 차별적이고 남성 중심적인 시각 때문에 여성이 억압받는 현실에 저항하는 여성해방 정신을 뜻하며 이를 실천하는 여성을 페미니스트라 한다.

페미니스트에게 현모양처란 일종의 가부장적 세계가 여성에게 요구한 프레임으로 인식되기도 한다. 이는 어진 어머니와 착한 아내의 숨은 의미에는 여성의 일방적인 희생과 헌신 그리고 남성에게 지배당하는 소극적인 태도에서 그 문제점을 보고 있기 때문이다.

오늘 소개할 영화 ‘현모양처’는 남편과 아이들을 뒷바라지하며 살아온 한 여성의 삶에 주목하고 있다. 자신의 의견이나 목소리를 내기보다는 남편의 의견에 전적으로 따르고 동의했던 이 여성은 우연한 계기로 여성해방에 눈뜨게 된다. 그 과정을 유쾌하고 코믹하게 다룬 영화 ‘현모양처’를 만나보자.

시대는 1977년 프랑스에서 출발한다. 수잔느는 우산 공장을 경영하는 로베르 퓨졸의 아내로 늘 남편을 위하고 자식을 생각하는 전형적인 현모양처다. 30여 년 전 수잔느와 남편 로베르는 젊었고 뜨겁게 사랑하는 사이였으나 이제는 사랑보다는 정으로 매일을 함께하고 있다.

단, 예전과 크게 달라진 점이 있다면 남편의 불같은 성격을 들 수 있다. 워낙 순식간에 화가 올라오다 보니 어느새 남편은 집안의 절대자이자 폭군으로 군림하고 있었다. 그런 로베르의 불같은 성격과 언행에도 수잔느는 그저 남편을 살살 달래며 자신의 목소리조차 못 내고 산 세월이 30여 년이나 흘렀다.

그러던 그녀의 생일날, 남편이 감금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그가 운영하는 우산 공장의 직원들이 로베르의 독재적이고 억압적인 경영에 반기를 들어 그를 인질로 잡아갔다는 것이다.

이에 사건을 방관할 수 없었던 수잔느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조운영자들과 만나 사태진화에 힘쓴다.

설상가상으로 남편은 지병인 심장병이 악화돼 병원에 장기입원하게 되면서 그녀는 본격적으로 경영일선에 뛰어들게 된다. 그리고 짧은 시간 안에 공장 운영 정상화를 넘어 예전보다 더 높은 매출을 기록하는 등 순조로운 운항을 하게 된다.

 그러나 남편 로베르가 퇴원해 복귀하면서 분위기는 다시 전환점을 맞이하게 된다. 결국 회사와 가정 모두 예전으로 되돌리고 싶어하는 남편과 새로운 생활에서 만족해하며 과거의 삶으로 돌아가길 거부하는 아내 사이의 팽팽한 줄다리기가 시작된다.

국내에서 2010년 부산국제영화제를 통해 상영된 바 있는 영화 ‘현모양처’는 프랑스를 대표하는 젊은 감독인 프랑소와 오종의 독특한 코미디 작품이다. 이 작품은 1970년대 후반, 프랑스 사회의 변화하는 여성인권에 대해 단순하면서도 풍자적인 화법으로 몰입을 유도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사회적이고 정치적인 이슈에 대해 진지하고 무겁게 풀어가기보다는 완급조절을 통해 곳곳에 웃음 코드를 배치해 메시지를 잃지 않는 범위 내에서 전체적으로 유쾌한 흐름을 유지했다.

이 작품의 일등공신은 감독의 연출력과 더불어 뛰어난 연기를 보여준 배우들의 공이 크다. 특히 수잔느 역할을 맡은 카뜨린느 드뇌브의 연기는 특히 인상적이다.

1970년대 분위기를 복고적이고 자연스럽게 소화해 내기에 이보다 더 좋은 캐스팅은 없다고 느껴질 만큼 카뜨린느 드뇌브의 연기는 천연덕스럽다.

 그녀와 더불어 프랑스의 국민배우 제라르 드빠르디유와 파브리스 루치니, 카트린느가 삼각 구도를 이루며 탄탄한 연기를 선보이고 있다.

 오랜 내공이 쌓인 배우들의 열연과 함께 영화 ‘현모양처’는 변화하는 세상에 맞서 자신의 목소리를 당당하게 내기 시작했던 1970년대 여성과 그 사회를 신선하게 반영하고 있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