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정모 경인여자대학교 간호학과 교수

 지난 5월에 메르스 감염환자가 우리나라에 입국해 거의 두 달간 많은 이야기를 남기고 서서히 사라져가고 있다. 발생 당시에 우리가 부족하다고 이야기 하던 것들이 매번 그렇듯이 이번에도 기억 속에서 ‘그때 그랬지’로 마무리하게 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메르스였기 때문에 우리나라 사람들의 보건의료기관을 찾는 행위, 간호 행위, 자신의 질병을 관리하는 행위, 남을 배려하는 행위 등을 거울 보듯이 추적하고 관찰하고 문제를 분석하게 되었다.

 우리 스스로가 너무 당연하다고 여기고 한국 사람의 특성을 강조하면서 간병하고 병문안을 하던 것이 감염병을 계기로 문제가 있다고 자각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바라고 또 잊지 말고 개선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이번 메르스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많이 발생하고 사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가 한국에서 유행하는 바람에 세계보건기구 관계자들이 한국으로 많이 들어오고 병원과 관련요인에 대한 조사를 우리나라 보건당국과 함께 하게 되고 이에 대한 결과를 이미 발표하였다.

한국에서 초기대응에 실패한 것은 세계보건기구에서 지적하였고 보건당국에서도 인정하였다. 그 이후 대응에 대해서는 잘 하고 있으며 산발적으로 발생할 수는 있으나 종식될 것이라고 예측하였다.

이번 감염병은 보건당국만 잘 하고 있으면 모든 것이 마무리가 잘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안이한 자세에서 좀 탈피해야 하겠다는 적극적인 생각을 심어주었다고 본다.

너무 적극적이어서 나만 잘 살아야겠다는 생각에 격리대상자가 규칙을 어기고 여행을 가서 지속적으로 건강한 사람과 접촉을 한다거나 이미 접촉한 사람들을 찾아내지 못하게 만들어서 어디에서 감염되었는지를 모르게 만든다거나 하는 무책임한 행동의 몰지각한 시민도 있었다.

이런 여러 가지 알리고 싶지 않은 모습들이 우리의 모습이라는 것이 우리나라만 알고 있는 것이 아니고 전세계 사람들에게도 알려졌다는 것이 국제적인 감염병의 특징이다.

감염병 관리의 기본 철학은 공공에 대한 안전이다. 소수를 격리시켜서 치료하고 접촉자를 격리하여 관찰하는 것은 그들의 자유를 구속한다는 의미가 담겨있다. 그들은 누구에게서 얻었던 간에 다른 사람들에게 전파시키지 않기 위해서는 자신의 시간과 공간에 대한 자유를 일정기간 포기해야 한다.

이때에는 다수의 안전에 대한 정의가 우선이다. 이 때 개개인이 자신의 자유를 구속시킬 권리가 아무에게도 없다고 민원을 낸다고 한다면 법정감염병 관리는 매우 어려워지고 혼란을 야기 시킨다.

두 달간 많은 사람들이 다수를 생각하고 절제하고 국가의 지시에 따라주기도 했지만 많은 사람들이 개별적으로 행동하여 더 많은 손실과 혼란을 야기 시키기도 했다.

처음 메르스 환자가 경유한 병원을 밝히지 않은 행위부터 시작하여 너무 많은 사건들이 개개인이 혹은 기관이 다수의 공중의 안전 및 보건보다 앞선 우선순위에 있었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다. 기침하는 사람이 마스크를 쓰는 행위, 없을 때에는 손으로 가리면서 기침하는 행위, 그보다 더 바람직한 것은 자신의 팔을 들어서 팔에 기침하는 행위 등은 상대방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배려하는 공중에티켓이다.

감염병을 예방하는 것은 기본적인 철학에서 시작하여 끝난다. 기본을 지키지 않을 때 감염병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전파시키고 더 많은 사람들에게 공포를 심어주며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하게 된다.

지역사회로 전파되지 않고 주로 원내감염으로 마무리 되면서 병원 쇄신, 보건의료체계의 쇄신, 간병문화 변화 등 여러 가지 문제를 지적하고 있으나 우선 우리의 공공의 안전, 공중질서, 공중보건을 위해서 공공에 대한 배려와 기본철학에 충실해야 할 것이며 이를 지키는 것이 다수를 지킬 뿐만 아니라 자신의 안전도 지키는 것이라는 것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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