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국성 변호사/기호일보 독자위원장

 중국의 저명한 여성 변호사가 지난 9일 경찰관 20~30인에 의하여 연행되었고, 북경에 있는 그녀가 근무하던 법률사무소 소속 변호사들 10명과 사무소 직원들의 행방도 명확하지 않다는 언론의 보도가 있다.

일본의 시사통신사의 보도에 따르면, 중국에서 인권사건에 과감하게 대처하여 오던 왕우 성변호사, 이화평 변호사등 10여명의 저명한 인권변호사가 공안당국에 의하여 강제 연행되었다고 한다.

왕 변호사와 이 변호사 등의 문제에 대하여 전국의 인권파 변호사 110명 이상이 인터넷에 성명을 내고 관계 당국에 대하여 법적인 대응을 하고 있다고 한다.

시사통신사에 실린 지난 4월경 북경 시내에서 촬영했다는 왕우 여변호사의 사진이 아련하게 눈에 들어온다. 칼라 사진으로 실린 왕우 변호사의 사진을 보면서 진심으로 마음이 아팠고 세계 경제대국이라는 중국에서 인권문제를 변호한다는 이유로 탄압을 받는 것 같아 슬픈 마음이 들었다.

사진 속에서 밝게 웃고 있는 왕 변호사의 얼굴을 보면서 지금은 얼마나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을까 생각하니 너무 안타깝다.

90년도 초, 변호사로서 활동을 시작한 지 몇 해가 지나지 않은 해였다. 주위 분들의 소개로 인천 모 공안기관에 수감되었다는 국가 보안법 위반사범인 학생들과 노동자들을 접견한 바 있다. 당시에 어느 여학생이 지하실에 갇혀있었고, 여러 명의 학생이 다른 방에 수감되었다고 들었다.

이제는 시간도 오래되어 당시 학생의 이름이나 얼굴도 제대로 기억되지 않지만, 당시 가족과 함께 열심히 변호한 것으로 기억된다. 그리고 나중에 시민단체 활동을 하면서 내가 변호한 그 여학생을 행사에서 만났다. 어엿하게 성장한 그 모습이 너무나 대견하였고 한편으로 고마웠다.

보이지 않는 저런 학생들의 희생과 열정이 대한민국의 민주주의의 초석이 되었기 때문이고, 처음의 열정을 버리지 않고 시민단체에서 주요활동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한편으로 결혼도 하여 아이도 갖고 평범한 시민으로서 평범한 일상생활도 가져 주길 기원하였다.

과거 군사 정부 시절인 1984년경 사법연수원을 다니면서 이미 고인이 되신 여러 인권 변호사분들을 만난 적이 있었다. 당시 인권활동가로 유명했던 황인철 변호사님과 식사를 하면서 보냈던 시간들이 참으로 인상적이었다.   

인권이라는 가치는 민주주의라는 정치 사상적 가치를 초월한 인류 보편적 가치이다.

우리나라가 북한 인권사무소를 서울에 개설한 것도 북한 국민의 인권을 우리가 늘 관심을 갖고 살펴보고 인권보호에 기여하자는 의미이다.

이번에 시사통신사가 보도한 왕우 변호사, 이화평 변호사 등 인권활동 변호사들에 대한 대대적인 연행소식은 인권이라는 인류 보편적 가치가 무참하게 정치권력에 의하여 짓밟히는 것은 아닌지 심각하게 걱정스럽다.

중국의 고유 정치 체제가 존중되어야 하고 사법제도 역시 존중되어야 한다는 주장에는 적극 찬성이다. 중국의 장구한 역사와 문화를 연구해 보면, 그 심오한 정치사상체제의 발달을 이해할 수 있고 현재의 정치제도와 사법제도에 대하여 나름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인권이라는 가치를 정치제도와 사법제도의 상위 개념으로 보고 있는 사람이라면, 인권문제를 거론하고 인권관련 사건을 변호한다고 하여 정치적, 사법적으로 부당한 대우를 받거나 신념을 억압받아야 한다는 주장에는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현재 중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왕우 변호사를 비롯한 인권활동가들에 대한 정치적, 사법적 처리에 대하여 우리도 관심을 갖고 지켜보아야 하는 당위성이 충분하다고 본다.

시사통신사의 기사에서 안경을 쓰고 밝게 웃고 있는 왕우 변호사가 앞으로도 건강한 모습으로 인권활동가로서 국내외에서 활동할 수 있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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