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를 보고 연극에 미친 사람이라고 해요. 의미 있는 내용으로 꾸며진 작품을 무대에 올려 단지 관객들과 이야기하고 싶었을 뿐인데 과찬의 말씀이시죠.”

사실 신승일(47) 극단 자투리 예술감독에게 ‘연극에 미친 예술인’라는 표현은 과언이 아니다. 적어도 3천만여 원 들여 연극을 제작하지만 매출이 고작 200만여 원도 안 나오는 인천의 연극 시장을 고집하기 때문이다.

“원가대로라면 5만 원을 받아야하는 연극 티켓을 척박한 현실상 1만 원에 팔 수 밖에 없어 적자가 불가피하죠. 연극에 미치지 않고서는 버틸 수 없기에 그런 의미에서 열정을 버리지 않고 있을 뿐입니다”

신 감독이 연출을 맡아 인천 문학산을 배경으로 남녀의 사랑 이야기를 그린 뮤지컬 ‘약속’의 지난 6월 인천·대학로 공연의 흥행 성적 또한 별로 좋지 않았다.

하지만 여기서 멈출 신 감독이 아니다. 지난 10일 인천시 남동구 간석동에 있는 사무실에서 만난 그는 9월에서 열릴 ‘제3회 인천 이중언어 연극제’ 준비에 한창이었다. 

“하나의 연극을 2개국의 극단이 맡아 공연하는 것으로 국내에서는 보기 드문 연극 공연 시스템입니다. 앞날을 고민하는 이민자들과 연극인 등이 모여 국제적인 연극 교류와 함께 연극의 지평을 넓혀 에딘버러 못지 않는 연극제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인터뷰 내내 계속 연극 이야기가 이어진다. 그는 무대 배우로, 극단 연출가로, 학교에서는 연기 지도자로 지난 25년 간 꿈을 이루기 위해 쉼 없이 달려왔다.

“대학생 때 연극에 관심을 가져 1991년 극단 입단, 2003년 California State University, Long Beach에서 학위를 받고  2006년 귀국 후 인천 남구에 있는 학산소극장에서 기술감독으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고향도 아닌 인천에서 뿌리를 잡고 지역 연극을 살려보겠다’라는 생각으로 직장을 그만두고 지난 2009년부터는 독립해 연극 제작에 나섰다.

“한창 번성했던 인천 연극의 쇠락는 역설적이게도 대학로의 성공에서 기인하죠. 관객과 연극 배우 모두가 대학로의 흡인력에 빨려 들어가고 있는 게 어쩔 수 없는 현실이랍니다. 인천에서 제작되는 연극이 독립적으로 설 수 있는 시장이 형성되기 전까지는 이런 악순환은 계속 되겠죠. 하지만 누군가는 인천을 위해 헌신해야 해야 하지 않을까요?”

신승일 예술감독은 자체 연극시장을 갖추지 못한 인천의 현실을 두고 한 가지 제안을 했다.

“학생들에게 예술 감상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합니다. 좋은 그림을 보고 연극의 매력에 빠져 본 어린 학생들이 나중에 어른이 돼 자연스럽게 예술 공연을 찾게 될 때 예술의 시장 외연이 확장되는 겁니다. 그런 의미에서 학생들이 졸업하기 전에 필수적으로 예술 작품 몇 개를 선택해 봐야 한다는 규정이 필요합니다”
그의 지론으로, 관련 포럼이나 모임에서 이런 주장을 한 적이 많다. 하지만 돌아오는 답변은 ‘획일적이고 비현실적 발상’이라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이 대목에서 그의 목소리가 높아진다.

“영화 등 다른 장르에 비해 연극인 등 유난히 배고픈 예술인들을 위해 꼭 필요한 조치라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그는 인천의 연극 발전을 위해 의미 있는 비유를 들어 설명하며 인터뷰를 마쳤다.

“학생들이 입시과목만 공부하고 미술·음악 등은 도외시하는 입시교육이 문제죠. 전인 교육을 생각하는 교육자라면 정규 교육 시간을 꼭 지키라고 하겠죠. 이런 발상이 획일적이라고는 안 하죠. 마찬가지입니다. ‘예술공연 관람 규정’ 등의 조치로 죽어가고 있는 지역 예술 시장을 살려야 합니다. 이게 예술계 ‘비정상화의 정상화’를 위한 첫 걸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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