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한국에 사는 20대가 가장 싫어하는 말은 ‘삼포 세대’다. 현실과 미래는 답답하지만 그렇다고 포기할 수 없기 때문이다. 1980~90년대 ‘압축 성장’으로 대변되는 한국 경제가 호황을 누리고 있을 때 태어난 이들이지만 누가 봐도 나태하지 않을뿐더러 갖출 건(스펙) 다 갖춘 세대다. 

 이들은 씨(?)가 마를 정도라는 고용시장에서 그 어느 세대보다도 치열한 경쟁을 치르느라 ‘피 마르는’ 하루를 보내고 있다.

 "청년에게 미래가 없으면 나라의 미래도 없다"고 한다. 이들에게도 ‘희망’이란 단어만을 주문처럼 되뇌기엔 취업의 장벽이 너무 높다. 실업률 11%에 육박하는 최악의 실업난이다.

 하지만 이런 상황 속에서도 ‘진주’는 있기 마련이다. 분명 희망을 현실화하는 이들이 있다. 인천상공회의소에서 운영하는 ‘FTA 전문인력 양성 프로젝트’를 통해 취업에 성공해 ‘새로운 삶’을 시작한 ‘20대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편집자 주>

 # 대학을 다니지 않았지만 종합물류기업에 입사=원성빈(29·인천시 남구)

▲ 원성빈
 원성빈 씨는 대학을 다니지 않았다. 학점은행제를 통해 군대에서 취득한 4년제 학사학위 졸업장만 가지고 있을 뿐이다.

 ‘스펙도 빽도 없던’ 그가 DHL코리아에 입사하게 된 주된 이유는 뚜렷한 목표의식을 바탕으로 한 전문성을 갖췄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원 씨는 "취업을 준비하는 데 있어서 뚜렷한 목표 설정을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목표가 있으면 계획이 생기게 되고 계획을 지키려고 노력하다 보면 어느새 목표에 다다르는 것을 볼 수 있다"고 전했다.

 그는 "저를 포함해 인천상의의 FTA 교육과정에 지원하신 분들은 이미 취업에 대한 자신감이 떨어지거나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지원했을 공산이 크다"면서 "교육과정에서 가장 크게 얻어야 할 것은 뚜렷한 목표의식과 전문성"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또한, 원 씨는 입사 후 2개월 동안 진행된 신입 사원 교육에서 FTA 실무를 통해 배웠던 내용들이 그대로 반복돼 우수한 교육 성적을 받은 사례를 전하며, 계약서와 운송장, 신용장 작성과 같은 실습 시간에 집중할 것과 원산지 관리사와 같은 자격증 취득에 주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입사 후 소감을 묻는 말에 그는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기분이 좋았다. 꿈만 같아 한동안 어안이 벙벙했다"고 말했다. 이미 DHL 통관부서에 지원했다가 한 차례 고배를 마신 뒤였기 때문이다.

 원 씨는 현재 통관부서가 아닌 고객센터에서 일하며 물류 흐름 등 FTA 교육과정에서 배운 내용들을 100% 활용하고 있다. 인천상의 교육과정을 통해 그의 인생이 새롭게 바뀐 것이다. 그래서일까. 그는 교육 기회를 제공한 인천상의와 강사진에게 진심으로 감사해 했다.

 그는 "인천상의에서 교육을 받지 못했다면 아직도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쓰고 또 쓰며 남들처럼 스펙 쌓기에 열을 올리고, 이런저런 많은 회사에 원서 밀어 넣기를 되풀이하고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 경력직 선호 무역회사에서 경력직 버금가는 ‘스킬’ 발휘=이현지(26·여·인천시 연수구)

이현지 씨는 남동인더스파크에 소재한 ㈜유열티앤씨의 신입 사원이다. 물론 그 역시 인천상의의

▲ 이현지
FTA 무역인력 양성과정을 수료하면서 취업에 큰 전기를 마련했다. 대학교 4학년 2학기 중반부터 토익점수 높이기 등 본격적인 취업 준비를 하던 그였지만, 경력직을 선호하는 고용시장에서 회사업무와 관련된 실제적 경험이나 직무 지식이 전무 하다시피 해 취업에 대한 부담감이 컸다고 한다.

 그러던 중 취업 사이트를 통해 인천상의에서 주관하는 FTA 무역인력 양성 모집 공고를 접하고, 6주간의 교육을 거쳐 전문적인 취업 관련 지식과 스킬을 쌓는 발판을 마련했다.

 이 씨는 "교육 과정에서 무역과 원산지 관리 등에 관한 기본적인 지식뿐만 아니라 막연하게 느껴졌던 취업에 대해 좀 더 구체적인 방향을 잡을 수 있게 됐다"며 "저와 비슷한 처지에 있는 다른 교육생들과 취업에 관한 정보도 공유하고 이야기를 나누며 여러모로 큰 도움을 받았다"고 말했다.

 물론 중소기업에 입사해 보니, 대기업과 비교해 직원의 복리후생이나 업무의 세분화 등에서 미흡한 부분도 보였지만 그만큼 더 책임감을 갖게 되고 많은 일도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가끔 다른 직원분들과 함께 영화를 보는 등 소소한 재미도 느낄 수 있고, 술을 마시지 않는 저를 위해 술을 강요하지 않고 함께 맛있는 음식점을 찾아다니는 회식문화도 잘 맞는다"고 했다.

 하지만 이 씨도 처음에는 업무가 밀려 일을 빨리 처리하지 못해 당황한 적도 여러 차례 있었다고 한다. 이탈리아에서 온 바이어 앞에서 제품 브리핑을 하는 도중 너무 긴장해 목소리가 갈라져 바이어들에게 웃음을 준 민망한 상황도 있었다.

 그는 "대기업·공기업 같은 곳에 취직하는 것도 좋지만, 회사를 규모로 판단하지 말고 그 회사에서 어떤 업무를 하는지, 그 업무가 나에게 잘 맞는지가 가장 중요하다"며 "즐겁게 일할 수 있는 회사의 분위기와 환경, 그리고 구체적 업무 내용이 회사를 선택하는 데 기준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 FTA 교육과정 거치면서 새로운 진로 발견=박광진(28·인천시 계양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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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광진

 박광진 씨는 인하대 국제통상학부를 졸업하고 현재 서울 강서구에 위치한 관세법인 더블유의 신입 사원으로 일하고 있다. 그는 관세전문가로서 수출입 통관과 FTA·AEO 등 관세통상 분야와 관련된 기업을 대상으로 컨설팅을 수행하고 있다.

 박 씨의 원래 취업 희망분야는 기업의 해외 영업 혹은 마케팅 부서였다. 그는 "졸업을 미룬 상태로 구직활동을 하던 중 인천상의가 주관하는 FTA 무역인력 양성과정에 대한 모집 공고를 접했다"면서 "당시만 하더라도 FTA에 대해 들어는 봤지만 공부해 본 적도 없었고, 관심을 가져본 적도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처음 접하는 분야에 대한 도전의식이 발동했고, 교육을 들으면 들을수록 해외 영업팀 보다는 여러 기업의 케이스를 보고, 그러한 케이스에 대해 연구하고 솔루션을 제공하는 컨설팅 쪽으로 관심이 옮겨지게 됐다고 했다.

 박 씨는 "컨설팅 기업에 관해 알아보던 중 인천상의의 교육담당 관세사에게서 현재 다니고 있는 회사를 소개받아 이력서를 제출하고 면접 과정을 거쳐 취업에 성공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규모가 작은 기업에서 일하다 보니 필연적으로 1인 2역, 1인 다역을 수행하는 상황이 발생했지만 개인 역량의 급성장과 많은 기회를 잡을 수 있는 장점이 됐다"고 말했다.

 또한, 대기업의 경우 개개인의 아이디어나 제안을 회사로 전달하기 위해서는 복잡한 보고체계를 거쳐야 하지만 중소기업은 개개인의 목소리가 실제 회사 운영에 곧바로 반영될 기회가 많고, 본인이 회사의 일원이라는 유대감도 강하다고 설명했다.

 박 씨는 "‘대기업 아무 부서나’라는 생각보다는 ‘자신이 정말 하고 싶은 것’을 찾는 게 우선"이라며 "이미 자리를 잡고 있는 대기업보다는 하나씩 만들어 나가고 본인과 함께 발전해 가는 중소기업이 결과적으로 득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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