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지난 3일 인천여성인력개발센터에서 만난 김은하(45·여·인천시 부평구)씨.

 방과 후 강사로 재취업을 희망하는 김 씨는 한 자녀를 둔 전직 학원 강사 출신이다. 방과 후 강사로 재취업을 위해 현재 인천여성인력개발센터에서 하루 일과의 절반을 보낸다. 김 씨는 이날도 강단에서 수업을 하는 강사의 눈을 못 뗄 정도로 ‘학구열’을 보였다.

 요즘 바뀐 교육 추세를 익히기 위해 손동작 하나도 놓치지 않았다. 그는 15년이라는 공백기가 있는 ‘경력단절 여성’이다.

 육아와 가사를 위해 다니던 직장을 그만둔, 흔히 말하는 ‘경단녀(경력단절 여성)’다. 하지만 김 씨는 ‘경단녀’라는 말에 상당한 거부감을 보인다.

 그에게는 육아의 경험이 중요했던 만큼 ‘경력 단절’이란 말에 동의할 수 없어서다.

 김 씨는 "10여 년 육아를 하면서 더 많은 것을 습득한 주부에게 경력 단절이라는 말은 틀린 표현"이라며 "우리는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주부로 이직한 여성일 뿐"이라고 전했다.

 그는 방과 후 강사 수업은 급변하는 교습법을 배우기 위한 과정으로 육아를 수업과 접목해 더 많은 것을 얻고 있다고 했다.

 #2 인쇄출판 편집디자인 수업을 수강하고 있는 최정인(45·여·인천시 남동구)씨.

 그 역시 ‘경력 단절’이란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 최 씨 또한 육아로 직장을 그만둔 15년 차 ‘경력’을 가진 주부지만, 독창성과 섬세한 편집 솜씨는 막 졸업한 취업생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육아를 통해 겪은 아이들의 톡톡 튀는 창의력은 그를 더 발전시켰다. 그는 주부여야만 겪을 수 있는 다양한 사회 경험에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

 특히, 현재 자신이 배우고 있는 디자인 분야에서는 육아의 경험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최 씨는 "디자인은 아이디어와 독창성이 있어야 한다"며 "아이들이 가진 무한한 상상력을 같이 공유한 주부에겐 아주 중요한 경험"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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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성 파워, 불황을 이겨낸 원동력

 외환위기 이후 여성 취업은 많이 늘었다. 한국노동연구원에 따르면 1998~2010년 사이 농림·어업을 제외한 남성 취업자가 22.5% 증가했지만, 여성 취업자는 남성보다 더 많은 32.4%나 늘었다. 외환위기 이후 상당 기간 여성이 고용 증가를 선도하고 있다.

 여성들이 다양한 분야에서 인정받고, 사회 곳곳에서 리더로서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는 얘기다. 글로벌 기업에서는 여성 리더는 흔한 현상이다. 인천에 본사를 둔 세계적인 자동차 생산 기업 한국지엠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한국지엠의 여성 인력은 800여 명으로, 전체 사무직 임직원 6천여 명 중 13%가 넘는다. 한국지엠의 여성 임직원 비율은 국내 완성차 업계에서 가장 높다.

 여성의 사회 진출이 늘면서 한편으론 어두운 면이 생겼다. ‘경력 단절 여성’이 그렇다. 육아와 가정의 양립 속에서 나타난 여성 사회의 아픈 이면이다. 결국 ‘경단녀=가정주부’로 인식되는 게 지금의 우리 모습이다. 그만큼 아직 사회는 일과 가정을 동시에 돌보기가 어렵다는 얘기다.

 현대 여성들은 결혼을 하면서 직장과 육아의 갈림길에서 항상 고민을 한다. 특히, 출산을 앞둔 여성들에겐 한 번은 겪을 수밖에 없는 필연이다. 이때 대부분의 여성은 엄마로서 출산과 동시에 육아에 전념한다.

 이는 사회 경력 단절을 의미한다. 하지만 육아가 여성들의 경력을 단절한다는 얘기는 ‘옛말’이 됐다. 재취업을 준비하는 여성들의 취업 열기가 식을 줄 모른다. 경단녀가 여성 사회에서 ‘도전의 상징’으로 변하고 있다.

 # 인천 여성 도전 정신, 전국 최고

 인천지역 경력단절 여성을 포함한 여성들의 취업 열기는 전국 7개 특·광역시 중 으뜸이다. 여성 역할이 다양한 현대 사회에서 인천지역 경제 발전에서 주축이 된 지 오래다. 통계청에 따르면 만 15세 이상 인구 중 여성 경제활동 참가율(2015년 5월 기준)은 53.9%로 나타났다. 경제활동 참가율은 실업자와 구직률을 포함한 비율로, 인천이 전국 대도시 중 가장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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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시는 ‘인천 여성일자리 창출 지원 본부(이하 본부)’ 구성을 추진 중이다. 여성의 취업 열기를 실제 취업으로 이어가기 위한 조치다. 본부의 최종 목표는 경력단절 여성의 재취업과 고용 유지다. 또한, 체계적인 여성 일자리 조사연구 및 분석, 프로그램 개발로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율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시는 이 같은 사업을 (재)인천시여성가족재단을 통해 2018년까지 추진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최근 경력단절 여성을 위한 ‘여성 새로 일하기 센터(이하 여성새일센터)’ 운영을 보다 효율적으로 지원하고, 협력체계를 높이기 위해 ‘지원협의회’를 구성했다. 지역에 있는 여성새일센터는 취업 지원 서비스를 원스톱으로 제공하는 기관이다.

 여성가족부와 고용노동부가 지정한 여성새일센터는 인천지역에 총 7개소가 운영 중이다. 경력단절여성 취업 상담과 직업교육 훈련, 인턴십 및 사후관리 등의 업무를 하고 있다.

 여성새일센터를 이용하는 경력단절 여성은 연간 1만7천600여 명에 이른다.

 김명자 인천시 여성가족국장은 "여성새일센터가 시와 구의 업무 협의를 통해 보다 발전적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고, 경력단절 여성에게 ‘취업 성공’이란 긍정적인 메시지와 삶의 질 향상에 도움을 줄 수 있는 협의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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