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장수시대!’ 사람의 평균 수명이 100세 이상으로 보편화 되는 ‘호모 헌드레드 시대’가 눈앞에 다가왔다.
 건강하고 행복한 노년의 삶을 꿈꾼다면 노후 준비는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인천시만 하더라도 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 노인(30만5천여 명)이 자치하는 비중이 10.5%로, 이미 고령화 사회로 진입했다.
 고령화 시대에 직장이나 사회생활을 은퇴한 노인들을 위한 일자리 마련이 어느 때보다 시급하다.
 본보는 창간 27주년을 맞아 ‘진취적 사고’로 젊은이들조차 취업이 안되는 암울한 고용 현장에서 10대 1의 경쟁을 뚫고, 당당히 바리스타로 거듭난 ‘할매 커피 전문가’를 만나 그의 행복한 삶과 얘기를 들어봤다.<편집자 주>

 "요즘 들어 젊어졌다, 예뻐졌다는 소리를 부쩍 많이 들어요. 자식들 모두 시집·장가보내고 늦었지만 다시 저를 위한 인생을 살 수 있어서 굉장히 행복합니다."

카페 어울림 최화자 대표.jpg
▲ 카페 어울림 최화자 대표

 평범한 전업주부에서 실버 바리스타로 ‘인생 2막’을 시작한 하정자(62·여·사진)씨.

 노동의 진정한 가치를 몸소 체득한 베이비 부머 세대에 속하는 하 씨는 노년의 무기력한 삶을 과감히 떨치고 일하는 보람과 생동감 넘치는 ‘제2의 삶’을 선택했다.

 지난 2월 부평구노인인력개발센터에서 운영하는 ‘카페 어울림’ 노인 일자리 사업 모집에 응모한 하 씨는 10대 1의 치열한 경쟁률을 뚫고 당당히 ‘1기 실버 바리스타’가 됐다.

 평소 커피 만들기와 화초 가꾸기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커피 전문가가 되기 위해 센터에서 진행하는 이론과 실습교육 외에도 밤낮으로 커피 공부에 매진해 다른 동료들보다 일찌감치 바리스타 자격증을 따냈다.

 하 씨는 "베이비 부머 세대에게 바리스타는 선망 직종 1위로 꼽힐 만큼 인기가 많다"며 "맥심 세대가 아메리카노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은 젊은이들의 고정 관념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그는 "바리스타로 시작한 새로운 인생이 아직도 흥분된다"며 "많은 사람이 행복한 얼굴로 내가 만든 커피를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면 주어진 시간 외에도 더욱 오래 일하고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센터에서는 노인들이 8시간 풀 타임으로 일하게 되면 신체에 무리가 갈 수 있기 때문에 바리스타 1명당 하루 6시간, 한 달 8회로 근무시간을 제한하고 있다. 하 씨를 포함해 지난 5월 정식 문을 연 카페 어울림에서 근무하는 실버 바리스타는 모두 24명.

 60~70세 여성들로 구성된 이들 역시 하 씨처럼 300명이 넘게 지원한 부평구 노인 일자리사업에 당당히 바리스타로 선발돼 제2의 인생을 살아가고 있다.

 희끗희끗한 머리에 이미 인생의 황혼기에 접어든 노인들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세상의 편견을 깨고 최소 임금 수준의 적은 급여를 받고 있지만 이들에게 일자리는 곧 자존감이자 삶의 보람이다.

 일을 시작할 때만 해도 커피 추출과 기계 작동에 서툴러 손님을 서로 피했다는 웃지 못할 에피소드를 가진 이들지만 이제는 각자 자신만의 주특기 메뉴가 있을 정도로 성장해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27-2.jpg
또한, 드리퍼와 종이 필터를 사용해 커피를 추출하는 핸드 드립과 생두에 열을 가해 볶는 로스팅 기법 등 커피 전문가로 거듭나기 위한 이들의 노력과 열정은 식을 줄 모른다.

 하 씨는 "각종 커피 머신에 더 익숙해지고 더 전문가적으로 일하기 위해 일하는 시간을 늘리고 싶지만 다른 바리스타 분들에게도 기회가 공평하게 제공돼야 하기 때문에 참고 있다(웃음)"며 "손님들과 남편은 제가 만든 커피 중 카페 라테가 제일 맛있다고 한다"고 귀띔했다.

 그는 "누구나 행복하고 건강한 노년을 꿈꾸지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라며 "100세 시대를 맞아 일자리를 찾는 노인분들이 급증하고 있지만 이들의 눈높이에 맞는 양질의 일자리는 없는 것 같다. 행복한 노년을 살아갈 수 있도록 정부와 지자체가 노인 일자리 마련에 힘썼으면 좋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실제, 31만 명에 육박하는 인천시 노인 인구 중 취업을 원하는 약 4만 명의 노인 중 일자리를 찾은 노인은 2만 명 정도에 불과하다. 나머지 절반은 지금도 거리를 전전하고 있다. 이처럼 사회적 지위와 일자리 상실로 자신감을 잃고 있던 노인들에게 카페 어울림은 지속 가능한 일자리와 고정 수입을 제공해 이들의 삶의 질 향상에 한 몫하고 있다.

 카페 어울림 최화자 대표(부평구노인인력개발센터장)는 "카페를 통해 1차적으로는 어르신들의 소득 창출을 통한 자립과 사회 참여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바리스타로 일하는 노인들을 통해 노인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를 만들고, 참여 어르신의 삶의 질이 실제적으로 향상되는 계기가 되고 있다"며 희망을 전했다.

27-1.jpg

 또한, 문을 연 지 2개월 만에 어울림 카페는 부평구의 상징적 쉼터이자, 세대 간 소통의 장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어 노인 일자리 확대의 성공 사례로 떠오르고 있다는 게 최 대표의 설명이다.

 그는 "실버 카페는 이익을 창출하기 위한 공간이 아니다"라며 "노인분들께는 새로운 보금자리이자, 제2의 인생이 시작되는 설레는 공간이고, 학생들에게는 독서와 과제물 수행이 가능한 공간, 직장인들에게는 회의와 업무 공간, 마을 주민들에게는 언제든 찾아와 휴식과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사랑방’ 역할까지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래서 카페 이름도 ‘어울림’으로 정했다고 최 대표는 강조했다.

 그는 "카페 이름처럼 ‘어울림’이 지역 주민들을 위한 나눔과 봉사, 소통과 희망의 ‘롤 모델’로 성장하고, 인천 지역 곳곳에 제1·2, 제3의 카페로 확대돼 더 많은 예비 바리스타 어르신께 일자리를 제공했으면 좋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