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전 정부는 이천 하이닉스 제2공장의 증설을 불허했다. 국토균형발전을 위해 수도권 내 공장 증설에 예외를 두지 않겠다는 정부 방침이었다. 

 3년을 공들여 온 이천시민의 숙원이 하루아침에 물거품이 된 순간이었다. 이후 이천시민들은 하이닉스 공장 증설 허용을 요구하는 대규모 상경집회를 갖는 등 사활을 건 투쟁을 시작했다. 결국 22만 이천시민과 이천시, SK하이닉스의 의지가 빛을 발하며 공장 증설이라는 쾌거를 이뤄냈다. 절망에서 희망을 찾은 그 숨 가쁜 8년의 과정을 정리했다.<편집자주>

 # 절망-무산된 꿈

 2007년 1월 정부는 하이닉스 이천공장의 구리공정 생산라인 전환 및 공장 신설을 불허했다. 당시 하이닉스는 2010년까지 이천공장에 13조5천억 원의 사업비를 들여 생산라인 3개를 증설하는 계획안을 정부에 제출했었다.

 반도체 생산 비중 세계 9위, 실적 7조9천억 원, 종업원 수만 9천500여 명에 달했던 하이닉스는 이천지역 경제의 중추였다.

 하지만 정부는 수도권정비계획법상 자연보전지역이며 환경정책기본법상 구리와 같은 유해물질 배출 시설의 입지가 불가능하다며 강경 입장을 보였다. 하이닉스의 공장 증설이 무산될 위기에 처하자 당시 시장이던 조병돈 이천시장은 당장 지역사회 관련 기관 및 사회단체와의 연대회의를 갖고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이천시민의 생존권이 걸린 문제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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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후 하이닉스 공장 증설을 위한 범시민 총궐기 대회가 열렸다. 당시 참여한 이천시민만도 1만2천여 명에 달한다. 이들의 구호는 "하이닉스 공장을 증설해 국가 경제를 살려내자"였다. 하이닉스 이천공장 증설을 요구하는 대정부 투쟁이 시작된 것이다. 광화문 정부중앙청사에서 조병돈 이천시장을 비롯해 이천시의원들의 1인 시위가 시작됐고 시민들은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왔다.

 하지만 정부는 요지부동이었다. 정부는 2007년 1월 24일 국가균형발전과 구리 문제를 들어 공장 증설 불가 입장을 공식 천명했다. 지역 민심은 분노하기 시작했다. 이천지역 시도의원과 국회의원이 국회의사당 앞에서 삭발을 단행하고 4천400여 명의 이천시민은 버스 112대를 나눠 타고 상경 투쟁에 나섰다. ‘구리’를 상징하는 가면과 ‘규제’를 상징하는 새끼줄, 그리고 팔당호의 ‘맑은 물’을 뜻하는 흰옷을 입고 응집된 힘을 보였다.

 이천시민의 분노는 경기도 전역으로 확산됐다. 수원종합운동장에서 하이닉스 공장 증설을 촉구하는 경기도민 궐기대회가 열리고, 경제계와 정치계, 여성계, 노동계가 똘똘 뭉쳐 정부를 압박했다. 이렇게 두 달여의 투쟁의 계속됐지만, 정부는 뜻을 굽히지 않았고 결국 하이닉스 공장 증설은 무산됐다.

 

 # 희망-끝나지 않은 투쟁

 2008년 8월 하이닉스 소유의 6만㎡ 농지가 공업지역으로 변경되면서 다시 공장 증설의 희망이 싹트기 시작했다. 이천시는 경기도와 함께 구리공정 전환을 위한 법령 개정에 나섰고 3년여의 투쟁 끝에 2010년 규제개선의 성과를 이뤄냈다.

 시민들의 이러한 마음과 SK그룹의 의지가 보태져 2013년 12월 결국 이천시민의 염원인 SK하이닉스 이천공장 증설이 결정됐다. 당시 조병돈 시장은 "칠수 만에 간절히 염원하던 대학 입학을 앞둔 신입처럼 만감이 교차한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드디어 SK하이닉스가 2014년 1월 대규모 투자를 시작했다. 이로 인해 이천지역 발전의 커다란 전환점을 맞았다.

 같은 해 4월에는 이천시와 SK하이닉스가 만나 동반성장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하기도 했다. 이 양해각서에는 2021년까지 SK하이닉스는 15조 원을 투자해 제조시설과 유틸리티 시설 그리고 자재창고, 기숙사 등을 연차적으로 건립기로 돼 있다.

 자재창고는 이미 작년 6월 초에 완공했고, 공장 증설 동 2-1차분도 올해 4월 말 이미 완공했고 오는 8월까지는 이곳 2-1차분 공장 증설 동에 기계 및 여러 장치를 설치한다. 게다가 기숙사는 10월 준공된다. 이후 오는 2021년까지 공장 증설 동 2-2차분 완공과 기계·장치 등 설비가 끝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현재까지 SK하이닉스 증설과 관련해 직·간접으로 일자리를 찾은 인원은 연구직, 사무직, 도급 인력 등을 포함해 약 3천500명으로 파악되고 있다. 무엇보다 지난 2013년 11월 서울대 경제연구소는 ‘SK하이닉스 증설로 향후 7년간 55조 원의 생산유발 효과와 18조 원의 부가가치 효과, 21만 명의 고용창출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분석 결과를 내놨다.

 최근 이천 지역에는 지역 경제와 관련해 두 가지 주목할 일이 있었다. 하나는 사상 최대 흑자를 낸 하이닉스가 법인 지방소득세로 541억8천만 원을 19년 만에 납부해 지방재정에 효자 노릇을 했다는 것이다.

 잘 키운 자식 하나가 집안을 일으키듯 잘 키운 기업 하나가 지역 발전을 견인할 주춧돌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35만 계획도시의 큰 발판을 마련했다고 봐야 할 것이다.

# 조병돈 이천시장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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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 공장 증설에 따름 감회가 남다를 것 같은데요
 칠전팔기(七顚八起)의 결연한 의지와 칠수(七修) 만에 간절히 염원하던 대학 입학을 앞두고 있는 신입생처럼 만감이 교차합니다. 가슴 벅찬 기쁨의 눈물이라도 흘리고 싶은 것이 제 솔직한 심정입니다.

이제 이천시는 SK하이닉스 증설을 계기로 지역 발전에 커다란 획을 긋게 됐습니다. 이 영광스러운 결정을 이끌어내기 위해 모두가 고생했고 힘을 합쳤으며, 오랜 시간 사투를 벌였습니다. 우리의 외침과 주장이 상처와 좌절로 되돌아 왔지만, 결코 포기하지 않은 우리 모두의 승리입니다.

-SK하이닉스 증설 규모는
 SK하이닉스는 현 이천(M10) 공장을 획기적으로 탈바꿈시킬 최첨단 공장 증설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현재 창고 및 기숙사로 사용하고 있는 건물을 철거하고 그 자리에 부지를 마련해 새로운 공장과 클린룸을 건설한다는 입장입니다.

 공사는 내년 상반기에 착공하며 8년간 최대 15조 원의 투자가 예상됩니다.

-공장 증설에 대한 신념이 있었나
 SK하이닉스는 지난 2006년부터 이천공장 증설을 추진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하이닉스 이천공장 증설이 불허되자 타 지역으로 간 사례도 있습니다.

이때 이천 시민의 좌절감은 상상을 초월했죠. 삭발과 상경투쟁으로 우리의 의지를 보였지만, 끝내 우리의 주장을 관철시키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SK하이닉스가 언젠가는 꼭 증설될 것이라는 확고한 신념을 갖고 있었습니다.

-SK하이닉스 공장증설이 이천시에 미치는 영향은
 SK하이닉스 증설 투자규모를 보면 직접 투자비가 15조 원에 육박합니다. 여기에 직·간접적 고용 인원은 4천여 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천공장 증설을 계기로 SK하이닉스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는 물론 향후 7년간 34조 원의 수출증대 효과와 1천여 개 협력업체의 동반성장이 기대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서울경제연구소에 따르면 향후 7년간 55조 원의 생산유발 효과, 18조 원의 부가가치 효과, 21만 명의 고용창출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시민에게 한 말씀
 SK하이닉스 증설은 제가 민선 4기 출범 초기부터 최근까지 가장 역점적으로 추진해온 사업입니다. 7년 만에 얻은 큰 결실이자 이천시의 승리입니다. 이천은 이번 SK하이닉스 증설을 계기로 세계 반도체 중심 도시로 성장할 것입니다. 도시 브랜드가 올라갈 것이며, 경제유발 효과가 이천시 곳곳으로 퍼져 나갈 것입니다.

SK하이닉스 증설을 향한 시민 여러분의 염원과 격려 그리고 우리 시의 끈질긴 노력과 SK그룹의 의지가 한 곳으로 모여 오늘의 좋은 결실을 맺게 됐습니다.

다시 한 번 시민 여러분께 감사드리며, 저는 이천의 꿈을 향해 지금도 내일도 그리고 더 먼 미래에도 치열하게 고민하고 변함없이 달려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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