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키호테의 무모한 ‘도박’이자 ‘쇼’라는 의구심을 불러일으켰던 경기도 연정이 도입된 지 1년이 지났다. 야당과의 권력 ‘분점’을 선언한 남경필 경기지사의 연정은 그에 대한 전례가 없던 만큼 불가피한 시행착오와 좌충우돌 속에서도 꾸준히 성장 중이다.

 이와 함께 경기연정은 여전히 남 지사의 ‘이미지 정치’에 불과하다는 의구심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또 도의회와 도교육청, 도내 시·군 및 타 광역단체로 이어지는 연정의 광폭적 확대에도 불구, 실제 정치적·정책적 체감효과는 미미한 수준이다.

 경기연정의 지난 1년을 되돌아보며 성과와 과제를 진단해 본다.<편집자 주>

 경기연정은 중앙정치와는 다른 소통과 화합을 통해 여야는 물론 기관 대 기관의 대립을 최소화하는 상생의 모델을 시스템화했다는 점에서 비교적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지방자치라는 기조 속에서 소통과 화합을 통해 진화된 정치 모델을 선도하고 있는 것이다. 여야 대립과 수(數)의 정치가 일상화된 중앙의 종속으로부터 지방정치를 분리하고 합의에 기반을 둔 ‘진짜’ 자치를 실현하려는 움직임을 뚜렷하게 그려내고 있다.

 하지만 연정의 의미를 과다 해석하기보다는 초기 연정 도입의 취지에 맞는 시스템의 견고화를 우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상철 교수(경기대 정치대학원)는 "단순한 포용과 협력적 행위를 ‘연정’이란 이름으로 과잉포장하는 것은 연정의 의미를 반감시킨다"며 "본래 연정의 의미에서 벗어나지 않는 진지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경기도 연정 출항 1년… 상생의 성과들

 여당 소속 도지사와 여소야대 구조의 도의회 간 기관 대립을 타파하기 위한 배경에서 추진됐던 경기연정은 사실상 지난해 12월 취임한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이기우 사회통합부지사의 취임으로 본격적인 항해에 돌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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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회통합부지사는 보건 복지·여성, 환경, 대외 협력 등 3개국 17개 과에 대한 관할권을 비롯해 6개 도 산하 공공기관장에 대한 인사 추천권도 갖게 됐다. 그간 단체장의 고유 권한을 야당에게 나눈 것이다.

 또 연정 합의를 통해 새정치연합의 대표 정책으로 꼽히던 ‘무상급식’ 예산을 확대 확보함은 물론, 이를 ‘학교교육 급식’이란 명칭으로 제도화하는 데도 성공했다. 그간 새정치연합이 다수당을 차지한 도의회와 여당 소속 도지사가 수장인 도 집행부는 매년 연말 예산심의 시 무상급식 예산 편성을 두고 마찰을 빚어왔으나 ‘연정’을 계기로 갈등 해소의 발판을 마련한 것이다.

 특히 법적 한계에도 불구, 전국 광역단체 최초로 도 산하 공공기관장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도입한 것은 주목할 만한 성과로 꼽힌다.

 도지사가 일방적으로 행사하던 인사권에 제동이 가능해짐으로 인해 산하기관장에 대한 정책능력, 도덕적 리더십 검증이 가능해진 것이다. 청문회에서 후보자 2명이 야당의 반대로 낙마하기도 했다.

 연정은 지난 10년간 불화를 거듭하던 경기도와 경기도교육청 간의 협력도 일궈냈다. 도는 도교육청과의 고질적 다툼의 원인이던 법정 전출금을 우선 해결하는 데 무게를 뒀다. 남 지사와 이재정 도교육감은 지난달 30일 교육협력을 위한 공동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또 도와 도의회가 참여하는 연정실행위원회를 구성해 도 산하 공공기관의 경영합리화를 논의하는 동시에 재정 전략회의를 통해 도의 재정운영 방향을 함께 논의키로 했다.

 도의회 한 관계자는 "연정을 통해 정책과 예산에서 서로 합의할 수 있는 공통분모를 찾아내려는 소통의 장이 마련됐다는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며 "새누리당과 새누리당 소속인 남 지사의 차이를 없애는 것이 아닌, 도민을 위해 당을 넘어 협력하고 정책을 추진하고 실현하는 것이 바로 궁극적 목적"이라고 말했다.

 #연정의 제도화와 시스템화

 그간 경기도의 연정은 정치적 측면에서 효과가 극대화됐음에도 불구, 이를 제도화하거나 규범화하는 과정에는 퀘스천마크(물음표)가 붙는다.

 또 31개 시·군과 도교육청, 강원도 등 타 광역단체와의 소통에도 ‘연정’이란 이름이 따라붙게 되면서 초기 연정의 목적과 주체가 불분명해지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된다. 연정이 단순한 정치적 수사에 불과한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따라서 ‘연정 시리즈’의 확대보다는 본래 연정의 도입 취지 및 연정의 본질적 의미에 초점을 두고 이를 체계화·제도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최근 남 지사가 도의회와의 연정 2라운드로 추진 중인 ‘연정예산’은 절차와 방법론적인 부분에서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도의회와 예산편성권을 나누겠다는 것이 남 지사가 주창한 연정예산의 목적인데 도 전체 실·국의 투자재원이 명확하게 배분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내년도 추진예정 사업만을 단순 ‘보고’하는 형식에 그치다 보니 본디 목적의 불분명성을 증폭시키고 도의회의 불신만 키웠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다수의 도의회 의원들은 "연정예산에 대한 의미와 그에 따른 방법이 무언지 알 수가 없다"며 "실·국별 실링도 나뉘지 않은 가운데 나열식 사업보고만 늘어놓는 것이 과연 남 지사가 말하는 연정예산인 것인지 체계적 진정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연정으로 인해 새로이 도입되는 시스템과 절차를 상호 깊게 논의하고 이를 분명한 제도로 견고화하려는 진정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연정의 한 주축인 새정치연합의 역할 재점검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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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야당’ 사회통합부지사의 역할에 대한 선명성이 필요하다. 도와 도의회 간의 ‘소통’을 임무로 추천된 자리임에도 이에 부합하는 절차와 장치는 분명하지 않다는 평이 많다. 이미 일각에서는 ‘들러리 연정’, ‘생색내기 연정’ 등의 비판적 논쟁들도 노출되고 있다.

 정책적인 측면에서도 민선 5기 당시 대두한 생활임금, 무상급식 등의 의제 외 사회통합부지사와 야당이 관할하는 보건 복지·환경·여성 등의 분야에서 새로운 의제를 형성하고 핵심정책을 발굴해야 한다.

 경실련 경기도협의회 박완기 사무처장은 "도민이 체감할 수 있는 의제와 정책 개발·실행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라며 "사회통합부지사가 집행권을 가진 영역에서 새로운 정책적 시도와 성과를 도출하는 것이 향후 과제로 꼽힌다"고 말했다.

 새정치연합이 다수당을 차지한 현재의 구조를 약화해서도 안된다. 현재 경기도의 연정은 도의회 정당분포가 양당체제라는 점에서 논리적으로 야당의 역할이 약화할 수밖에 없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하지만 이는 연정의 효과를 반감하게 하는 것이다.

 박 교수는 "새누리당 대 새정치민주연합 여소야대의 도의회 구조를 약화하는 연정이 되면 연합정치의 효과가 떨어진다"며 "경기도 연정은 특별한 연정이므로 통상적인 역할과 긴장감은 엄격히 구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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