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지방자치는 1987년 제9차 헌법 개정과 더불어 재도입됐다. 이어 1991년 주민 직선의 지방의회가 개원했고, 1995년 6월 광역·기초단체장 및 광역·기초의원을 선출하는 제1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실시됨에 따라 전면적인 지방자치 시대가 열렸다.

 그리고 20살 청년의 나이가 된 민선 지방자치는 자치·분권에 대한 의식이 강화된 지역 주민들이 행정·정책 결정에 직접 참여하는 계기가 확대되는 성과를 이뤘다. 그 결과 지역 특성을 반영한 창의적 정책이 시행됐고, 각 지방자치단체 및 지방의회는 주민 삶의 질 향상과 행복 구현을 위해 직접적인 생활정치와 행정을 구현할 수 있게 됐다.

 지방자치에 대한 국민들의 평가도 높게 나타나고 있다. 행정자치부와 한국지방행정연구원이 지난달 30일 발표한 ‘지방자치 20년에 대한 대국민 인식조사’에 따르면 국민 80%가 지방자치의 필요성에 대해 긍정적인 답변을 내놨다. 국민 73.5%는 지난 20년간 지방자치의 성과에 대해 ‘보통’ 또는 ‘긍정적’으로 평가했으며, 공무원·지방의원·단체장 등 정책집단의 85.8%가 지방자치의 성과를 보통 이상으로 높게 평가했다.

 

  # 낮은 재정권한과 높은 재정지출 비율

경기도의회.jpg

 그런데도 지방자치의 중앙정부 종속 현상은 여전하다. 총 4만2천316건의 행정사무 가운데 지방이 맡은 사무는 20%(8천452건)에 불과하다. 나머지 80%(3만3천864건)는 중앙이 관리한다. 특히 국가가 거둬들이는 전체 세수에서 지방이 가져가는 세입은 20%에 그친다. 따라서 현재의 지방자치는 ‘2할 자치’라는 이름으로 평가절하되고 있다.

 반면 중앙정부 대 지자체의 재정지출 비율은 4:6에 달하고 있어 낮은 재정권한 대비 높은 재정지출 비율로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자립도는 약화되고 있다. 도에 따르면 도의 일반회계 총예산기준 재정자립도는 지난 3년간 61%(2012년), 56.1%(2013년)로 감소하다가 지난해 처음으로 50%(50.5%)대로 하락했다. 도의 예산규모 대비 자체 수입이 절반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기초단체는 더욱 열악하다. 도내 31개 시·군 평균 재정자립도는 2013년 48.9%에서 지난해 40.9%로 악화됐으며, 여주·양평·가평·연천 등 4개 군의 재정자립도는 지난해 평균 18.1%로 나타나 20% 이하까지 떨어졌다.

 이같이 열악한 지방재정 개선을 위해 ‘지방소비세율 인상’에 대한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남경필 경기지사는 올해 자치권 향상에 필요한 지방재정 확보를 위해 현행 11%인 지방소비세율을 21%로 상향 조정하는 방안을 타 광역단체와 공동 추진키로 했으며, 경기도의회 차원에서도 ‘지방소비세율 인상 촉구 건의안’을 내고 지방소비세율을 연차적으로 OECD 평균인 40% 수준까지 인상해 줄 것을 정부와 국회에 요구하기도 했다.

 현재 지자체가 가진 입법권은 ‘지방자치단체는 주민의 복리에 관한 사무를 처리하고 재산을 관리하며 법령의 범위 안에서 자치에 관한 규정을 제정할 수 있다’는 헌법에 근거한다. 하지만 자치입법권의 범위가 법률·대통령령을 벗어날 수 없기 때문에 지역의 실정을 감안한 조례를 제정·시행한다는 ‘자치입법’의 의미가 퇴색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현행 지방자치법에 따라 자치 단체는 법령의 범위 안에서만 조례를 제정할 수 있도록 제한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경기도의회-인사청문회.jpg
지방자치의 근간이 되는 ‘지방자치법’이 사실상 지자체와 지방의회의 입법 권한을 제한하는 역설적인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지방의회의 조례 제정 등에 있어서 중앙부처 및 중앙정치권의 압력도 여전하다.

 지난해 말 경기도의회는 ‘도 전자파 안심지대 지정·운영 조례안’을 의결, 도내 어린이집을 전자파 안심지대로 지정해 기지국 설치 제한을 추진했다. 하지만 해당 조례안의 주무 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는 해당 조례는 기지국 설치를 자유롭게 하는 ‘전파법’에 위배되고 통신 사업자 및 건물·토지 소유자의 권리를 침해한다는 이유를 들어 도에 재의요구를 지시했다. 이어 지난달에는 도의회에서 도내 유치원·초등학교로 전자파 안심지대 대상을 확대한 ‘도교육청 전자파 안심지대 지정·운영 조례안’이 상정되자 미래부는 해당 조례안이 상위법에 위배된다면서 문자 메시지 등을 통해 부결을 요청키도 했다.

 

 # 지방자치 한계 극복 위한 지방자치법 개정 필요

 지방자치의 한계 극복을 위해서는 지방자치법 개정 등을 통해 지방자치단체 및 지방의회의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두된다.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인 지방자치법 개정안은 시·도의회 재적 의원 총수에 해당하는 정책지원 전문인력을 두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전국 시·도의회운영위원장 협의회는 해당 개정안의 통과를 강력히 촉구하고 있다.

 여기에 국가의 권한과 기능의 재배분은 필수 조건이다. 주민편익을 위해 현장 밀착형 사무는 지방에 이관하고, 지방이 더 잘하는 일과 국가가 더 잘하는 일을 구분해 그에 맞게 행정(사무·조직)과 재정(지방세)의 권한을 재배분 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개헌 시 지방자치제의 확고한 추진을 위한 지방분권형 헌법개정도 절실하다. 헌법상 지방자치에 관한 직접 규정은 제117·118조 2개에 불과하다. 지자체 종류, 조직과 권한 등은 법령으로 정하고 있어 자치권한이 매우 취약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지방자치발전계획-반대-기자회견.jpg

 헌법상 지방분권의 선언적 명시, 자치법규 제정근거, 지방정부의 자주적 과세권·재정권 등에 대한 헌법보장도 필요한 것으로 꼽히고 있다.

 또 자치 조직권 및 지자체의 전문성 상향 차원에서 부단체장 정수 확대에 대한 필요성도 강조되고 있다. 현행 지방자치법은 경기도의 경우 부지사 3명을 두도록 하고 있다.

 이에 남경필 경기지사는 올해 시·도별 부단체장의 정수를 2명으로 하되 인구 800만 이상은 3명, 1천200만 이상은 4명으로 확대하고 3명 이상의 부단체장을 둘 경우, 2명을 정무직·별정직 공무원으로 보완하는 방안을 정부에 건의할 방침이다.

 한국 지방자치학회 정순관 명예회장은 "지방자치 도입 20년간 국민 기대는 더 높아지고 다양해졌지만 지금의 지방자치는 이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며 "지방자치단체 및 지방의회의 실질적인 자율권을 보장하기 위해 지방자치법 개정 등을 통해 권한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