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하공업전문대학 창업지원센터 공동 동아리실에 패기 넘치는 학생들이면서도 냉철한 판단력을 지닌 젊은 CEO들이 자리했다.

 올해 하반기 창업을 목표로 막바지 작업에 한창인 RPM(교육용 로봇 콘텐츠 제작 등) 대표 정지훈(26·메카트로닉스과2)씨는 "어떤 형태든 기업에 취업하게 되면 전공과 관심사 등은 무관하게 업무를 배우고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 와 닿지 않았다"고 창업 동기를 설명했다.

 이미 올해 초 창업한 제이론(가방 판매) 대표 김아론(23·패션디자인과2)씨는 "군 전역 후 가방을 사려고 한 가게에 들렀는데 떨어지는 질에 비해 터무니없는 가격을 보고 실망했다"며 "또래들과 공감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창업에 성공한 519HO(의류 판매) 직원 이희재(23·패션디자인과1)씨는 "학교 수업 외 자발적인 활동을 통해 향후 10년 내 자립 기반을 다지기 위해 모였다"며 "인하공전 패션디자인과를 대표하는 브랜드로 성장시켜 노하우 등을 후배들에게도 전하고 싶어 창업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인하공전

인하공전은 학생들의 창업에 대한 수요와 욕구를 충족시켜주고자 정부 창업아카데미 사업과 특성화 대학 사업을 신청해 연간 2억 원의 예산을 받아 지난해부터 창업지원·교육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센터는 상반기 창업동아리들로부터 사업계획서를 받고 시제품 발표회 등을 거쳐 자체적인 평가 기준에 맞춰 동아리별로 한해 600만~700만 원을 지원한다.

 이뿐만 아니라 창업 활성화 지원(창업 캠프), 체계적 창업 지원, 학생 창업마인드 확산(창업교과 개설), 모의 창업 등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고정환(메카트로닉스과 교수)창업지원·교육센터장은 "청년실업 문제가 심각한 상황에서 창업은 새로운 일자리 창출을 통한 실업난 해결, 지속 가능한 경제성장을 위한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라며 "고용률 향상 측면에서도 창업에 대한 비전이 높아 학생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제 2년 차를 맞은 센터의 대표얼굴인 ‘공부하는 사업가’들을 만나봤다.

 ▶R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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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지훈 대표를 비롯해 2학년인 전민수(28)·김재현(24), 1학년 송민재(20·이상 메카트로닉스과) 멤버로 구성된 RPM은 지난해 전국로봇대회 3곳에서 패권을 거머쥐고 세계로봇대회에서도 8강 진출의 기염을 토하는 등 전국적으로 이미 많이 알려져 있다. 

  이들은 작년부터 이미 각종 로봇교구를 이용해 다양한 형태의 교육용로봇 컨텐츠 제작을 진행하고 있으며, 이밖에도 기존 소프트웨어를 통한 시뮬레이션이 아닌 하드웨어를 통한 시뮬레이션을 사업 아이템으로 두고 있다.

  기존 레고나 테트리스와 같은 교육용 로봇교구를 이용해 고객이 원하는 시스템 혹은 플렌트를 구성, 현장 설치 이전에 시뮬레이션 시연을 통해 수정사항을 전달받아 최종 시스템을 설치하는데 도움을 주는 아이템이다.

  올해 하반기 론칭을 목표로 달리고 있는 RPM은 기업 내 생산 설비 아이템을 위한 자동화 로봇, 초중고 학생들에 대한 로봇 교육 콘텐츠를 테마별로 제작해 판매할 계획이다.

  김민수 씨는 "최근 인도의 한 중학생이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점자출력기를 개발해 실리콘밸리에서 대규모 투자를 했다는 소식을 접했다"며 "우리 역시 그렇게 되기 위해 새롭고 창의적인 시스템을 개발하기 위한 도전을 계속할 것"이라고 강한 의지를 보였다.

 ▶제이론

 이미 올 초 양산을 마치고 지난달부터 SNS 판매를 시작해 수백만 원의 매출을 올린 ‘제이론’은 졸업생 최재성(27)씨와 김아론 씨로 구성된 2인 기업이다. 직접 디자인·마케팅·모델·판매까지 하고 있다.

 제이론은 가방을 시작으로 브랜드 이미지에 걸맞은 새로운 상품들을 기획할 예정이다. 의류·액세서리 등 패션잡화는 물론, 인테리어·가구·생활용품까지 말 그대로 ‘토털 라이브 브랜드’로 성장 시킬 계획이다.

 김 대표와 최 씨는 닮은 점이 하나 있다. 바로 메모하는 습관이다. 디자인을 하는 최 씨도 마케팅과 판매를 맡는 김 대표도 메모를 통해 꼼꼼하게 제이론을 운영하고 있다.

 제이론은 창업센터 공동 동아리실 외에 별도 사무실이 있다. 바로 서울 ‘홍대 앞 어느 카페’다. 그곳에서 이들은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며 아이템도 정하고 아이디어 회의도 하면서 자유롭게 근무하고 있다. 필요하다면 바로 가까운 동대문 등 패션시장을 찾아 소재를 고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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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재성 씨는 창업을 앞둔 청년들을 위해 "창업의 길에서 실패를 두려워해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다면 성공도 실패도 없는 무의미한 것이 된다"며 "성공이든 실패든 앞을 보고 나아가는 추진력이 가장 중요하고 체계적인 계획을 세우는 것도 한 가지 팁"이라고 설명했다.

 ▶519HO

 의류브랜드를 만든 ‘519HO’는 나상학(25·패션디자인2) 대표 등 15명이 근무하는 곳으로 인하공전에선 가장 큰 기업이다. 동아리 초기 519호실을 쓴다 해 ‘519HO’라는 이름이 탄생했다.

 1학년인 이희재 씨는 "디자인에 하루종일 빠져서 산다고 느낄 정도로 가슴속에 들어오는 감성들을 디자인으로 연결시키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며 "꾸준한 디자인 연습과 시장조사를 통한 트렌드 분석, 각 디자이너들이 풀어낸 방식에 대한 이해를 생활화하는 것이 우리 519HO가 성공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519HO의 설립 목표는 첫 번째가 패션에 대한 애착, 이를 통한 디자이너 자신만이 표현할 수 있는 방식을 사람들에게 제안하면서 간접적인 대중들과의 소통이 두 번째다.

 그러면서도 519HO는 다양한 표현 방식의 브랜드를 통해 대중들에게 선보이고 유명 컬렉션에 설 수 있는 ‘독자 브랜드’로 가꿔 나갈 수 있도록, 완성도 높은 브랜드로 자리 잡는 것이 공동체의 계획이라고 설명한다.

 이미 공동 동아리실에는 519HO 브랜드가 새겨진 의류들이 전시돼 있다. 이달부터 8월까지 양산을 마치고 9월부터는 오프라인을 통해 본격 판매된다.

 젊은 청년들이 ‘열정 페이’를 받으며 쉽지 않은 패션디자인 환경에서 근무하는 것보다 자기 만의 색깔을 가진 의류를 제작·생산해 판매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구성원들은 매우 만족해한다.

 519HO는 사업가답게 냉철하게 패션 분야와 국내 상황을 판단하고 있었다.

 "한국 패션시장은 전 세계 시장에 비하면 약소국이라는 면이 단점이면서 장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직까지 패션기업들 역시 창의적인 활동보다는 사업성 위조로 움직입니다."

 519HO는 지도교수인 나영원 교수와 사업성보다 열정을 보고 과감하게 이익을 포기하는 거래처 사장들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 인천대 

인하공전뿐 아니라 인천대에도 청년창업을 지원하는 곳이 있다. 바로 인천대 창업지원단.

 인천대는 인천창조경제혁신센터를 비롯해 인천지역 창업지원 기관들과 협업을 통해 학생들의 기업가정신 확산을 위한 교육과 캠프, 대학생 창업동아리와 일반인 실전창업교육, 미추홀창업나래경진대회 등을 진행하고 있다.

 대학생들이 취업 대신 창업을 선택했을 때도 경쟁력 있게 자생해 나갈 수 있도록 체계적인 멘토링과 창업준비에서부터 후속지원까지 연계되는 지원 프로그램은 꿈과 열정, 희망으로 미래를 준비해 가는 인천의 청년창업가들에게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다.

 ▶포워드

 ‘포워드’라는 사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최호근(25·디자인학부4) 대표는 "어릴적부터 축구 유니폼을 좋아해서 10년 넘게 수집했다"며 "자연스럽게 유니폼 디자인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됐고 이를 바탕으로 축구 유니폼 브랜드 사업을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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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축구 유니폼만 수백개를 넘게 모았다는 그는 "좋아하는 일을 하게 돼즐겁게 일하고 있다"며 "공부도 좋아하는 일을 하기 위한 방법이라고 생각하니 어렵지 않게 사업과 병행할 수 있다"고 자심감 있게 설명했다.

 최 대표는 스스로 원하는 일을 한다는 것에 대해 자부심이 강한 모습이었다.

 "이 분야가 전망이 밝아서 시작한 것도 아니고 수입이 적어도 하고 싶었던 일을 시작하자는 것에 의의를 뒀습니다. 실패해도 두려워하지 않고 새로운 곳을 향해 자양분 삼아 나아가겠습니다."

 앞으로 그는 "다양한 제품과 더욱 많은 축구팬들과 만나기 위해 노력을 하고 있다"며 "현재 2015 S/S 콜렉션을 발표를 했고 이제 F/W 시즌을 준비하고 있는데 더욱 좋은 제품과 디자인의 퀄리티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최 대표는 "스포츠라는 분야는 언제나 다시 시작되고 끝이 없다는 것이 장점이며 전세계적으로 모두가 즐기는 분야라는 부분에서 큰 비전이 있다"면서도 "그만큼 전문적이고 특수한 부분이기에 재대로 된 이해와 전문적인 지식이 없다면 굉장히 어려울 수 있어 항상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디자인 작가로도 활동하고 있다는 그는 "함께 해준 에이전시가 비지니스적인 업무까지 많은 도움을 줘 고맙다"며 "인천대 창업지원단의 지원이 심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창업을 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학교에 창업과 관련해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한다.

 "학업과 창업 둘다 집중하기가 힘든 부분이 있습니다. 특히 창업도 일종의 취업과 같은 활동인데 취업을 한 것과 같은 학교 차원의 배려가 없어 힘이 들었습니다. 창업을 하는 학생들을 학사적인 면에서 도와줄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이 된다면 더욱 나은 성과를 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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