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이후 주요 선진국들은 과학기술지식의 창출·활용에 중점을 둔 혁신주도형 성장전략을 추진해 왔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어서 핵심 수단 중 하나로 혁신클러스터를 육성해 왔다. 이중 경기도는 경기테크노파크 설립(1997년)에 이어, 광교테크노밸리(2004년), 판교테크노밸리(2005년)를 조성, 혁신클러스터 구축사업을 본격화했다.

 경기도 혁신클러스터 사업은 우리나라의 차세대 성장동력 확보와도 연관돼 국가적으로도 매우 중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제언이다.

 특히 도내 3개 혁신클러스터 가운데 최근 성공적인 산학연 클러스터로 평가받는 안산사이언스밸리를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안산사이언스밸리의 성공 요인과 발전과제는 무엇인지 한국은행 경기본부의 도움을 받아 알아봤다.

  # 입주기업 경영성과, 여타 혁신클러스터보다 높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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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산사이언스밸리는 도내 대표적 혁신클러스터로 반월국가산업단지 조성(1977년)에 따른 기업지원 인프라 구축과 대도시 인구분산을 위한 대학의 지방 이전·분교 설립 정책에 따라 한양대학교 안산캠퍼스가 설립되면서 1979년부터 조성되기 시작했다.

 한양대 안산캠퍼스는 1997년 캠퍼스 내에 안산테크노파크(현재 경기테크노파크)를 유치했다. 이를 계기로 산학연이 연계된 클러스터로의 성장이 본격화됐다.

당시 국내 최대 규모의 창업보육센터를 설립(2000년)했으며, 총 131만㎡의 부지중 33만㎡를 30년간 무상 임대해 LG마이크론/이노텍 부품소재연구소(2006년), 한국산업기술시험원, 한국생산기술연구원, 한국전기연구원 기술연구소(2007년)를 유치했다.

2009년에는 캠퍼스 이름을 에리카(ERICA; Education-Research-Industry Cluster at Ansan)로 변경하고 캠퍼스 내 연구기관과 MOU를 체결했다. 한양대, 안산시, 경기테크노파크 등은 이 지역을 ‘안산사이언스밸리’로 명명(2009년)하고 첨단산업에 특화된 제조업 혁신클러스터로 육성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 에리카 캠퍼스는 연구 인력과 기업이 집적된 첨단산업 중심지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2011년에는 인근에 위치한 한국해양과학기술원 및 농어촌연구원과 MOU를 체결하면서 안산사이언스밸리의 공간적 범위가 에리카 캠퍼스 외부까지 확장됐다.

 안산사이언스밸리에는 현재 200여 개 기업이 입주해 있으며 연구 인력은 4천여 명에 달한다. 입주기업은 주로 전자·정보통신, 자동차부품, 바이오기술(BT), 로봇(메카트로닉스, 의료기기) 분야로 IT 업종이 38.5%, 로봇 16.1%, 바이오 15.4%, 섬유화학 14.0% 등을 차지하고 있다. 이 중 일부인 경기테크노파크 입주기업의 생산유발 효과는 19조8천억 원, 취업유발 효과는 2만6천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그동안 안산사이언스밸리 입주기업의 경영성과를 살펴보면 도내 일반산업단지뿐만 아니라 다른 혁신클러스터 입주기업에 비해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안산사이언스밸리 입주기업의 매출액 성장률, 영업 이익률, 1인당 매출액 및 1인당 영업이익이 IT 업종 및 BT 업종 모두 도내 일반산업단지 평균 및 혁신클러스터 입주기업의 평균을 상회하고 있다.

 특히 IT 업종의 1인당 매출액과 1인당 영업 이익, BT 업종의 매출액 성장률은 여타 도내 혁신클러스터 입주기업을 크게 상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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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밀집된 기반시설 바탕 산학연 공동연구 활발

 안산사이언스밸리의 성공 요인을 살펴보면 대규모 산업단지가 인접한 지리적 특성, 대학을 중심으로 한 우수한 R&D 기반 구축 등을 들 수 있다.

 먼저 안산사이언스밸리는 1만3천여 개의 기업이 밀집된 반월·시화국가산업단지 및 시화멀티테크노밸리 등이 인접해 있다. 이들 기업의 R&D 수요가 혁신클러스터 형성의 지리적 토대가 됐다. 경기테크노파크는 2014년까지 991개 기업에 총 1천434건의 산학연 네트워킹을 지원했으며 한양대학교 산학협력단은 1천589개 기업에 대해 기술개발 지원, 산업체 재직자 교육, 학생 현장실습 등을 진행해오고 있다.

 안산사이언스밸리 입주기업 중 지역 내 대학·연구기관과 공동연구를 수행한 경험이 있는 기업의 비중은 77.8%로, 도내 여타 혁신클러스터에 비해 매우 높은 수준이다. 더욱이 수도권에 위치하고 있어 우수한 연구인력의 유치도 용이한 편이다.

 다음으로 우수한 지리적 여건을 기반으로 한양대학교와 경기테크노파크는 민간 연구기관과 정부출연 연구소를 적극 유치함으로써 대학·연구기관이 집적된 R&D 기반을 성공적으로 구축했다.

 현재 안산사이언스밸리는 2천여 명의 석·박사급 연구인력과 2천800여 개의 연구·시험 장비를 갖추고 있다. 또한 한양대학교를 비롯한 주요 연구기관과 경기테크노파크가 보유하고 있는 연구·시험 장비를 입주기업이 저렴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개방하고 있다. 아울러 연구기관과 입주기업 간 네트워크를 형성해 기술과 정보에 대한 접근성을 높였으며, 자발적인 연구협력을 통해 새로운 기술개발이 활발하도록 하고 있다.

 도내 혁신클러스터별로 입주사유 및 만족도를 조사한 결과를 보면, 안산사이언스밸리 입주기업은 ‘연구기관·대학과의 연구협력의 편의성’과 ‘중요기술·정보의 접근성’을 주요 입주사유로 들었고, 이에 대한 만족도도 높은 것으로 평가했다.

 

 # 교류·협력 확대와 첨단산업 및 제조업 융합은 과제 

안산사이언스밸리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교류·협력의 대상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기업들은 현재 산학 협력이 기업-연구기관(학교, 연구소) 간의 공동연구에 집중되고 있는 등 기업 간 상호협력 관계가 부족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혁신클러스터의 경쟁력은 다양한 혁신주체 간 유기적 협력을 통한 기술혁신 및 확산으로 강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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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러한 점에서 시너지 창출을 위해서는 동종 및 이종 기업 간 협력 강화가 요구된다. 이를 위해 체계적인 클러스터 관리·운영 및 R&D 지원 프로그램이 마련돼야 한다. 아울러 현재 시설물관리 및 홍보업무 등을 수행하고 있는 경기테크노파크가 입주기업 등의 정보 통합관리를 통해 공동연구, 기술협력, 기술 사업화 및 대기업-중소기업 파트너십 구축 등을 지원할 수 있도록 기능을 확대해 나가야 한다.

 한국은행 경기본부 이미주 과장은 "나아가 도내 여타 혁신클러스터 간 정보교류 등을 통해 교류·협력의 지역적 범위를 확대할 필요성이 있다"며 "또한 안산사이언스밸리의 주요 산업기반인 반월산업단지가 경제구조 변화로 최근 생산과 고용이 감소하는 등 활력을 잃어가고 있는 만큼 반월산업단지 내 중견·중소기업의 R&D를 지원함으로써 첨단산업과 제조업의 융합을 통한 혁신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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