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성지(聖地)로 불리는 스위스 바젤(Art Basel)과 가장 오래된 국제미술전인 비엔날레(Biennale Art)의 이태리 베네치아로 이어서 향한 것은 지난 6월 16일이었다.

 작년 여름휴가를 이용해 독일, 프랑스 및 스위스 등 세 나라에 둘러싸인 바젤시를 방문해 가구디자인 회사로 잘 알려진 ‘비트라디자인 미술관‘을 견학한 후 연이어 온 셈이다.

 아트 바젤은 20만 인구의 도시이지만 미술관만 27여개에 달하며 이번 전시회엔 33개국 284개 화랑이 참여하는 세계 최대 아트 페어인 것이다. 바젤의 문화적 힘은 단순히 돈만의 힘으로 이뤄진 것이 아니며, 유럽에서 처음으로 도시 커뮤니티에 의해 공공 컬렉션을 시작한 곳으로 500년의 역사가 있다고 한다. 제46회 아트 바젤에 필자의 첫 방문일에는 오후부터 입장이 가능했다.

 시작일인 16일과 17일 오전까지는 ‘VIP 프리뷰 기간’이라 하여 최상급 거래관련자만이 입장해 고가작품들을 거래한다는 것이다. 철저히 자본주의 정신에 입각한 현대 미술의 상혼을 보여주고 있지 않은가.

 일반객들과 할 수 없이 뙤약볕 밑에서 기다리다가 입장했는데, 오히려 놀라움은 모두 이런 상황에 익숙하고 성숙한 관람객으로서 불평하는 사람이 전혀 없었다는 것이다. 전시장내에 곧 인산인해가 이뤄졌으며 문외한 입장으로 책으로만 보고 듣던 피카소 등 세계적인 작품들이 진열돼 있었다. 특별전 ‘언리미티드(Unlimited)’에는 설치, 영상, 퍼포먼스 등의 실험 미술이 주류를 이뤘는데 올해 급성장하는 중국의 미술시장을 겨냥해 중국 작가만 5명이나 선보였는데 유감스럽게도 국내 작품은 찾아 볼 수가 없었다.

 <아트 바젤관>에는 한국의 ‘국제갤러리’와 ‘PKM’ 등 두 갤러리만이 출품했고 건너편 <디자인 마이애미>에는 홍익대 최병훈 교수의 작품이 단독부스로 진열돼 있었는데 참으로 자랑스러운 광경이었다. 왜냐하면 독립관으론 일본의 전설적인 가구 디자이너인 ‘시로 구라마다(작고)’ 작품만이 참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전시회의 품격을 높이기 위해 주최 측이 매년 엄격한 심사를 통해 작가들의 작품과 갤러리를 선정하기 때문에 절대 돈과 명성만으로 출품이 가능치 않다고 한다.

 틈을 내서 한국화랑협회가 주관하고 있는 별관의 ‘Korean Art Show 2015’를 셔틀버스로 방문했다. 임시 텐트 형식으로 꾸며진 전시관에는 한국의 10개 정도 갤러리와 여러 나라의 작품들이 전시됐는데 본관에 비해 다소 썰렁함을 감출 수가 없었다. 다만 이러한 지속적인 노력과 투지가 곧 훌륭한 열매를 맺으리라 힘차게 응원하고자 한다.

 역시 ‘바젤 아트’에서는 세계에서 몰려든 갤러리, 큐레이터, 컬렉터, 작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미술품 매매는 물론 정보를 교류하고 네트워크를 다지는 현대 미술의 메카로 성공했음을 증명하고 있었다.

 다음날엔 아침 일찍 바이엘 재단(Fondation BEYELER)에서 ‘고갱(Paul Gauguin) 특별전’을 개최해 전철을 타고 방문했다. 바젤에서는 호텔에서 첵크-인할 때 머무르는 동안 전철무료권을 주고 있다. 우리도 특별행사가 있을 시, 전략적으로 방문객에게 버스표를 무료로 주는 시책을 세워보면 좋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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