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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경엽 (사)글로벌녹색경영연구원 교수 겸 기획본부장
이젠 60줄에 들어섰을 영국의 ‘괴짜’ 바이얼리니스트 니이젤 케네디가 오래 전 미국 워싱턴 케네디 센터에서 원정 연주 시 있었던 일이다. 같은 영국인 지휘자 네빌 마리너경이 지휘한 ‘워싱턴 내셔널 심퍼니 오키스트라’와 엘가의 ‘바이얼린콘체르토 E단조’를 협연한 그가 재즈연주자 차림으로 등장하자 몇몇 정통파 고전음악 청중들이 불쾌한 듯 자리를 떠나버리기까지 했다.

 하지만 파격(破格)이 자신의 상표나 다름이 없는 그는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맑고 아름다운 선율을 선사해 여러 차례 기립박수를 받았다. 보답으로 두 차례 커튼콜 연주를 한 그는 그때마다 내셔날 심포니 콘트라베이스 주자에게 반주를 부탁한 뒤 즉흥재즈를 들려줬다.

 청바지를 검은 색으로 염색, 각종 장식을 매단 옷차림과 무늬 섞인 신발에다 펑크족 머리를 한 그가 무대에 나타났을 때 청중들은 웃음을 터트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의 연주가 끝났을 때 정장차림으로 협연한 내셔날 심퍼니 오키스트라 단원들도 그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30대 초반에 그는 이처럼 독특한 행장과 더불어 잉글리시 체임버 오키스트라를 직접 지휘하며 연주했던 비발디의 ‘사계(四季)’ 음반이 무려 60만장이나 팔려 세계 클래식 음반 사상 단시일 내에 가장 많이 팔린 기록을 보유하고 있기도 하다.

 지금도 클래식과 어울리지 않는 요란한 옷차림에 펑크머리를 하고 연주하는 그는 고전음악과 재즈를 넘나드는 그의 음악세계와 독특한 행동 때문에 전통적인 클래식 음악팬들이 그를 외면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는 이에 대해 ‘고상한 척하는 여피족(族)들을 나의 객석에서 잃은 것은 사실이지만 나 역시, 여피들을 싫어하므로 상관없다’고 주장했다. 자기 확신에 찬 반론이었다.

 우리 사회는 언제부터인가 산업화로 접어들면서 너무 많은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고 있는지 모른다.

 어느 정도가 아닌, 도가 지나칠 정도니까 문제시 되는 것이다. 초경쟁사회와 초이기주의에 매몰되어 새로운 시대상황과 연계된 실제적 자신의 모습을 제대로 파악도 못한 상태에서 남의 이목이나 관심에 자신의 진면목이나 장점, 강점들을 미리 내려놓는 경우들을 우리는 서로 너무 많이 조장하고 있는 것이다.

 남을 인정하는 일 역시 쉬운 일도 아니지만 자신의 장점을 알리고 강점을 배가시켜 적합한 자리나 조화로운 역할에 대해 이해도 및 관심도를 제고하는 일 역시 어려운 일이다.

 그래도 이렇게 자신을 믿고 강점을 내세우는 일이 우선이지 타인이 자신의 강점을 폄훼하거나 모욕하는 일에 미리 반응을 보이는 것이 중요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물론 자신을 객관화하려는 의지로 쉽게 말해 아웃 박스 싱킹(out box thinking)으로 자신에 대해 분명한 비전과 철학을 제시하려고 한다면 문제없지만, 몇 가지 사안들로 단순 비교열위의 의식과 턱없이 높은 남과의 다름으로 자신을 열등하게 받아들인다면 곤란하다.

 능력중심 사회에서 보다 깊이 있는 자세로 성찰해 보면 자기가 잘하는 일에 대한 긍지와 보람, 자부심은 결국 나와 다른 사람의 사회적 관계에서 스토리텔링(story telling)의 주역으로, 또 선제적인 관계자산 확보가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점이다.

 이는 초경쟁, 초이기적으로 이 시대를 살아가면서 더하여 건강한 스토리두잉(story doing)개념으로 진화 시킬 수도 있다.

 기업을 경영하든 학생들을 가르치든 나를 알고 내 강점을 내세워 타인과의 관계자산을 확보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할 수 있다.

 자신의 장점, 강점은 설령 주변의 공론화된 검증적 확인절차까지는 마치지 못했다 치더라도 적어도 자신에게는 책임있는 마음의 자산일 수가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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