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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전 세계에서 교육률이 가장 높은 나라다. 대한민국의 눈부신 경제 발전을 교육이 선도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때문인지 과거에는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교권에 대한 높은 위상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의 교육 현실에서 교권의 위상을 찾기란 하늘의 별 따기 수준이다.

‘학생인권조례’가 만들어진 이후 일선교사들은 교실에서 잠자는 아이들을 깨우기조차 버겁다고 고충을 토로하고 있다.

 혹여나 훈계과정에서 학생의 인권을 무시하는 처사가 있는 것은 아닌지 하는 우려가 앞서기 때문이다. 학생이 교사의 말을 대놓고 듣지 않아도 크게 혼을 내지 못하는 게 현재의 안타까운 교육 현실이다.

제34대 경기도교육단체총연합회 회장으로 장병문 전임 회장이 재선임됐다. 경기교총 회장의 자리는 도내 10만 교육가족의 입장을 대변하는 막중한 책임이 따르는 자리다

. 장병문 회장의 재선임 배경에는 아마도 같이 일선에서 호흡하는 교사들의 ‘권익을 보호해주고 고충을 이해해주길 바라는’ 믿음이 담겨있었기 때문일 테다.

 이런 회원들의 기대를 가득 안고 장병문 회장은 제34대 경기교총을 33대에 이어 ‘힘 있는 교총’으로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제34대 경기교총 회장으로 취임하기 전 일선 교육현장으로 돌아가 화성 동탄에 위치한 솔빛중학교에서 교편을 잡고 있는 장병문 회장을 가뭄에 단비가 내리던 7월의 끝자락에 만나봤다.

이하 장병문 회장과의 일문일답.

-제34대 경기교총 회장으로 당선된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린다.

▶기득권을 가지고 있으니 이번 선거가 더 쉽지 않았냐는 말도 있는데 솔직히 정말 힘들었다. 33대 경기교총 회장 선거 당시에는 아무것도 가진 것 없이 최선을 다한다는 마음으로 임했었다. 이번 34대 선거에서는 초심으로 돌아가 새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임했다. 교총 회장의 자리는 무보수라 희생봉사 성격이 강하다.

말 그대로 명예직이기 때문에 경기교총 역사상 최초로 교사로서 회장에 당선됐다. 법률적으로 상근이 불가능해 직원들에게 모든 업무를 위탁했던 관리자 회장 시대를 마감한 셈이다.

 지난 3년간 430여 개 일선 학교를 직접 발로 뛰며 교권침해 사안을 해결하고 5천 명이 넘는 신규회원 가입을 통해 회세를 확장해 왔다. 교총의 주인은 교사다.

 제자리를 찾는데 65년이라는 세월이 걸렸는데 역사의 수레바퀴를 거꾸로 돌릴 수 없듯 교총의 변화와 혁신은 계속돼야 한다. 다시 한 번 상근 회장 시대를 열어 위협받는 교권을 수호하고 회세 확장에 주력하는 등 힘 있는 경기교총을 만들어 회원들의 성원에 보답하고자 한다.

-제33대 회장으로 열심히 일했던 지난 3년을 돌아본다면.

▶지난 2012년 경기교총 65년 역사상 처음으로 교사 출신으로 33대 회장이 됐다. 이루 말할 수 없는 책임감과 중압감 속에서 경기교총의 정상화을 위해 나름 혼신의 힘을 다하고자 노력했다.

안으로는 교총회관 신축으로 인해 열악해진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여, 27억8천만 원의 부채를 청산했고, 정책적으로는 79개 조 103개 항에 이르는 단체교섭 합의안을 이끌어 교원의 권익 신장에 앞장섰다. 대외적으로는 공무원연금 개악 및 교장·교감 수업저지를 통해 교총의 정체성을 지키고자 노력했다.

 아마도 이번 선거결과는 이러한 일련의 노력에 대한 회원들의 평가이자 새로운 교총, 한층 더 도약된 경기교총 시대를 열어가라는 준엄한 사명을 주신 것이라 생각한다.

-경기도 교원 수가 전체 교원 수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데 경기교총만의 색깔론이 대두된다. 경기교총의 색깔은 어떤 색인가.

▶일부 사람들은 교총을 보수적이며 관리자들로만 구성됐다고 생각하는데 이는 왜곡된 시각이다. 10만 명이 넘는 도내 교사 중 교총에 가입된 회원 수는 휴직자를 포함해 3만 5천여 명이다.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지 않는 것이 경기교총의 색깔이 아닐까 생각한다.

 사실 교원단체를 바라보는 대중적인 시각이 대부분 무조건 반대만 외친다고 생각하지 않나.

 경기교총은 잘되고 있는 사업들을 무조건 반대해 발목을 잡지 않는다. 경기도 교육이 제대로 된 길을 갈 때는 힘을 실어주고, 잘못된 길로 나아갈 때는 함께 비판할 수 있어야 한다. 개인적인 생각을 하나 덧붙이자면 전체 교원이 교총이든 전교조든 어느 단체 한곳이라도 소속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전임 기간에도 강조했고, 이번에도 강조하고 있는 ‘힘 있는 교총’이란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교권이 무너지고 있다. 보호받지도 못한다. 현재 교권침해 사안이 생기면 고문 변호사들이 사건에 대해 자문해주고 심의를 거쳐 변호사비를 지원해주는 것이 교육청 지원책의 전부다.

 그러나 이게 다는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학생들의 인권을 보호하는 조례도 생겼지만 정작 교사의 인권을 보호하는 조례는 추상적인 설명에 그친다.

경기도교육청이 교권위원회를 설립하는 등 과거에 비해 교사들을 위한 지원정책이 좋아졌지만, 정작 그곳에서 자문을 받거나 하소연할 수 있는 교사가 있을까 싶다. 지금은 학교에서 일이 생기면 징계위원회로 넘긴다.

 사실 그 전에 합의점을 찾는 것이 중요한데 요즘은 별거 아닌 사안에도 서로 고발하고 법적으로 넘기는 추세라 일선 교사들이 교권침해에 대한 대응을 개인적으로 하기가 사실상 힘들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학교에 자율권을 주고 자체적으로 활성화하게끔 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상벌점제 폐지처럼 획일화된 정책이 학생들의 창의력을 높여주는 것은 아니다.

 9시 등교 관련해서 학교급별, 지역별로 학교 교장들에게 운영권을 줬으면 좋겠다. 현재는 운영권은 제한적이고 축소된 반면 책임만 주고 있어 부담스러운 실정이다. 일부 교사들은 차라리 빨리 퇴직해 나가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이런 고질적인 방안을 해결하는 방안은 결국 다른 단체와 힘을 합쳐야 하는 것이다. 생각이 같을 땐 같이, 맞지 않을 땐 단체의 성격마다 각자의 입장을 분명하게 해나가는 것이 전체 교원 단체가 발전해 나가는 것이라 생각한다.

-경기교총을 이야기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공무원연금법’이다. 교총도 입장을 발표해 온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에 대한 의견은.

▶공무원연금법 이야기는 민감한 주제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절대 그렇지 않다. 일반 시민분들이 국민연금을 받는 것처럼 교사 역시 국민연금을 받는 것이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공무원 연금은 교사의 월급이 적은 것에 대한 대안책으로 연금이 후불임금 형식을 가지게 된 것이다. 쉽게 말해 공무원 연금은 연금+후불임금으로 지속돼 온 것이다.

 그런데 개혁이라는 기치아래 쌓아놓은 곳간이 계속 비워진다는 생각이 든다. 여태껏 불입한 금액을 은행에 넣어왔어도 이렇게까지 불안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공무원 연금은 교사들의 권리인데 정부에서는 마치 공무원들이 이기적인 욕심을 부리는 듯 포장한다. 국민과 싸움을 붙이는 정부에게 화가 난다. 차라리 재정상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협조를 구했으면 상황이 달라졌을지도 모르겠다.

-경기도 교육의 기조가 전대와 달리 ‘연정’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개선되고 있다. 이를 두고 교총이 바라보는 시각이 궁금하다.

▶잘만 굴러가면 좋은 게 좋은 것 아니겠나. 결국은 교육청도 정당이 있을 수밖에 없고 방향이 한쪽으로 갈 수밖에 없다. 연정이 바람직한 면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직선제가 폐지되면서 현장에 있는 학생들의 교육을 위해 예산 투입이 가장 우선시 돼야 하는데 선거에 대한 표 계산부터 하고 있다면 옳지 않다.

 사실 한 학급당 30명 이하의 학생들이 있어야 제대로, 질 높은 수업이 가능하지만 지금은 36명~37명 수준이다. 얼마 전 한 교장이 답답함을 참지 못하고 하소연한 적이 있다. 체육관을 지어야 해서 예산을 지원받았는데 지원 기관마다 예산집행 시점이 각기 달라 착공도 하지 못 하고 있다는 게 주된 내용이었다.

 예산 지원에 대한 확답은 받았는데 착공도 못하고 있으니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한탄을 하더라. 연정이라는 좋은 분위기를 기반으로 고정적인 틀에서 벗어나 현장에서 꼭 필요한 제도를 도입하는 게 시급하다.

-이재정 교육감이 취임한 지 1년이 지났다. 지난 1년간을 평가하자면.

▶마을공동체, 혁신학교 등 이런 제도들도 훌륭한 제도지만 이런 것에만 치우칠 것이 아니라 정말 열악한 곳에 대한 지원을 먼저 해야 한다. 열악한 학교에 더 많은 지원을 해줘야 그런 학교들도 혁신학교가 되지 않겠나. 기회를 나누지 않는 것은 공평하지 않다.

 교원들 업무량이 점점 늘어난다. 실제 교무실에서 일하는 교사들을 봐라. 수업이 끝나도 공문작성 등 행정 처리 때문에 집에 갈 수가 없다. 쉬는 시간도 쉬는 게 아니다.

 예체능 교과 선생님들은 전문 수업만 전담할 수 있게 도와야 한다. 담임의 교과 업무도 확실하게 나눠 수업 연구에 집중하도록 해야 한다. 행정처리를 따로 하는 직원을 두는 등 대책 방안은 얼마든지 있을 것이다. 기간제 교사를 줄인다고 하는데, 사실 이분들이 부족한 교원의 수를 채우고 교원 역할을 하고 있다. 심지어 동아리 활동 생활지도 등 업무는 늘어날 대로 늘어난 상태다. 제일 중요한 것은 교육감 밑에 있는 참모들의 역할이다. 아이들을 위한 직언도 필요하다.

-앞으로의 포부가 궁금하다.

▶선도적으로 경기도 전체가 변화해야 경기교총 역시 변한다. 선거기간 동안 많은 회원 선생님들을 뵙고 다양한 목소리를 직접 들으면서 큰 결심을 했다.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살아있는 교총을 만들어야겠다는 것이다. 말이 아닌 행동으로 회원의 권익을 책임지는 교총을 만들고 격변하는 교육정책에 선도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끊임없이 연구하는 교총을 만들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를 위해 회원들과의 직접적인 만남의 기회를 확대해 선생님들의 어려움을 실시간으로 경청하고 소통할 수 있는 경기교총을 만들 것이다. 앞으로 주어진 3년간의 재임 기간 이러한 신념을 원칙으로 삼아 지난 선거기간 회원 선생님들에게 약속했던 6대 실천공약사항들을 하나하나 착실히 실천해 나갈 예정이다.

회원 선생님들께서도 이러한 비전과 약속이 실현될 수 있도록 끊임없는 관심과 지혜를 모아 주시길 바란다. 더욱 힘 있고 강력한 교원단체로 경기교총이 거듭날 수 있도록 제 모든 열정과 혼신의 힘을 다할 것임을 약속드린다. 부족한 것이 많은 저를 33대에 이어 34대 회장으로 선출해 주신 경기교총 회원님들에게 진심으로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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