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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운 객원논설위원/인하대 경제학과 교수
동유럽의 국가들은 선대(先代)의 문화유산으로 자부심을 느끼며 그 자부심은 관광객에게 오만할 정도로 친절하지 않다. 많은 문화유산을 생활 속에서 활용하고 국가의 부(富)를 위해 지원시스템이 견고하다.

 불친절하다고 느끼면서도 문화유산을 보기 위해 세계 많은 사람들이 그곳에 넘쳐나고 있다.

 인구보다 많은 여행객이 찾아오고, 찾아오는 사람들로 인해 국가가 유지된다고도 한다. 부럽지만 다양한 숙박시설도 하나의 요소다.

 그들의 문화유산은 우리가 가져올 수도 없고 가질 수도 없지만 그들 또한, 우리의 문화유산을 흉내 내기도 어렵고 가질 수 없다. 이것이 지역마다 다른 문화유산의 차별성이다.

 그것을 유네스코(UNESCO)에서는 특정 소재지와 상관없이 인류보편적인 가치를 지닌 자연유산들을 보호, 활용하고자 1972년 약칭 ‘세계유산협약’을 채택하여 세계적인 유적들을 세계유산으로 등재하고 있다.

 2014년 7월 현재 세계유산협약 가입국은 191개국이며 2015년 현재 세계유산은 전 세계 181개국에서 1천7점(문화유산 779점, 자연유산 197점, 복합유산은 31점)이 소개되고 있다.

 세계유산의 유형은 문화유산과 자연유산, 복합유산으로 분류하며 우리나라의 경우 1995년 해인사 장경판을 시작으로 2015년 7월 백제역사 유적지구 지정까지 12항목에 등재되어 있다. 금년 7월 문화유산 등재과정에서 일본의 ‘군함도’(일명 지옥섬) 등재가 일본과 한국의 역사적 시각차이로 언론에 주목 받았다.

 한일관계의 특수성에서는 세계유산이 일본보다 숫자가 많다. 앞섰다는 것이 우리의 기분을 나아지게 한다. 이것이 자부심이다.

 이런 자부심을 위한 문화유산의 등재를 위해 많은 사람들의 열정과 노력, 품이 들어간다. 문화유산을 지키고 등재하기 위한 정교한 지원체제를 갖출 때만, 일본의 왜곡된 역사의식도 바꿀 수 있고 우리의 자긍심도 높아질 것이다.

 일본의 얍삽한 등재를 비난하기 전에, 일본처럼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려는 노력이 부족하지 않았나 하는 반성도 한번쯤 해보자. 문화재청은 2011년부터 ‘청년유네스코 세계유산 지킴이’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2015년 전국 4개 권역으로 나누어 청년대학생들에게 우리가 가진 세계유산을 적극 알리기 위해 프로그램을 진행하였다.

 많은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교육받고 현장 답사도, 숙박을 하면서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도출하는 프로그램이다.

 각자의 전공과 자기의 능력을 활용하고, 청년의 열정으로, 자신의 황금같은 시간을 이용하면서 프로그램이 진행되었다.

 문화재청은 예산과 관리에서 열정적이고 적극적이었으나, 지역(지방자치단체)은 무엇을 하는 지 관심이 없다는 아쉬움. 정부와 지역과의 협조를 위해 노심초사하는 문화재청 담당자의 노력이 지역담당자의 무지(無智)로 막혀버리는 상황이 발생할 때, 협력파트너인 문화단체는 괜히 죄스럽고 할 말을 잃게 된다. 정부가 다 할 수는 없다. 그래서 지역과 정부가 하나 되고 문화단체가 힘을 합치는 것이다.

 문화유산은 우리가 지켜야 할 가치가 있는 것이고 우리의 정통성, 후손에게 제대로 물려줘야 하기에 홍보하고 활용해야 할 대상이다. 국내의 세계유산에 등재된 지역에는 뚜렷하게 관광객의 증가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안동 하회마을의 경우 2013년 관광객이 2006년에 비해 두 배가 늘었으며, 경주 양동마을은 하회마을 보다는 적지만 꾸준히 늘어나고 있어 지역경제에 희망이 보인다.

 그 지역의 주민들은 하나 되어 지역의 문화유산에 더욱 자부심을 갖는다는 연구 보고서와 연구가 지속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유럽의 문화유산을 부러워한다면 그들의 관리지원하는 시스템을 제대로 본받자. 지방정부와 중앙정부의 협력이 숙박시설에서 교통체계, 자원봉사자 까지 이어지는 시스템을 제대로, 진정성에서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인천국제공항이 세계적인 공항인 것은 알지만 다양한 숙박시설이나, 청년대학생이 묵으면서 교육받는 마땅한 장소가 변변치 않다는 것을 제대로 인식할 때 인천의 문화유산도, 강화의 세계유산도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성과만 챙기려는 서로 간 반목에서 벗어날 때 비로서 문화유산을 알리고 지역을 살리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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