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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경엽 (사)글로벌녹색경영연구원 교수
고객을 사업의 대상이 아닌 대차대조표 상의 자산으로 삼으라는 이야기는 톰 피터스의 조언이다. 고객의 중요성을 한마디로 압축한 금언이라고 할 수 있다. 비단 그의 지적이 아니더라도 서비스에서 앞서가는 기업들은 ‘대차대조표상의 자산’을 확보하는 데 전사적 역량을 집중해오고 있다.

 종전에는 ‘퍼센테이지’로 나타내는 양적 시장점유율에 가장 큰 목표가 주어졌으나 경영자들은 그 못지 않게 시장점유율의 ‘질적 측면’이 중요함을 깨닫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흔히 0에서 5까지 점수로 매겨지는 고객만족 평가도 이제는 다른 차원에서 해석되고 있다. 종래에는 4점 정도면 흡족해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신규구매보다는 대체구매가 많아지고 고성장 시대에서 저성장 국면으로 접어들며 시장 상황이 달라져 4점이라는 점수는 결코 안심할 수 없는 수치가 됐다. 경쟁이 치열해짐에 따라 어느 회사나 그 정도 수준에는 올라와 있다고 봐야 하며 그렇다면 만족점수로 4점을 표기한 고객은 언제든지 경쟁사로 이탈할 소지가 있다고 간주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볼 때 지금의 서비스 경쟁은 사실 5점 만점을 주는 충성고객 확보 싸움이며 ‘All or Nothing’게임이나 다름없는 시대가 온 것이다.

 문제는 그만큼 충성고객 확보가 어렵다는 점이다. 선진 서비스 기업들은 이 게임에서 승자가 되기 위해 과연 어떤 전략을 세우고 있고 구체적으로 고객에게 어떻게 다가가고 있는가. 약간씩 상이하기는 하지만 원칙은 분명히 있다.

 그것은 충성고객을 위해서는 종업원 만족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회사의 내부적 서비스 질이 종업원 만족과 회사에의 충성심을 이끌고 ▶종업원 충성심이 생산성 제고를 유도하며 ▶이것이 고객만족을 창출해 ▶궁극적으로 충성고객으로 연결된다는 것이다.

 충성고객이 회사의 수익과 성장을 낳고 회사의 성장은 다시 내부적 서비스 질을 제고시키는 자원으로 작용한다. 우선 내부적 서비스 질이 종업원 만족을 낳는 사례를 보자면 많은 항공사들이 고객에게 완벽한 정보를 제공해주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어 고객의 전화를 받는 직원들이 쉽게 업무를 처리할 수 있도록 했다.

 회사에 만족한 종업원이 충성심도 높고 더 나은 생산성을 추구할 것은 당연하다. 미 증권회사에서 연간 1백만 달러의 수수료를 가져다주는 중개인을 양성하는 데 약 5년이 걸린다고 한다.

중개인을 떠나보낼 경우 누적손실로 따지면 2백50만 달러에 이른다. 종업원의 이직률 감소는 경영자가 추구해야 할 핵심 업무 중 하나가 되고 있는 것이다.

 고객만족을 향해 달리지 않는 기업은 없다. 매장분위기를 멋지게 꾸미고 안락한 소파도 제공하며 엘리베이터에 안내원도 배치한다. 그러나 충성고객으로 이어지기에는 많이 미흡하다.

 큰 도약이 필요하다. 네슬레는 하루 10시간의 무료전화를 개설, 아이들의 영양에 대하여 부모들이 전문가들로부터 조언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또 장거리여행을 하는 부모들이 아기 기저귀를 갈아주고 우유를 먹일 수 있도록 고속도로 곳곳에 휴게소를 설치했다. 영국공항은 노트북 컴퓨터를 갖고 다니며 승객들이 신속하게 탑승할 수 있도록 도왔다.

 이 조치는 당장은 비용을 발생시켰지만 지각승객으로 인한 분당 5백 파운드의 연료낭비 관행을 없앨 수 있었다. 연간으로는 1천6백만 파운드를 절약했다. 기업들은 고객들의 기대수준이 예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아졌음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과거에는 ‘제품’을 팔았지만 지금은 ‘서비스’를 파는 시대가 됐다. 리바이스에서 맞춤으로 파는 청바지는 집까지 택배로 배달해준다.

 이제 어느 기업이 언제 깜짝 놀랄 만한 서비스를 들고 나올지는 아무도 모른다. 실상 평균수준 이상이라고 자부하는 회사도 어느 날 평균 이하로 떨어질 가능성은 항상 있다. 그래서 선진 기업들은 또 한 가지의 금언을 금과옥조처럼 새기고 있어야 한다.

 "인정하기 괴롭겠지만 당신 회사의 서비스가 나쁘다고 끊임없이 생각해라. 그래야 서비스 개선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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