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국환 인천시 경제부시장이 퇴임을 열흘가량 앞두고 추사(秋史) 김정희(金正喜)의 ‘세한도(歲寒圖)’로 심경을 대변했다.

배 부시장은 29일 구월동의 한 식당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나의 지금 마음이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와 같다"고 고백했다. 세한도는 1840년 지위와 권력을 박탈당하고 제주도로 귀양 간 김정희가 북경에서 책을 구해다 준 제자 이상적(李尙迪)의 변함없는 의리에 감동해 날씨가 추워진 뒤 제일 늦게 낙엽이 지는 소나무와 잣나무의 지조에 비유해 그려준 작품이다. 단순히 보면 제자의 의리를 담아낸 작품이지만 지위와 권력을 박탈당한 추사의 상황을 담아냈다는 점에서 사연은 좀 복잡하다.

지난 7월 임용된 배국환 부시장은 예산 편성 과정에서 시의회와 불협화음이 발생하는 등 어려움을 겪어 오다 취임 1년 만에 하차하게 됐다.

그는 이날 "1년 만에 퇴임하게 된 이유가 시의회, 시민단체와의 소통이 부족했기 때문인 것 같다"며 "당분간은 책 쓰는 일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시 안팎에서 유정복 시장과의 의견 충돌이 사퇴를 촉발한 더 큰 원인이 아니겠느냐는 의견이 지배적이어서 추사가 세한도에 담아낸 처지가 묘하게 대비되고 있다.

이병기 기자 rove0524@kihoilbo.co.kr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