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0일 미쓰비시가 미군 포로의 강제 노역에 대해 사과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후 중국에게도 사과와 함께 피해 보상을 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하지만 미쓰비시 측 협상안이 ‘강제징용 부분을 정상적 노사관계처럼 왜곡하고, 배상 명분도 사죄보다는 중·일간 우호증진에 있다’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오히려 논란만 증폭된 꼴이 됐다.

 정작 기가 막힌 건 ‘한국인 강제 징용자에 대해서는 아예 사과조차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당시 조선인은 법적으로 일본 국민이었기에 강제징용이 아니라는 점, 문제가 되더라도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보상이 끝났다는 점을 근거로 내세우고 있다.

 물론 둘 다 틀린 얘기다. 일본의 침략행위 자체가 불법이어서 식민지배가 합법화될 수 없는 바 ‘강제징용’이라는 전쟁범죄를 저지른 것이 맞다. 청구권협정도 국가 간 차원으로 효력이 한정된 것이라 개별적으로는 얼마든지 피고에게 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 부분이다. 정부야 과거 협상의 주체인 까닭에 발걸음이 무거울 수 있고, 한·일간 미래를 위해 나서지 않는 게 어쩌면 바람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시민차원으로 넘어오면 얘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청구권협정에 의거 일본이 한국에 지급했던 경제협력자금은 ‘개인적 권리문제의 해결을 위한 법적 대가’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지난 30일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이 미쓰비시 불매운동 10만명 서명 캠페인에 돌입했다고 한다. 미쓰비시는 이미 불매운동 중단을 전제로 협상에 참여한 적이 있는데, 2년 동안 시간만 끌고 협상을 결렬시킨 전력을 갖고 있다. 이번만큼은 휘둘리지 말기 바란다. 니콘카메라, 기린맥주, 예초기 등 미쓰비시 제품의 불매운동을 결연히 진행해 나감은 물론 파나소닉, 히타치 같은 전범기업들로 전선을 확장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객관적 위치에 있는 제3국으로부터 ‘개인별 청구권협정 적용범위’에 대한 판결을 받아내는 작업도 병행했으면 한다. 국제적으로 명분도 쌓으며 전범기업들 평판에 압박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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