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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영일 인천기후·환경네트워크 사무국장
인천기후·환경네트워크와 인천시, 인천국제공항공사, 한국에너지공단 인천지역본부 관계자들은 최근 본격적인 휴가철을 맞아 해외로 피서를 떠나는 여행객들로 북적이는 인천국제공항 출국장에서 하절기 에너지절약 캠페인을 전개했다. 바삐 오가는 이용객들의 모습과 시설의 규모, 편리성 등을 갖춘 공항의 존재만으로도 인천이 멋져 보였다.

 이날 캠페인 참여자들은 쿨맵시 착용하기, 적정 실내온도(26~28℃) 유지하기 등 하절기 에너지 절약 캠페인과 함께 생활 속 온실가스 감축과 에너지 절약에 동참할 것을 호소했다.

 이어 차를 시내로 몰며 바라본 공항외관 역시 세계적인 수준의 공항답게 잘 정돈돼 있었다. 대한민국의 관문을 갖고 있는 인천시민의 자긍심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이도 잠시, 그동안 인천공항이 세계 최고의 공항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기까지 인천시민이 치렀을 희생을 간과하고 있었던 건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도 진행형인 ‘복원’과 ‘치유’라는 말이 무겁게 뇌리를 때렸다.

 인천에게 있어 인천공항은 당연히 세계로 통하는 문이자 지역발전의 견인차나 다름없다. 이를 위해 인천시민은 천혜의 섬을 깎아내고 풍요로운 갯벌을 매립하는 댓가를 치렀다.

  인천국제공항 내 항공정비산업단지(MRO) 유치를 두고 정치권과 시민사회단체, 공공기관 등 지역사회에서 공조의 분위기가 한껏 무르익고 있다. 첨단산업기반 양질의 일자리가 생기는 문제기도 하거니와 인천공항을 중심으로 인천지역의 국제 경쟁력이 한층 강화되는 계기이기 때문이다.

 사실 인천공항은 지역적으로나 국가적으로 자부심의 핵이랄 만큼 중요한 존재다.

 그럼에도 인천공항, 그리고 그 관리주체인 인천국제공항공사를 두고 지역사회는 대립과 긴장의 이슈에 훨씬 익숙하다 싶다. 기대와 다르게 상황이 흘러가기 때문일 것이다.

 주지하다시피 인천은 여타 도시에 비해 시민 1인당 온실가스 배출량이 높은 편이다. 총량을 보더라도 국가 평균을 ‘높게’ 상회한다. 시민 개개인이 유독 에너지를 많이 쓰고 쓰레기를 무분별하게 배출하는 등 온실가스 배출의 주역이어서가 아니라 화력발전소, 공항, 항만, 산업단지 등이 산재한 까닭이다. 공항은 특성상 막대한 에너지, 화석연료로부터 얻어진 전기를 소모하며 항공기 운용과정에서 온실가스를 방출, 기후변화에 일조하는 측면을 지닌다.

 앞서 언급했듯 대규모 토목사업을 전제하기에 환경파괴 역시 불가피하다. 따라서 공항공사가 환경 친화적 경영에 적극적이어야 하고 예산의 사용도 인색할 수 없다. 허리가 잘려나간 오성산의 복원을 두고 인천시와 인천공항공사 간 줄다리가 진행되고 있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인천공항 제3·4활주로 공사를 하면서 높이 172m인 오성산을 52m로 절토했다. 인천시는 공항공사가 그곳을 세계 최고 수준의 공원으로 조성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공항공사도 공원계획을 말하고 있지만 다른 속내가 있다는 소리가 곳곳에서 들린다.

 최근 환경단체가 공항 일부지역에서 심각한 토양오염을 확인, 분명한 정화계획 수립을 요구하고 나섰다. 자료에 따르면 인천국제공항 3단계건설사업 공사현장 여러 곳에서 높은 수준의 불소와 1급 발암물질인 비소가 검출됐다. 공항공사는 자연적인 토양오염이라 주장한다지만 애초 건설사업 과정에서 발생했으니 자연적인 현상은 아닌 터. 현재 인천지역에서는 ‘정체성 찾기’와 ‘가치 재창조’의 기치가 휘날리고 있다.

 당장 인천공항의 서울 표기를 비롯해 공항공사의 사회적 책임이 강하게 거론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지역 환경개선을 위한 기여, 개선의 주체이며 그 역시 중요한 고객서비스임을 공항 관계자들이 잊어서는 안 된다.

공항공사가 항공서비스 평가 10년 연속 세계 1위, 해외 공항에 대한 컨설팅사업 참여라는 성과를 누리는 사이 지역사회에는 폐해만을 떠넘긴다는 인상이 고착된다면 인천시민을 무시한다는 불신마저 자초할까 걱정된다.

 항공정비산업단지를 둘러싸고 형성된 협력 분위기가 지역에 대한 신뢰구축과 공헌으로까지 과감히 구체화되기를 바란다. 인천국제공항이 자랑스러운 인천시민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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