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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재우 인천병무지청장
지난 6월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의 비영리기관인 평화기금이 세계 178개국을 대상으로 산출해 발표한 ‘취약국가지수’에서 우리나라는 156위로, 일본(157위) 및 미국(158위)과 함께 ‘더 안정적인’ 국가군에 포함됐다. 북한은 29위로 세계에서 29번째로 ‘불안정한’ 국가라는 평가가 나왔다.

 휴전선을 사이에 두고 남북이 대치한 상태에서 지금도 북한의 안보위협이 지속되고 있고, 내부적으로 메르스 발병 등으로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도 우리나라가 ‘더 안정적인’ 국가군에 포함된 것은 전반적인 위기관리 능력을 국제사회가 긍정적으로 평가한 것으로, 국가안보의 한 분야에 종사하는 필자로서는 자랑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나라를 선진국과 같은 수준의 ‘더 안정적인’ 국가로 만든 것은 대다수의 국민이 그러했듯이 지금 이 시간에도 젊음을 바쳐 병역의무를 성실하게 이행하고 있는 국군 장병들의 피와 땀이 기여한 바가 크다고 생각한다.

 한 때는 병역의무를 어떻게 하든 피하고 싶은 인생의 걸림돌로 여겼던 때가 있었다. ‘유전면제’와 ‘신의 아들’이라는 말이 생겨나고, 온갖 방법으로 병역면탈을 시도하다가 발각되기도 했다. 또 대중 앞에 설 때마다 군에 가겠다고 굳게 맹세해 ‘아름다운 청년’으로 불리던 인기 연예인이 어느 날 갑자기 외국 국적을 취득하여 병역을 기피한 씁쓸한 기억이 아직도 남아 있다.

 그러나 지금은 대부분의 젊은이들이 나라를 지킨다는 자부심을 갖고 당당하게 입영하고 있다. 더구나 질병으로 신체검사에 불합격해 군에 가지 않아도 되지만 질병을 치료해 현역으로 입대한 젊은이가 최근 3년간 740여 명이나 되고, 계속해 외국에 거주하면 병역을 감면받을 수도 있는 영주권 취득자들이 자진해 병역을 이행하는 사람이 해마다 늘어 지난해에는 436명에 이른다.

또 연예인들도 조용하게 병역의무를 이행하고 제대 후 더 활발하게 활동하여 많은 국민들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는 모습을 보면 병역에 대한 인식이 많이 달라졌음을 알 수 있다.

 이는 그동안 병무청에서 ‘병역이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는 비전을 갖고 다양하게 추진해온 병역이행 자긍심 고취사업의 성과가 아닌가 생각한다. 고등학교와 대학교를 방문해 병무행정설명회를 개최, 젊은이들에게 병역이행의 숭고성에 대한 교육과 홍보를 강화하고 미래 주역인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어린이 그림·글짓기 대회를 열어 어릴 때부터 병역이행의 중요성을 생각해보는 계기를 마련했다.

 그리고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국군장병에게 감사편지 보내기 행사를 실시해 장병들의 노고에 감사한 마음을 전달하고, 매주 셋째주 수요일에는 병무행정을 집중 홍보하는 병무홍보의 날을 운영했으며, 3대 가족이 모두 현역 복무를 명예롭게 마친 가문을 선정해 널리 알리는 병역명문가 선양사업 등이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최근에는 ‘병역에 문화의 옷을 입히자’는 취지 아래 입영문화제를 개최하는 등 병역의무가 피할 수 없어 이행하는 의무로서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젊은이는 누구나 자랑스럽게 여기고 군에 입영하는 즐거운 축제의 장으로 문화를 바궈 나가고 있다.

 또한 우리나라가 ‘더 안정적인’ 나라가 된 이면에는 병역의 또 다른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사회복무요원이 있다.

 이들은 병력수급 사정에 따라 보충역에 편입돼 사회서비스 분야에 복무하는 젊은이들로서 사회안전망 구축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병무청과 복무기관은 사회복무요원들이 병역의무를 보람되게 마치고 건강한 사회인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세심한 복무지도와 함께 복무여건 개선 등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렇게 모두가 노력하여 병역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문화가 정착된다면 우리나라는 강대국으로 둘러싸여 주변국의 정세변화에 민감하고 북한의 안보위협이 지속된다고 하더라도 멀지 않아 ‘가장 안정된’ 국가로 발전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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