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예술인이 자주 찾는 치과가 있다. 바로 인천시 남구에 있는 우종윤 치과의원.

우종윤(61)원장이 인천시립교향악단·인천시립합창단 단원들의 ‘간단한 이앓이’를 무료로 진료해 준 것이 입소문을 타게 된 것.

우 원장은 "시향에서 일하는 지인들의 입을 통해 연주자 등이 박봉 속에도 묵묵히 예술의 길을 걷고 있는 것을 알게 됐다"며 "도와줄 수 있는 일이 뭘까 고민하다 ‘예술단원들이 건강한 치아로 잘 먹게 되면 더 좋은 연주가 나오지 않겠느냐’라고 생각해 진료를 시작하게 됐다"며 예술인들과의 인연에 대해 입을 뗐다.

우연한 기회에 음악을 접하게 된 그는 현재 ‘인천시향을 사랑하는 모임 대표’로 활동할 정도로 ‘시향 마니아’가 됐다.

출범 당시 부회장을 맡아 현재까지 13년여 세월을 돌아보면, 과거에 비해 지역 공연문화가 엄청나게 발전했다는 게 그의 전언이다.

우 원장은 "관객들이 없어 중·고등학생들을 공연에 동원하기 일쑤였다. 공연에 관심 없는 학생들이 떠들어대 이게 연주회인지 의심이 들 정도였다"고 말했다.

‘더는 이대로 가서는 안 되겠다, 인천시향 발전을 위해서는 시민의 성원과 사랑이 필요하다’는 의견들이 모아져 인천 지역 각계각층 1천여 명의 회원들이 모여졌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이제는 최고의 실력을 갖춘 연주자들과 흠 잡을 데 없는 시설을 갖춰 공연이 전석 매진되고 덩달아 관객들의 수준이 향상되는 것을 보면서 마냥 흐뭇하다"고 강조했다.

예술에 대한 그의 남다른 사랑은 이를 보고 자란 큰딸에게 이어졌다. 그의 장녀는 첼리스트 우미영(32)씨로 이화여대 관현악과 수석 졸업 뒤, 도미 유학한 실력파 연주가로 알려졌다.

가까운 서울에서 딸의 공연이 있는 날이면 모든 일을 제쳐놓고 공연장을 찾는다는 그는 "아내가 ‘딸 바보’라고 놀린다"며 "딸의 공연이라서가 아니라 클래식은 사람의 마음을 안정시키는 묘한 매력이 있다"고 이유 있는 변명(?)을 유쾌하게 말했다.

제물포고·조선대 치의학 박사를 마치자마자 인천에서 치과를 운영해온 그를 토박이 치과의사 정도로 생각하면 오산이다. 현재 대한치과의사협회 감사를 맡고 있는 우 원장은 부회장을 2회나 역임하며 치과의사를 대변해 많은 일을 해왔다

‘인천 클래식의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는 그가 인터뷰 말미에 전한 바람은 한 가지다.

"전국 각지에서 큰딸을 부를 만큼 훌륭한 예술인으로 성장해 자식들 뒷바라지도 끝났으니 앞으로는 지역 예술공연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문화예술인들을 돕고, 경영난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후배 치과의사를 위해 더 많은 일을 해보렵니다."

김경일 기자 kik@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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