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이권재.jpg
▲ 이권재 오산발전포럼의장
레바∼논 현지에서 유엔평화유지군(PKO)으로 활동하는 동명부대. 한쪽 어깨엔 유엔마크를, 한쪽엔 태극기를 단 우리의 자랑스러운 국군장병 부대다. 필자는 지난달 중순께 분쟁지역 레바논에 파견돼 활동 중인 이 동명부대를 방문 기회를 얻었다.

 이번 부대 방문은 지역의 덕망 있는 종교 지도자들과 함께 한 행사로 해외파병 국군 장병들을 격려하는 차원에서 이루어졌다. 3백여 명이 넘는 우리의 장병들을, 그것도 이역만리 레바논 현지에서의 조우는 기쁨과 뿌듯함으로 필자에게 다가왔다.

 8·15 광복 70년이란 특별한 시간과 함께 유엔평화유지군 동명부대의 활약에 다시 주목하는 것은 우리에게 ‘새로운 역할자’로서의 메시지가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것은 바로 평화를 도모하는 질서 유지자로서의 주도적인 역할을 통해 한반도를 전쟁의 공포로부터 자유롭게 하는 것이다. 이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역사적 사명이라는 점을 다시 인식해야 한다. 레바논 PKO 활동은 지난 2007년 유엔의 요청으로 시작됐다.

 우리 군은 당시 분쟁지역인 타르지역에 300여명의 군장병을 파견, 현재 9년째 이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애쓰고 있다.

 타르지역 주둔지를 비롯 책임지역 일대에 대한 테러 위험세력을 차단, 감시하는 역할과 함께 주민들의 마음을 열기 위한 지역사회 공헌활동도 다양하게 전개한다. 마을진입로 포장, 학교 지원 사업, 한글과 태권도를 가르치는 사업 그리고 의료지원 등은 중요한 사업 중 하나다.

 이러한 파병부대의 활동은 세계 몇 안 되는 나라들만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현지인들뿐만 아니라 전세계가 주시하는 관심사다.

 동명부대의 평화유지 임무는 더 이상의 분쟁을 억제하고, 많은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실질적인 조치이기에 더욱 그렇다.

 이는 과거 지원 받던 나라에서, 지원국이 되었다라는 의미를 넘어, 남북한를 비롯 한반도를 중심으로 한 급변하는 동북아에서의 평화수호 역할, 나아가 세계질서 재편과정에서 주도적인 역할자로서의 지위를 이끌어 내어야 한다는 보다 적극적인 메시지다.

 특히 침략과 식민지배에서의 억압과 공포 그리고 비극적인 6·25 전쟁과 폐허, 굶주림 등 전쟁의 참상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우리의 입장에서 보면 평화의 소중함과 중요성은 두말할 나위 없다.

 ‘어떤 경우에라도 전쟁은 막아야 한다’라는 말은 그런 절박함의 표현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광복 70여년이 흐른 지금 식민지배와 전쟁의 참상에 대한 기억은 잊혀져 가고 있다.

 북한의 핵 공포와 도발 위협에도, 일본의 독도 도발과 식민지배를 정당화하는 망동에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다. 실제 우리가 살고 있는 삶의 터전에서 벌어지는 일이지만, 남의 집 불구경 같이 느껴진다.

 이제는 실질적인 변화, 인식의 변화를 모색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시점에 와 있다. 분단극복을 고민해온 필자는 학생과 일반인 그리고 전문가와 사회지도층 등 수백여 명을 대상으로 매년 DMZ탐방 프로젝트를 진행해 왔다.

실질적인 남북분단이 현장을 체험하고, 분단배경과 과정 그 이후의 문제점들을 현장에서 직접 느끼도록 하고 있다. 인식의 변화 그리고 실천 없이는 그 어떤 것도 이룰 수 없다고 생각한다. 이것이 이 프로젝트를 지속적으로 실천하는 이유다.

 비록 작은 것일지라도 실천하는 것과 하지 않는 것의 차이는 매우 다르게 나타난다고 생각한다. ‘광복 70년, 분단 70년’. 유엔평화유지군인 동명부대가 9년 전 레바논의 한 마을에 ‘평화’라는 작은 희망의 씨앗을 놓은 것처럼, 이제는 남북한 분단극복을 위한 작은 디딤돌을 놓는 것부터 출발해야 한다.

 무뎌진 시민들의 의식을 일깨우고, 그것을 바탕으로 실질적인 실천 조치들을 실천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문제의식과 이를 극복해 내고자 하는 시민들의 합쳐진 마음들이 확산될 때 분단극복은 현실성 있는 이야기로 다가올 것이다.

 한반도를 둘러싼 강대국의 각축전에서 우리 손으로 영구적 평화를 도모하느냐 그렇지 못하느냐 하는 것은 결국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의 손에 달려 있는 것이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